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과 대기업이 나라말과 법을 짓밟다 | | <기고>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법 잘 지킨 광고물과 어긴 광고물' 한자와 영어가 뒤범벅...법을 어기고 죄책감도 반성도 않으니... | | | | | 「옥외광고물관리법」 시행령 제13조의 광고물 표시 방법을 보면, 광고물의 문자는 국어 관련 규정에 맞추어 한글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외국문자를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한글과 외국문자를 함께 쓰도록 되어있다. 그리고 국어기본법 제4조에 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과 발전에 노력해야 하고, 제10조에는 국어책임관을 두고 이 임무를 수행하게 되어 있으며, 제14조에 공용문서는 국어 관련 규정에 따라 한글로 쓰게 되어 있다. 그런데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먼저 이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어 우리 말글살이가 어지럽다.
그래서 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법을 지켜야 한다고 외쳤지만 정부와 공무원은 말할 것 없고, 국민들도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일반 국민은 말할 것 없고, 많은 공무원들도 그런 규정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으며 법을 어기고도 아무런 죄책감이나 반성하는 자세를 갖지 않는 게 현실이다. 며칠 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 서울의 한 구청장으로 나온 이를 만나서 그런 규정이 있는데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서 법을 어긴 외국어 간판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다시 구청장이 되면 신경을 써 달라.”고 말하니 그는 “세계화 시대에 그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했다. 서울시가 ‘Hi Seoul’이란 구호를 내세우니 지방자치단체들이 그게 잘하는 짓으로 알고 너도나도 앞 다투어 영어를 흉내낸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몇 개만 소개해 보자.
위 사진은 대전시 유성구청 현관의 영문 광고문이다. 유성구는 새로 생기는 동의 이름을 ‘테크노동’이라고 짓는다고 해서 한글단체가 항의하니 세계화 시대인데 무엇이 잘못이냐고 반문했다.
위 광고문은 서울 동대문구가 세금으로 영문과 한글로 써 건 광고문인데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주민도 항의하고, 자신들도 돈만 날리는 거로 보았는지 최근에 우리말로 바꾸었다.
또 요즘 서울시가 ‘120콜센터’란 곳의 이름으로 버스나 길가에 붙인 선전문이 “U-서울안전존을 알려주세요.”라는 글로 되어 있다. 그런데 보통 서울시민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U’라는 로마자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고, ‘존’이란 말은 영어인지, 미국사람 이름인지 알 수 없다. 또 서울시는 “서울시와 일어서自!”라는 광고문을 붙이고 있다. 서울시 투자기관인 ‘서울메트로’는 “時 時 Call Call 걸어주세요.”란 이상한 광고문을 지하철에 붙이고 다닌다.
위 사진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메트로’의 광고문으로 한자와 영어가 뒤범벅이다. 이런 광고문은 옥외광고물 관리법의 표기 조항에 위반한 것이다.
이렇게 한자와 영어가 뒤범벅인 광고문은 「옥외광고물관리법」 위반이다. 우리 거리에는 정부나 공기업이 내는 이런 광고문이 수없이 많다. 개인 기업이나 일반인들의 잘못된 광고문은 따질 수도 없이 많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법을 지키자고 하거나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바보요 못난 사람으로 취급당하고 있다.
이 불법 광고물 단속이나 관리는 행정안전부와 그 산하 지방자치단체가 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오래 전부터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에 건의도 하고 찾아가 항의도 했다. 그러나 처벌 조항이 없다고 모른 체하거나 세계화 시대에 어떠냐는 식이다. 참으로 딱하다.
지난 2004년 한글학회 오동춘 감사(위 사진 가운데)와 필자(오른쪽)는 행자부 담당관을 찾아가 관련 규정을 보여주며 외국어 광고물을 단속해줄 것을 건의했으나 하나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런 규정이 있는 줄도 모르는 공무원도 많고 별 관심이 없기에 광고물 관련된 법과 규정을 소개하고 어떤 광고물이 법을 어긴 것이고 어떤 광고물이 법을 잘 지킨 것인지 소개한다.
광고물에 관련된 법과 규정
법률 제9636호 옥외광고물관리법 : 옥외광고물관리법 시행령 제13조 (광고물등의 일반적 표시방법) ①광고물의 문자는 한글맞춤법·국어의 로마자표기법·외래어표기법등에 맞추어 한글로 표시함을 원칙으로 하되,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한글과 병기하여야 한다. [개정 93·2·24]시행”
법률 제9491호 국어기본법 국어기본법 제4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①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변화하는 언어사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국어능력의 향상과 지역어의 보전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②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신·신체상의 장애에 의하여 언어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이 불편 없이 국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제10조 (국어책임관의 지정)
①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을 그 소속공무원 중에서 지정할 수 있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국어책임관의 지정 및 임무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14조 (공문서의 작성)
①공공기관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문자를 쓸 수 있다. [개정 2009.3.18]
②공공기관등이 작성하는 공문서의 한글사용에 관하여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개정 2009.3.18]
국어기본법 시행령 제3조 (국어책임관의 지정 및 임무)
①법 제1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중앙행정기관과 그 소속기관의 장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해당 기관의 홍보 담당 부서장 또는 이에 준하는 직위의 공무원을 국어책임관으로 지정하고, 이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개정 2008.2.29 제20676호(문화체육관광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②국어책임관의 임무는 다음과 같다.
1. 해당 기관이 수행하는 정책의 효과적인 대국민 홍보를 위한 알기 쉬운 용어의 개발과 보급 및 정확한 문장의 사용 장려
2. 해당 기관의 정책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국어사용환경 개선 시책의 수립과 추진
3. 해당 기관 직원의 국어능력 향상을 위한 시책의 수립과 추진
4. 기관 간 국어와 관련된 업무의 협조
이제 법을 잘 지킨 간판과 어긴 간판은 어떤 간판인지 살펴보자.
위에 두 간판은 종로에 있는 외국 회사 간판이다. 하나는 한글로만 썼다. 하나는 한글과 외국어를 같이 썼다. 부득이 외국어를 써야 할 때는 이렇게 한글과 영어를 함께 써야 한다. 외국 회사지만 둘 다 법을 지킨 간판이다.
위에 두 간판은 한국기업의 간판인데 영어로만 되어 있다. 법을 완전히 무시한 간판이다. 정부는 이런 간판을 처벌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그대로 두고 있다.
위 사진은 중국 연길시 간판이다. 중국 조선족 동포들은 중국에 살면서도 우리 말글을 지키려고 간판에 한글을 위에 쓰고 중국 한자는 아래에 쓴다. 한국 정부와 공무원들은 부끄러워하기 바란다.
이 사진은 서울시 산하 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 승강기 안에 붙인 광고문인데 세금으로 우리말을 파괴하고 있다. 이런 선전문은 나라의 법과 말글규정을 방송과 신문, 중앙정부기관도 심심치 않게 내 걸고 있다.
나는 9일 서울시에 이런 잘못된 광고문을 내 걸지 말라고 건의한 것에 대한 답변서를 받았는데 “그 의미를 시민고객들께 보다 더 쉽게 전달하기 위하여 광고적인 표현인 ‘서울시와 일어 自’라는 홍보물을 제작하여 부착한 것입니다.”라고 쓰고 있다. 더 의미가 쉽게 전달된다고 본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법과 규정을 잘 지키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한마디로 시민과 법과 규정을 무시하는 것이고 시정을 거부하는 것으로서 직무유기요 직무태만이고 불친절한 행정 처리이다. 한글단체는 공무원과 국민이 스스로 알아서 법과 나라말을 지켜주기를 바라고 참을 만큼 참았다. 공무원들이 세계화시대니 특허 낸 상표니 하면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시정할 조치를 하지 않고 국민 또한 나라말을 헌신짝 보듯 하니 새로운 조치가 절실하다. 국민의 건의를 무시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공무원법이나 근무규정 등을 살펴보고 정신을 차리도록 해야 한다. 처벌조항이 없어 힘을 못 쓰는 국어기본법과 옥외광고물관리법을 개정해 법과 나라말의 권위를 살리도록 해야겠다.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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