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공부한 사람,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 | |||||||||
<기고>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유학가려면 유럽을 가라" "외국말이나 배우러 유학갈게 아니라 앞선 학문을 배워와라" | |||||||||
옛날에는 선진국에 가서 우리보다 더 높은 지식과 학문을 배워오는 게 목적이었지만 오늘날은 남의 말이나 배우자고 미국이나 필리핀 같은 동남아로 가는 애들이 많다. 얼마전 신문에 보니 어학연수를 떠나는 대학생이 지난 8년 동안 두 배로 늘었으며 지난해 10명 중 4명이 다녀왔으며 7명은 내년에 유학을 가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거의 영어 공부나 하려고 유학을 생각한다니 걱정이다. 그 학생들이 외국에 갔다 오면 더 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얼빠진 못난이가 될까봐서 말이다.
내가 60평생 살아오면서 미국보다 독일이나 영국, 이태리 같은 유럽에 공부한 사람들이 더 훌륭해 보였기 때문이다. 독일 유학을 갔다 온 사람은 더 겨레와 나라를 사랑하는 얼찬이가 되어 오고 존경스런 분이 많았는데 어딘가 미국에 가서 공부한 분 가운데는 그렇지 않아 보여서다. 그런데 미국과 동남아로 가는 학생은 늘어나고 유럽으로 가는 학생은 줄고 있다고 한다. 나는 한국의 초대 문교부장관이었던 안호상 박사를 모시고 한글운동을 한 일이 있다. 이 분은 일제 때 중국에 가서 공부도 했고 독일에 가서 박사 학위를 받은 분이다. 그런데 일본말이나 한자나 독일어에 푹 빠지지 않고 우리말과 한글을 남보다 더 사랑했다. 그런 정신으로 활동을 하다가 일제 말에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본 경찰에 끌려가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세울 때 초대 문교부장관이 되어 그 올바른 정신으로 우리 말글로 교육을 할 수 있게 했다.
지금부터 20년 전 쯤 독일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젊은이가 귀국하자마자 나를 찾아왔다. 독일에서 공부하는 동안 우리 한글이 얼마나 훌륭하고 중요한 지를 절실하게 깨닫고 나를 도와 한글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그 때쯤 한글만으로 만든 한겨레신문이 창간되었는데 그 신문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고 한글의 훌륭함을 설명해주었더니 모두 감탄을 하고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그때 나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려는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비롯해서 한글사랑에 관한 글을 한겨레에 가끔 쓴 일이 있는데, 그걸 보고 나와 함께 한글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때 그에게 한글운동을 하면 한자파가 득실거리는 우리 대학에서 교수가 되기 힘드니 전임강사라도 되었을 때 만나자고 말린 일이 있다. 그 뒤 영국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딴 또 다른 분이 나를 찾아와 그런 말을 한 일이 있는 데 그 분은 바로 교수가 되었고 지금은 나와 함께 한글운동을 하고 있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미국 유학을 갔다 온 분 가운데 한국 혼이 빠져서 반 미국인이 된 걸 자주 본 것에 비해서 이 유럽 유학파들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함께 모시고 한글운동을 하는 이현복 서울대 명예교수는 영국 유학을 다녀온 분이고, 김수업 전 카돌릭대총장은 이태리 유학을 한 분이다. 그런데 신문 보도를 보니 대만은 미국보다 영국으로 가는 유학생이 더 많다고 했다. 중국도 프랑스로 유학을 가는 중국인 대학생은 2000년 2천100명에서 2007년 2만2천500명으로 10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그에 비해 우리는 유럽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은 급격하게 줄고 미국과 동남아로 가는 학생은 늘었다고 한다. 건국 초기 유럽 유학파들이 문교장관을 할 때와 오늘날 미국 유학파들이 교육부장관을 할 때와 견주어 볼 때 유럽 유학파가 더 잘하는 거로 보여서 미국과 동남아 유학생이 늘어난다니 우리의 앞날이 몹시 걱정된다. 미국 유학을 한 분들이 모두 그렇다는 게 아니다. 지금 나와 함께 한글운동을 하는 분 가운데 미국 유학을 갔다 온 교수도 한 분이 있고 다른 사회운동가도 있다. 그리고 훌륭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날 내 눈에는 미국 유학을 한 분들과 유럽 유학을 한 분들 가운데 유럽 쪽에 존경스런 분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너무 미국과 영어 편식이라 탈이 날까 불안해서 하는 말이고, 우리 자주정신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 하는 말이다. 아마 미국과 동남아 유학파가 많으니 그 분들이 이 글을 읽고 나면 벌떼처럼 대들지 모른다. 만약 내 말이 틀렸다면 미국 유학파인 현 교육부장관과 차관과 그 직원들부터 내 불안이 잘못이라는 걸 실천으로 증명해주기 바란다. 영어 열병 부채질부터 그만하고, 우리말을 업신여기지 말고 잘 지키고 빛내주기 바란다. 그리고 다른 미국 유학파들은 교육 당국자들이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불안스런 교육풍토부터 바로잡아주도록 힘써주기 바란다. 그럼 나는 미국 유학을 권장하고 미국 유학파들을 존경하겠다. 교육은 백년 앞까지 내다보고 해야 할 매우 중대한 일이다. 백년 뒤에 이 나라가 어찌 될 지 걱정되어서 욕먹을 각오를 하고 한마디 했다. 나라가 하루아침에 망하지 않는다. 조선이 망할 때도 일본 유학을 가는 사람이 많았고, 일본인이 한국에서 들끓기 시작한 수십 년 뒤에 나라가 쓰러졌다. 그 때 무기전쟁에 진 게 아니라 국민정신이 무너져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리고 외국말이나 배우자고 유학을 갈 게 아니라 좀 더 앞선 과학, 경제학 등의 지식과 정보를 배우고 선진 문물을 익히려고 유학을 가면 좋겠다고 생각되어 한마디 했다. 전에는 똑똑한 학생이 고학을 하면서 외국 유학을 했는데 오늘날엔 그렇지 않은 거 같아 걱정되어 입을 열었다.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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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04 [09:32] 최종편집: ⓒ 환타임스 |
출처 : 한말글 사랑, 리대로.
글쓴이 : 나라임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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