[독립기념관 회지 2003년 10월호. 이달의 논단]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글자, 우리의 자랑스런 한글, 고마운 한글
한글 쓰기 운동은 국어 독립운동이고 민족 생존운동이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이대로
우리는 5000년 긴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우리 민족은 수천 년 동안 말은 있으나 우리 글자가 없어 중국의 한자를 빌려서 썼다. 그러나 그 한문이 우리말과 다르고, 배우고 쓰기 힘들어 많은 고생을 했다. 그 고통을 덜려고 신라 때 한아비들은 한자를 다듬어서 ‘이두’란 우리식 글쓰기 방식을 만들어 우리 말투로 글을 적기도 했다. 그러나 배우고 쓰기 힘든 한자여서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우리말은 있으나 마땅히 그 말을 적을 우리 글자가 없어 절름발이 말글살이를 하고 있었다.
훈민정음(한글)은 우리말 독립의 씨앗이고 불씨였다.
그런 말글살이를 수천 년 동안 하다가 557년 전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우리말을 적기에 잘 어울리는 훈민정음(한글)이란 우리 글자를 만들었다. 우리말이 독립할 수 있는 새싹이 돋은 것이고, 어두운 말글살이를 밝게 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 전에 향찰과 이두를 만들어 쓴 것이 우리말 독립을 위한 시초였다면 훈민정음을 만든 것은 우리말 독립을 이루게 할 제대로 된 주춧돌을 놓은 것이다. 이 일은 우리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 말글 역사에 찬란하게 빛날 큰일이었다.
그러나 그 우리 글자를 만드는 것을 반대한 학자와 관리들이 많았고 만든 뒤에도 지식인, 지배층들은 중국의 한자만 좋아하고 우리 글자인 훈민정음을 쓰지 않았다. 세종은 그 때 성스럽다고 할 수 있는 왕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와 불교에 대한 이야기들을 훈민정음으로 적어 책으로 내면서 그 훌륭함을 보여주었으나 한문에 중독된 사대주의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기득권층인 양반들은 백성들이 잘 읽지도 못하는 한문만 쓰고 자기들만의 한문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조선시대 500년 동안 내내 그랬다.
간신히 어린이와 여자들, 힘없는 백성들이 훈민정음을 씀으로써 우리말 독립의 불씨는 죽지 않고 살아와서 ‘암클’이니 ‘언문’이란 이름으로 불러지기도 했다. 그렇게 어리석고 고리타툰한 중국의 공자타령만 계속하다가 조선은 망하고 일제 식민지가 되었다. 다행히 조선이 기울 때 조선을 지배하던 중국 청나라가 망해서 우리는 나라이름도 대한제국이라고 우리 마음대로 짓게 되니 우리 글자인 훈민정음을 ‘국문’이라고 부르며 나라 글자로 인정하고 공문서에도 쓰기 시작했다. 고종 때 일이다. 우리글자로만 쓴 독립신문이 나오고 훈민정음을 ‘한글’이란 새 이름으로 부르고 한글을 사랑하고 연구하는 모임도 만들었다. 그 이름도 처음엔 ‘국어연구학회’라고 했다가 순 우리말 모임 이름인 ‘한글모’라고 지어 부르기도 했다. 주시경이란 선각자가 한 일이었다.
한글날과 한글맞춤법은 건국 공로자다.
그러나 온 국민에게 그 정신이 퍼지고 힘을 키우기 전에 강대국들의 침략에 시달리다가 결국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만 것이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뒤에도 주시경은 그 꿈을 버리지 않고 제자를 키웠고 그 제자들은 모임 이름을 되살려 ‘조선어학회’로 바꾸고 한글을 갈로 닦기에 힘썼다. 그리고 한글을 빛내기 위해 한글날을 만들고 기념했으며 한글맞춤법을 만들고 우리말 사전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회원들이 일제 경찰에 의해 감옥으로 끌려가 모진 고문에 죽기도 하고 갖은 고생을 했다. 그 때 일제 검사가 한 말이 있다. “말과 글을 지키는 것은 민족독립운동이다. 그러니 너희는 반역 행위자다.”라고. 그래서 우리말 독립이 물거품이 될 번하다가 일본이 연합국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패망함으로써 우리 말글도 살길이 열린 것이다.
그리고 새나라 대한민국을 세우면서 우리 말글로 책을 만들고 우리 말글로 공부를 하게 되었으며 공문서를 한글로 적게 하는 한글전용법을 만들어 우리 말글을 살려 쓰려고 힘썼다. 일제 때 조선어학회 학자와 애국지사들이 한글날을 만들고 한글맞춤법과 우리말 사전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조선시대처럼 한문을 쓰거나 일본식민지 때 쓰던 일본을 쓰거나 미국 군정이니 영어를 공문에 썼을지 모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한글과 한글날이 건국에 큰 공을 세운 것이다. 우리 말글을 지키고 살린 분들이 고맙다.
끈질기게 우리말 독립을 방해한 한자혼용주의자와 영어 숭배자들
광복 뒤 조선어학회 학자들과 애국자들은 일제에 빼앗긴 우리말을 다시 찾아 쓰기 운동을 벌이고 한글 가르치기 운동을 열심히 했다. 조선어학회는 한글학회로 이름을 바꾸고 그 중심으로 우리 말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고 살리기에 힘썼다. 정부는 공문서만이라도 우리글자로 쓰자는 한글전용법을 만들어 한글쓰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 국어독립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한자의 벽은 높았다. 일본식 한자혼용 숭배자, 한자 중독자들이 우리 글자인 한글을 죽이지 못해 온갖 음모를 꾸미면서 한글과 토박이말을 살려서 쓰자는 것을 끈질기게 방해했다. 한글전용법 폐기를 주장하고 교과서에서 토박이말을 몰아내고 일본식 한자말을 쓰게 했으며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버렸다. 일제 교육을 철저히 받은 경성제국대학 출신과 그 제자들이 주축이 되어 지배층들과 한 짓이다. 이들이 정치 경제 교육 언론 분야를 차지하고 한글과 우리말 쓰기를 훼방 놓았다.
거기다가 강대국인 미국말을 우리 공용어로 하자며 미국말을 숭배하는 새로운 우리말 독립 훼방꾼이 등장했다. 일본식 한자말 혼용주의자들과 미국말을 숭배하는 자들은 똑같은 우리말 독립 방해꾼들이다. 이들은 회사 이름, 가게 이름, 상품 이름을 미국말로 짓는데 모두 우리말을 죽이는 일이다. 현 참여정부 들어 로드맵, 아젠다, 코드 들 외국말을 거침없이 쓰고 청와대 비서실 직무 이름까지 “정책 프로세스 개선 비서관, 국정모니터 비서관, 국정과제 태스크포스 비서관”으로 짓고 있다니 슬프다.
우리말 독립 꿈을 이루어 후손에게 물려주자.
중국의 지배를 받을 때는 중국글자를, 일본의 식민지였을 때는 일본말을, 미국의 눈치를 보며 살 때는 미국말을 섬기고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슬프다. 언제까지 우리말이 아닌 강대국의 말글을 배우고 쓰느라 돈과 시간을 다 바쳐야 한단 말인가! 우리 세대에 세계 으뜸가는 한글을 즐겨 쓰고 빛내어 후손들은 그런 고통을 겪지 않고 살게 하자. 앞으로 수백 년 뒤엔 세계 대부분 언어가 사라질 것이고, 우리말 또한 그 속에 들 수 있다는 예언이 있었다. 한글날은 민족정신 독립선언일이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고 우리 말글을 살리고 빛내자. 그리고 후손들은 외국말글에 시달리지 않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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