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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개인 이익 앞에 여지없이 짓밟히는 겨레얼

한글빛 2017. 3. 27. 16:59

개인 이익 앞에 여지없이 짓밟히는 겨레얼
<기고>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대전시 유성구청 항의방문기'
"소름이 끼쳤다...외국이름으로 덕보려는 짓은 창씨개명과 같은 행위"
 
이대로
단기 4343년(2010)년 4월 20일 오후 2시에 나는 한글단체 대표들과 함께 진동규 대전시 유성구청장을 만나려고 서울에서 대전 유성구청에 갔었다. 

유성구청장이 새로 생기는 행정구역 동의 이름에 ‘테크노’란 외국어를 넣어서 지으려는 것이 잘못임을 밝히는 한글단체의 뜻을 알리기 위한 항의 방문이었다. 

그런데 미리 약속하고 갔는데 구청장실이 아닌 ‘테크노빌리지아파트’ 주민을 모아 논 회의실로 우리를 안내했다. 약속시간 30분 전에 구청장실에 전화로 우리가 도착했음을 알렸는데도 구청장은 살짝 자리를 피하고 주민과 논쟁을 시키려는 계획된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서 당황스럽고 화가 났다.

▲ 한글관련 34개 단체 대표들이 항의방문을 마치고 유성구청사 현관앞에서 유성구는 외국어동명칭 사용계획을 당장 그만 두라고 요구하고 있다     ©씨티저널
그래서 한글단체 항의 방문단은 회의실을 박차고 나와 구청장이 없는 구청장실로 가서 “멀리서 온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무례하고 나라 일을 하는 행실이 떳떳하지 못하다. 이게 충청도 인심이냐? 왜 구청장은 만나기로 약속하고서 자리를 피하고 우리를 주민들이 있는 회의실로 몰아넣느냐? 구청장은 업무 시간에 선거운동을 하려고 나간 게 아니냐?”고 따지니 담당공무원이 잘못을 시인했다.

그리고 구청장이 10분 안에 온다고 하더니 40분이 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니 테크노아파트 주민도 구청장실로 와서 “한글단체 대표와 토론을 하자고 오라더니 어찌 되는 것이냐?”고 유성구청 공무원들에게 항의하고 우리에게 “왜 주민의 이익을 막느냐?”며 아파트 이름도 영어로 지어야 값이 비싸진다고 항의했다.

취재진들이 누가 주민을 모이게 했느냐고 물으니 구청 측은 주민이 스스로 알고 왔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취재를 하지 말라고 했다가 취재진의 항의도 받았다.

한 시간이 지나도 진동규 구청장은 나타나지 않아서 결국 우리는 정경자 부구청장에게 우리 항의문을 전달하고 구의회 의장을 만나려고 가니 의장실에 또 주민이 와 있어서 간신히 구의회 설장수 의장을 만나 항의문을 전하고 우리 뜻을 설명했다.

▲ 한글단체 항의 방문단이 정경자 부구청장(왼쪽 붉은 옷)에게 왜 구청장이 약속을 어기고 자리를 피했는지 따지고 있다     © 환타임스
다행히 설장수 의장은 자신이 이두를 만든 설총의 후손임을 밝히면서 구의회 회의 때 구의원들에게 우리 뜻을 전하겠다고 했다. 나도 설총을 내가 하는 국어독립운동의 할아버지로 모시고 받드는 사람으로서 반갑다면서 유성구청이 행정동 명칭을 처음으로 외국어로 짓는 불명예스런 일이 없기 바란다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다행히 그 자리에 함께 있던 구의회 이건우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고 강력하게 막겠다고 하고 이권재 의원도 함께 힘쓰겠다고 해서 고마웠다. 다른 구의원들도 우리 뜻을 이해하고 좋은 결정을 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유성구청과 주민들은 왜 중앙정부가 ‘주민센터’란 말을 만들어 쓰는데 자신들은 안 되느냐면서 ‘테크노동’이라고 해야 아파트와 땅값이 올라가는데 주민의 이익을 방해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구의원은 세계화시대에 영어를 쓰고, 지명이나 행정단위 명칭을 영어로 바꾸는 게 무엇이 잘못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리 우리말은 우리 얼이고, 우리말이 죽으면 겨레도 나라도 약해지고 죽기 때문에 우리가 그 뜻을 알리려고 왔다고 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지역 이기주의가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짓밟는 것이고 자신들의 행동이 역사와 후손에게 죄스런 것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대전시 유성구청 청사 입구엔 대문짝만하게 쓴 영어 구호가 가로막고 있다. 한글로 쓴 '유성구청'이란 글씨는 건물 꼭대기에 있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게 한국 현실이다.     © 환타임스
이제 영어 망국병은 더 이상 그대로 두면 고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중앙정부와 애국단체가 함께 우리말과 우리 얼을 지키는 국민교육과 계몽운동에 발 벗고 나설 때임을 절감했다.

영어로 아파트이름을 지으면 집값이 올라가서 이익인데 왜 자신들의 이익을 가로막느냐면서 나라는 어찌 되던지 자신에게 이익만 생각하는 태도는 매국노 이완용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 소름이 끼쳤다.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만든 게 정당했다고 자주 망언을 하는 일본의 이시하라 신타로 동경도지사가 며칠 전에도 그런 망언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가 오늘날 스스로 미국식 창씨개명을 하는 이 나라와 국민을 어떻게 볼 것인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겨레말이 겨레 얼임을 모르고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런 정신 상태는 일반국민뿐만이 아니라 나라를 이끄는 정치인과 나라 일을 하는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어쩌다가 나라가 이 꼴이 되었는지 가슴이 답답하다.

이제 미국과 국제 투기꾼의 세계화는 한국 국민의 판단력까지 마비시켰다는 느낌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세계화를 외치고 영어 조기교육을 시행하면서 얼빠진 나라가 되더니 삼풍백화점이 폭삭 무너지고 수많은 대형사고가 연달아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국제투기자본의 경제 식민지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도 그런 큰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니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이런 민족이고 국민밖에 안 되는가?!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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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4/22 [08:56]  최종편집: ⓒ 환타임스


출처 : 한말글 사랑, 리대로.
글쓴이 : 나라임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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