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대 국회 때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만들어 주다.
한글은 우리 글자이기에 우리 정부와 국민이 한글을 살려 쓰려고 애쓰고 있다. 말글정책도 한글만 쓰기가 근본이다. 이른바 한글전용법(법률제6호)을 대한민국을 세우던 1948년에 만들어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 정부기관의 공문서와 문패, 기관장의 직인, 보람(배지)과 깃발도 한글로 쓰는 걸 원칙으로 하고 행정부와 사법부는 잘 지키고 있다. 그런데 입법부는 국회의원 이름패도 한자로 쓰고 보람과 깃발도 한자인 國자가 或자로 보이게 쓰고 있다.
그래서 많은 국민과 한글단체가 수십 년 동안 이름패를 한글로 쓰고 보람의 或자도 한글로 ‘국회’로 바꿔 쓰라고 건의했다. 제 나라의 글자를 국민이 쓰라고 하지 않아도 국회가 먼저 써야할 판에 국회의원들은 한자만 고집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글단체는 14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원광호 의원을 통해 한글 이름패로 바꾸게 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듣지 않아서 299명 국회의원 모두에게 한글 이름패를 만들어다 쓰라고 주기로 했다.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회장 안호상)에서 의결을 하고 국민 성금을 모아 국회의원 이름패를 만들어서 주기로 했는데 국회는 받는 것도 거부했다.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한 사람들이었다. 그 때 한글문화단체에서 국회에 보낸 건의문과 한글 이름패를 만들어 준 이야기를 아래 소개한다.
국회의원 이름패를 즉시 한글로 바꾸라!
지난 8월 9일자 한겨레신문 5쪽에 “왜 한글 명패는 안 되나” 제목으로 원광호 의원이 국회사무처 의사국장에게 항의하는 사진 보도가 있었다. 한글을 사랑하는 우리는 국회 의사국장의 몰상식한 행위에 놀라움과 분노를 느낀다. 과거 일제 때 공무원이나 일제 앞잡이와 얼빠진 사람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위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 그 나라의 국회의원이 자기 이름을 제나라 글자로 쓰겠다고 하는 데 그 나라 공무원이 나서서 못 쓰게 하는 일이 있는가? 아무리 미개한 나라에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세계 으뜸 글자인 한글이 있기에 우리도 문화 민족이라고 자부하며 한글을 사랑하고 즐겨 쓰는 우리들은 저런 얼빠진 공무원에게 나라 중책을 맡긴 것을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
만약 그 국회의원이 자기 이름을 일본 글자나 중국 글자나 미국글자 등 다른 나라 글자로 썼다면 몰라도 제나라 글자로 자기 이름을 쓰겠다는 데 남의 나라 공무원도 아닌 제나라 공무원이 왜 못 쓰게 하는가? 우리는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을 때 일본 공무원들이 우리 글자인 한글을 못 쓰게 한 것을 떠올리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 그 찌꺼기가 남아 있음을 확인하고도 어쩌지 못하는 힘없는 백성임을 서글퍼한다.
공무원들이여! 온 국민이 보는 공문서 글자는 할글로 써야 한다는 법(법률 제6호)은 있어도 국회의원 명패를 한자로 써야 한다는 법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지금 당장 국회 공무원들은 자신의 잘못을 빨리 뉘우치고 더 이상 배달겨레의 자존심이요 보배인 한글을 멸시하는 일을 하지말고 우리말과 한글을 살리고 사랑하는 데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국회의장은 얼빠진 국회 사무국장을 당장 문책하고 모든 국회의원들의 이름패를 한글로 바꿔줄 것을, 한글을 사랑하는 온 겨레의 이름으로 강력하게 요구한다.
만약 우리들의 충정어린 요구를 받아주지 않으면 한글을 욕되게 한 정치인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길이길이 후손들로부터 미움을 받을 것이다.
끝으로 한글을 살리고 빛내기 위해 애쓰는 원광호 의원에게 한없는 찬사와 고마움을 보내면서 한글을 사랑하는 온 국민은 함께 얼어나 우리의 요구가 이루어질 때까지 강력하게 싸울 것을 다짐한다.
1992년 8월 14일, 광복절을 하루 앞둔 날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국회 사무처의 답변]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귀중
먼저 바쁘신 가운데서도 관심을 가져 주신데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서신에 답하여 국회의원 이름패의 한글쓰기와 관련된 본 건의 진행상황과 사무처의 입장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헌국회이래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문으로 써온 것이 선례이며 국회는 선례를 중요한 운영지침으로 삼고 있는 점과 국회는 회의체인 관계로 국회의원 전체에 관련되는 사항에 대해서 어떤 개선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먼저 국회의 논의가 있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지금 현재로서는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쓰기가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지난 7월 23일에 원광호의원의 소개를 받아 귀 모임에서 본건과 관련하여 “국회의모든 이름표(명패) 한글로 바꿔쓰기에 관한 청원”을 제출하심에 따라 14대 국회에 들어서면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는 9월 14일에 개회되는 정기국회에서 동 청원에 대한 심사를 통하여 이 문제에 대한 국회의 방침이 결정될 것이며 사무처는 이 방침에 따르게 될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1992. 9.
국회 사무총장 이 광노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건의문]
존경하는 국회의원님들께
추운 날씨에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실 줄 압니다. 저는 우리말과 한글을 사랑하고 즐겨 쓰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도리요, 배달겨레의 앞날을 밝게 하는 일이라고 굳게 믿고 우리말 한글사랑운동을 하고 있는 국민입니다.
저는 지난해 국회의원들의 이름패를 한글로 써 주길 바라는 청원을 국회에 내는 데 참여했었고, 의원님들의 이름패를 만들어 증정하기 위해 국회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청원 결과가 없어 궁금하던 차에 오는 11월 25일에 청원 심의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글은 세계 어느 글자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훌륭한 글자란 것을 의원님들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한글은 우리 겨레의 슬기와 독창력이 빚어낸 귀중한 문화유산인데 지난 500년 동안 우리 국민 스스로 깔보고 쓰지 않아 천박스런 글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외세에 눌려 살아 온 지난 500년 간은 자주, 민주글자인 한글이 빛을 보지 못했더라도 자주독립 의지가 넘치는 오늘날 민주 시대에 한글이 날로 많이 쓰여져서 빛나고 있고, 나라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하고 있습니다. 민주 개혁시대인 오늘날 민주 개혁 의지에 의해 태어난 한글이 빛나는 것은 당연한 역사 흐름이고 시대 사명인 줄 압니다.
그런데 일반 국민은 말할 거 없고 행정부와 사법부는 한글을 즐겨 쓰는데 입법부인 국회만 한글을 외면하고 있어 국민의 원성이 높습니다. 또 많은 국민이 정치(국회)쪽만 개혁 의지가 약하고 변하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자는 요즈음 찬바람에 뒹구는 낙엽과 같습니다. 지난날 우리글자인 한글이 없어 한자만 많이 쓰일 때에는 그 가치가 컸지만 오늘날엔 낙엽처럼 쓸모가 적습니다. 그러한 낙엽을 쓸어버려야 환경이 깨끗해집니다. 그러나 한글은 새싹입니다. 새싹은 잘 키워야 합니다. 이제 한글은 잘 키우고 한자는 버리는 게 순리이며 겨레의 앞날을 밝게 하는 일입니다.
개혁시대 개혁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또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려면 이번에 우리가 낸 청원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그러면 후손들로부터 세종임금처럼 존경받을 것입니다.
찾아 뵙고 말씀드리고 싶었으나 나라 일에 바쁜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아 편지로 말씀아뢰게 됨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면서 의원님께서 뜻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길 빌며 줄입니다
1993년 11월 24일
한말글 사랑 겨레모임 대표 이대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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