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겨 본 독립신문 창간사
독립신문은 1896년 서재필이 나라에서 돈을 받아서 주시경, 헐버트와 함께 한글로만 만든 민간신문이다. 이 신문이 무엇이 무엇 때문에 남다른 가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한글만 쓴 신문이고, 띄어쓰기를 처음으로 했으며 그 창간사가 신문다운 신문이 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글이 태어나고 450 여 년 동안 제대로 쓰지 안했다. 가끔 왕실이나 양반들도 개인 편지는 자주 썼으나 공식 문서로는 드물게 썼다. 그러다가 서양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성경을 한글로만 쓰기 시작했고 미국인 헐버트가 사민필지란 교과서도 한글로만 쓰고 신문까지 한글로만 만들게 되었다. 참으로 잘한 일이고 고마운 일이다.
그 창간사 앞쪽 글을 하나씩 되새기고 살펴보자. 글은 오늘날 말투로 바꾸었다.
우리 신문이 한문을 쓰지 않고 국문(한글)으로만 쓰는 것은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도록 함이다. 또 국문을 이렇게 구절을 띄어 쓰는 것은 아무래도 이 신문을 보기가 쉽고 신문 속에 있는 말을 자세히 알아보게 함이다.
한문은 배우고 쓰기 힘들다. 또 한문은 중국 글이다. 그런데 그 때까지 그 한문만 쓰는 말글살이를 했다. 그러니 돈과 시간이 많은 양반만 그 글을 읽고 쓸 수 있었다. 그 때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은 국민 가운데 2%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니 그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었다. 그런데 배우고 쓰기 쉬운 우리 글자가 있는데 쓰지 않고 한문만 더 떠받드는 것이 잘못임을 깨달은 주시경, 서재필, 헐버트는 한글로만 신문을 만든 것이다.
각국에서는 사람들이 남녀를 막론하고 자기 나라말을 먼저 배워 능통한 후에야 외국말을 배우는 법인데 조선에서는 조선 국문은 배우지 않더라도 한문만은 공부하는 까닭에 국문을 잘 아는 사람이 드물다.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를 가진 나라가 제 글자를 먼저 배우고 쓰지 않는 것은 바보스럽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글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그 한문을 아는 사람도 우리 글자인 국문은 몰랐다. 스스로 제 글자를 업신여기기 때문이고 세상의 많은 책과 공문서를 한문으로 쓰기 때문이다. 이 때에 우리 국문으로만 신문을 만들면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조선 국문과 한문을 비교하여 보면 조선국문이 한문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가 하면 첫째는 배우기가 쉬운 좋은 글이요, 둘째는 이글이 조선 글이니 조선 사람들이 알아서 모든 일을 한문대신 국문으로 써야 상하귀천이 모두 보고 알아보기가 쉬울 것이다. 한문만 늘 쓰고 국문은 쓰지 않는 까닭에 국문만 쓴 글을 오히려 조선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 못하고, 한문은 잘 알아보니 그게 어찌 한심하지 아니할 것인가?
그렇다. 우리 한글은 배우고 쓰기 쉽다. 더욱이 이 글자는 우리 글자다. 이 읽기 쉬운 한글로 신문을 만드는 일은 널리 누구나 이롭게 하는 단군정신 실천이고 세종임금의 백성사랑 과 민주정신 실천이다. 그런데 조선 사람이 한문만 배우고 쓰니 오히려 국문은 더 잘 알아보지 못하니 한심하다고 했다. 그런데 100 년이 지난 지금도 한자에 목을 맨 얼간이 들이 판치고 있어 답답하다.
또 국문을 알아보기가 어려운건 다름이 아니라 첫째는 어절을 띄어 쓰지 않고 그저 줄줄이 내려(세로로 쓴다) 쓰는 까닭에 글자가 위에 있는지 아래에 있는지 몰라서 몇 번 읽어 본 후에야 글자가 어디에 있는지 비로소 알고 읽으니 국문으로 쓴 편지는 한 장 을 보려면 한문으로 쓴 것보다 느리게 보고 도 그나마 국문을 자주 쓰지 않으므로 서툴러서 잘 못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문만 쓴 글을 알아보기 어려운 것은 띄어서 쓰지 않고 붙여서 내려쓰니 바로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국문으로 쓴 글을 자주 읽지 않게 되니 더욱 읽기 불편했다. 오히려 국문을 아는 사람도 한문만 쓴 글이 알아보기 쉬웠다. 이 일은 매우 잘한 일이다. 모자라면 보태고 잘못이 있으면 고처야 한다.
그러므로 정부에서 내리는 명령과 국가 문서, 서적을 한문으로만 쓰면 한문을 모르는 사람은 남의 말만 듣고 무슨 명령인줄 알고 자기가 직접 그 글을 못 보니 그 사람은 바보가 된다.
그러니 중국에 눌려 살고 그 문화와 말글을 더 좋아하기도 했지만 정부에서 한문만 쓰니 일반인은 더욱 나라 돌아가는 일을 모르고 한문을 아는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따라하게 되었다. 한문을 모르는 사람은 바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까지도 중국을 섬기는 사대주의가 판치고 있었다. 이 잘못된 세상을 이 신문이 바로잡고 나선 것이다.
한문을 모른다고 그 사람이 무식한 사람이 아니라 국문만 잘 알고 다른 물정과 학문이 있으면 그 사람은 한문만 알고 다른 물정과 학문이 없는 사람보다 유식하고 높은 사람이 되는 법이다. 조선의 여인도 국문을 잘하고 여러 가지 물정과 학문을 배워 소견이 높고 행실이 정직하면 빈부귀천을 따지지 않고 그 부인이 한문을 잘 알고도 다른 것은 모르는 귀족 남자보다 높은 사람이 되는 법이다.
이 말은 아주 남다른 말로서 귀담아 들을 일이다. 공자 왈 맹자 왈 한문은 잘 읽어도 세상 돌아가는 정보와 과학과 역사, 그리고 학문이 깊지 않은 양반보다 국문을 잘 알고 세상 물정과 학문을 배운 여인이나 천한 백성도 높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한자나 영어 같은 남의 말글 배우는 데 쓰는 돈과 힘을 우리말글로 지식과 정보를 많이 얻는 것이 더 이익이고 똑똑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 신문은 빈부귀천에 상관없이 이 신문을 보고 외국 물정과 국내 사정을 알게 하라는 뜻이니 남녀노소 상하 귀천 간에 우리 신문을 며칠에 나올 때마다 몇 달간 보면 새 지식과 새 학문이 생길 것이다.
누구나 읽기 쉽도록 국문으로 나라 안팎 물정과 사정을 알려줄 터이니 며칠 건너 나오는 신문을 몇 달 동안 보다보면 아는 것이 많게 되어 똑똑한 사람이 될 것임을 알려준 것이다. 온 국민이 똑똑해지면 그 나라도 힘센 나라가 될 것을 알고 우리 말글로 나라를 일으키려고 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 모두 그 정신과 바람을 가슴 속 깊게 간직하고 우리 말글을 더욱 사랑하고 바르게 써야겠다.
독립신문엔 민주주의와 자주독립 정신이 담겨있다. 조금 일찍 우리말을 우리 글자로 적는 말글살이가 뿌리 내렸다면 이 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도 안 되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바르고 쉬운 우리 말글살이로 우리 국민 지식과 의식 수준을 드높여서 힘센 나라를를 만들어 이웃 힘센 나라로부터 독립해야겠다. 아직 우리는 독립하지 못했는데 그건 바로 우리말과 우리얼이 독립하지 못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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