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 Ⅱ, 대학으로 보내야
'수포자' 줄어든다.”
최수일(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
우리나라 수학 교육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학습 과정에서 수학적 사고력을 강조하지 않으며 내용을 깊이 있게 가르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수학을 배우는 목적이 '사고력 향상'에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수학 교육은 내용과 지식 전달에 치중한 나머지 본래의 학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론 수학을 배워야 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학 교육과정은 다른 나라에 비해 20∼30% 정도 분량이 많다. 그러다보니 진도를 빼는 데 급급한 주입식 수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더군다나 대학 입시 과정에서는,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가르치는 내용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능 문제와 수리논술 문제가 다수 출제되고 있어 학생들을 좌절시킨다. .
교육부는 학습 부담을 현재보다 20% 줄이는 방향으로 2015 수학교육 과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조치에 불과하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분석 결과, 교육부는 성취기준의 개수를 20%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그 방법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두 개의 교과 내용을 하나로 묶어 복문으로 만들었다든가, 상위 내용은 놔두고 하위 내용을 없앴다든가 하는 등의 편법을 쓴 것이다.
학습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하려면 현재 수학 일반선택 4개 과목 중 하나로 편성된 심화 미·적분을 대학 과정으로 보내야 한다. 현재 고교 과정에 편성된 수학 일반선택 과목은 수Ⅰ, 미적분Ⅰ, 미적분Ⅱ, 확률과통계이다.
‘미·적분Ⅱ’ 과목을 없애야 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문·이과 학생들이 각각 선택할 수 있는 과목 수가 달라 형평성에 맞지 않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이공계로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은 미·적분 수업을 들을 수 없다. 이로 인해 문과 학생들은 이과 학생과 달리 선택 가능한 과목이 3개로 줄어든다. 결국 미적분Ⅱ는 애당초 진로선택으로 편성됐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둘째, 미적분 Ⅱ의 학습 내용은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에 진학해면 필수로 배워야 하는 미적분학의 내용과 100% 일치한다. 현행 교육제도에 따르면 미·적분Ⅱ는 고등학교에서 배우고 대학에 가서 복습을 하는 셈이다.
셋째, 교육부가 학생들의 학습 부담 경감 목표를 쉬이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미·적분 Ⅱ이기 때문이다. 이전 진도 내용이 미·적분Ⅱ 내용과 연결되기 때문에 섣불리 내용을 줄이는 것이 쉽지 않다.
넷째, 미·적분 Ⅱ 수업은 공식 위주의 암기교육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미·적분Ⅱ의 기본 개념은 미·적분Ⅰ(수학Ⅱ라고 표기)에서 다 가르치고 있다. 미적분Ⅱ는 문제를 푸는 기술을 가르치는 역할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기교를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두 번씩 중복해 배울 필요는 없다.
미적분 Ⅱ를 대학 과정으로 보내면 '수포자(수학포기자)'를 줄일 수 있다. 수포자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학생들의 학습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진도만 빨리 나가는 주입식 교육에 있다. 일방적으로 내용을 욱여넣는 교육을 중지하고 학생들의 참여와 이해, 토론이 위주가 되는 학습을 하려면 보다 많은 수업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의 학습 분량으로는 개념 위주의 심화 학습이 도저히 불가능하다.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학습 패턴이 이어지면 수포자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보다 적은 내용으로 깊이 있게 학습할 수 있는 수업을 마련하는 것이다. 진도가 너무 빨라 따라갈 수 없던 학생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면 학습을 포기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2015. 9. 13.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