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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국인보다 한글 더 사랑한 헐버트를 기리며!

한글빛 2017. 3. 27. 16:41

한국인보다 한글 더 사랑한 헐버트를 기리며!
<기고>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한글 우수성 세계에 알린 첫 외국인'에 대해
헐버트의 '한글사랑' 업적을 되살리는 것은 나라의 체면을 세우고 지키는 길
 
이대로
564돌 한글날을 앞두고 지난 5일 종로 2가 기독청년회(YMCA) 강당에서 (사)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회장 김동진)가 한말글문화협회(대표 이대로)와 함께 매우 뜻 깊은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124년 전인 1886년 한국 최초 서양식 교육기관인 육영공원의 교사로 한국에 와서 3년 만인 1889년에 한글로만 쓴 ‘민필지’란 교과서를 쓰고, 한글이 영어를 적는 로마자보다 우수하다는 사실을 영어로 써서 국외 학술지에 최초로 소개한 한글학자요, 한글운동가인 미국인 호머 헐버트가 한글 발전에 남긴 큰 업적을 살피고 기리는 학술 토론회를 처음으로 개최한 것이다.

▲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왼쪽)가 '민필지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김슬옹 교수가 토론을 하고 있다.

헐버트는 조선이 강대국들의 개방 요구에 몹시 혼란스럽던 고종 시대에 이 땅에 와서 한글발전과 조선 독립운동에 힘쓴 고마운 외국인이다.
 
그는 ‘민필지’란 지리사회 교과서와 ‘대한력’란 우리 역사 교과서를 썼다. 한문만 쓰던 그 시대에 외국인이 우리 말글로 교과서를 만들었다. 1892년에 ‘한국소식’이란 영문 잡지를 만들고 한글이 우수함을 영문으로 여러 번 쓰고 그 논문을 1903년에 미국 스미스소니언협회가 미국 대통령과 의원들에게 보내는 연례보고서 학술란에 발표했다.
 
1896년엔 서재필과 주시경을 도와서 최초 한글신문인 독립신문을 창간했고, 1907년엔 고종에게 지석영, 주시경 등과 함께 최초 한글 연구 국가기관인 국문연구소를 만들도록 건의해 허락을 받았다. 오늘날 우리 한글로 말글살이를 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우리 말글로 교육을 하고 말글살이를 할 수 있게 만든 사람은 주시경 선생과 그의 제자들이다. 주시경이 1908년 고종 때에 국어연구학회를 만들고 한글을 갈고 닦기 시작해서 일제강점기(조선어학회로 이름을 바꿈)엔 그의 제자들이 한글맞춤법과 한글사전을 만들어서 광복 뒤에 한자나 일본어가 아닌 우리 말글로 교육도 하고 말글살이를 할 수 있게 했다.
 
광복 뒤(한글학회로 이름을 바꿈)에는 일본식 한자혼용 말글살이에서 벗어나 한글만으로 말글살이를 할 수 있게 해서 말글살이 민주시대를 열었다. 그래서 국민 교육수준이 높아져서 누구나 시도 쓰고 책을 내게 되었으며 책방엔 우리 말글로 된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 모두 124년 전 이 땅에 온 미국인 헐버트가 뿌린 한글사랑 씨앗의 열매였다.

주시경이 배재학당에서 헐버트로부터 교육을 받았고 학생 때부터 그가 운영하는 삼문출판사(독립신문을 인쇄한 곳)에서 일하고 헐버트와 함께 독립신문도 만들고 고종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쓰도록 함께 건의하고 활동했으니, 102년 전 국어연구학회(오늘날 한글학회) 창립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고 도와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시경은 그를 만나면서 한글세상을 만들어야 겨레가 일어날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헐버트기념사업회 김동진 회장의 회고는 헐버트의 한글 사랑과 그에 대한 우리들의 무심함을을 생생히 증언한다.
 
 “헐버트(Homer B. Hulbert)란 이름을 알고 있는 한국인이 얼마나 될까? 전문 역사가들마저도 헐버트의 참모습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고종 황제가 가장 신임하는 외국인으로서 고종 황제 특사를 두 번이나 지냈다. 1905년 을사늑약 직후 자결한, 애국자의 대명사인 민영환과는 참된 지성의 교감을 나눴다. 서재필, 이승만과는 독립운동을 같이한 동지였다. 이상설, 이준, 이위종과 함께 헤이그 특사였다.
 
또한 일본과 이토 히로부미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였다. 우리 민족의 통치자였던 고종 황제와 이승만 대통령, 그리고 구한말 선각자들이 그토록 감사를 보냈던 한민족의 은인이 역사의 뒤편으로 밀려나 버렸다. 더구나 헐버트가 한글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문 것은 매우 안타깝다.” 

사실 헐버트는 고종을 도와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은 좀 알려졌으나 한글을 빛낸 일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나도 60 평생 국어독립운동을 하면서 헐버트란 이름을 학교에서는 말할 거 없고 사회생활하면서도 들어본 일이 없다.
 
7년 전 기독청년회 명예 총무였던 오리 전택부 선생님을 모시고 한글날 국경일 제정운동을 하면서 오리 선생님으로부터 처음 헐버트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 뒤 김동진 기념사업회장을 만나 121년 전에 세계 처음으로 한글로만 쓴 교과서 민필지와 한글에 관한 논문집, 그리고 독립운동 자료를 보고 우리에게 매우 고마운 분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글운동을 하는 한국인으로서 그 분을 아직까지 몰랐다는 것에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헐버트는 기독청년회 창립도 도왔는데 한국 청년들을 교육해서 한국을 일으키려는 참교육 정신과 인류애의 실천이었다. 그는 입으로만 전해오던 아리랑과 우리 민요를 서양식 악보로 처음으로 채록했는데 이 또한 우리 문화와 겨레를 사랑하고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한글을 살리고 빛내는 일을 한 것은 평화 시의 우리 독립운동 실천이었다. 한국인을 눈뜨게 해서 한국이 강대국에 먹히지 않도록 하려고 그렇게 발버둥을 쳤으나 결국 일본의 식민지가 되니 미국으로 건너가서 이승만, 서재필들과 한국 독립운동을 했고, 광복 뒤 이승만 대통령의 초청으로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려고 왔다가 이 땅에서 숨져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잠들었다. 

그리고 10년전 헐버트의 업적과 정신이 잊혀진데 대해 아쉬움을 느낀 김종진 선생이 헐버트기념사업회를 만들고 그를 기리고 알리는 일에 앞장섰고 올 10월 5일 그의 업적과 정신을 밝히는 학술토론회를 처음으로 열었다.
 
참으로 헐버트는 우리 겨레와 나라를 위해 크고 좋은 일을 많이 한 사람이고 고마운 분이다. 그런데 왜 우리가 그를 모르게 되었나? 일제는 그가 지은 한글 책을 못 읽게 하고 그를 추방했다. 그리고 일제 교육과 정치에 물든 자들이 아직도 한글만으로 교과서를 만드는 것을 반대해서 더욱 그렇게 되었다.
 
한국인보다 한글과 한국을 더 사랑한 그의 정신과 일생을 바쳐서 일한 큰 업적을 이어서 한글과 한국을 더욱 발전시키자. 은혜를 모르는 사람은 짐승과 같다고 했다. 이제라도 그의 발자취가 있는 곳에 그의 동상을 세우고 온 국민이 그의 정신과 업적을 기억하고 고마워하게 하자. 이 일은 나라의 체면을 세우고 나라를 지키는 밑바탕이기도 하고 사람답게 사는 바른 길이기도 하다.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민필지 머리글을 현대 말로 고친 글]

▲민필지 머릿글 사진- 훈민정음 해례본의 세종대왕 말씀을 떠오르게 한다.     
 
 
천하형세가 옛날과 지금이 크게 같지 아니하여 전에는 각국이 각각 본국만을 지키고 본국 풍속만 따르더니 지금은 그렇지 아니하여 천하만국이 언약을 서로 믿고 사람과 물건과 풍속이 서로 통하기를 마치 한 집안과 같으니 이는 지금 천하 형세의 고치지 못할 일이라,
 
이 고치지 못할 일이 있은 즉 각국이 전과 같이 본국 글자와 사적만 공부함으로는 천하 각국 풍습을 어찌 알며 알지 못하면 서로 교접하는 사이에 마땅치 못하고 인정을 통함에 거리낌이 있을 것이오, 거리낌이 있으면 정리가 서로 두텁지 못할지니 그런 즉 불가불 이전에 공부하던 학업 외에 각국 이름, 지방, 폭원, 산천, 산야, 국경, 국세, 재화, 군사, 풍속, 학업과 도학이 어떠한가를 알아야 할 것이오.

이런 고로 대저 각국은 남녀를 막론하고 칠, 팔세가 되면 먼저 천하 각국 지도와 풍속을 가르치고 나서 다른 공부를 시작하니 산천, 수륙과 각국 풍속,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라 조선도 불가불 이와 같게 한 연후에야 외국 교접에 거리낌이 없을 것이요.

또 생각건대 중국 글자로는 모든 사람이 빨리 알며 널리 볼 수가 없고 조선 언문은 본국 글일뿐더러 선비와 백성과 남녀가 널리 보고 알기 쉬우니 슬프다! 조선 언문이 중국 글자에 비하여 크게 요긴하건만 사람들이 요긴한 줄도 알지 아니하고 업신여기니 어찌 아깝지 아니하리오.

이러므로 한 외국인이 조선말과 어문법에 익숙치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잊어버리고 특별히 언문으로 천하 각국 지도와 목견한 풍기를 대강 기록할 새 먼저 땅덩이와 폭우박뢰의 어떠함과 차례로 각국을 말씀하니 자세히 보시면 각국일을 대충은 알 것이요.

또 외국 교접에 적이 긴요하게 될 듯하니 말씀의 잘못됨과 언문의 서투른 것은 용서하시고 이야기만 자세히 보시기를 그윽이 바라옵나이다.

조선육영공원 교사 헐버트

 



출처 : 한말글 사랑, 리대로.
글쓴이 : 나라임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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