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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4.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을 뽑아 발표하다

한글빛 2017. 11. 2. 06:15

 14.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을 뽑아 발표하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이대로

김영삼 정권은 국제화를 부르짖으면서 한자 조기교육을 하겠다고 나서더니 세계화를 외치며 영어 조기교육까지 한다고 나선다. 그러니 국민들이 더 우리 한말글을 우습게 여기고 한자와 영어에 얼이 빠진다. 한 나라의 말은 그 나라의 얼이고 뿌리인데 그 나라 말글살이가 어지럽게 되니 얼빠진 나라가 된다.


그리고 마침내 나라살림이 거덜 나서 1997년에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게 된다. 경제 주권을 국제통화기금에 빼앗긴 경제 식민지가 된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뽑히지 않는다는 것을 잊은 것이다.


그 꼴을 본 글쓰기 연구가 이오덕 선생과 지식산업사 김경희 사장이 우리 말글을 살려서 튼튼한 나라를 만들자고 해서 1998년에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을 함께 만들고 공동대표를 맡게 된다. 그리고 이오덕 선생이 주장으로 ‘우리말 우리얼’이란 회보를 다달이 내며 바른 말글살이가 무엇인지 글로 알려주고, 내 주장으로 한글날부터 해마다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을 뽑아 발표한다.


나는 처음에 “우리말을 지키고 바르게 쓰는 사람에게 ‘세종대왕상’을 주고, 우리말보다 남의 말글을 더 섬기면서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히는 사람에게 ‘최만리상’을 주자.”라고 했으나 이오덕 선생이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 뽑기”란 이름으로 하자고 해서 그렇게 정했다가 몇 해 뒤에 ‘훼방꾼’이라는 말이 한자말이니 ‘헤살꾼’이란 토박이말로 바꾸자는 이들이 있어서 그렇게 바꿨다. 그리고 1999년부터 2000년까지 11회를 하고 마쳤다.


1999년 1회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한승헌 감사원장을 뽑고 으뜸 헤살꾼으로 김종필 총리를 뽑았다. 한승헌 감사원장은 우리 모임 이오덕 선생을 모시고 감사원 전 직원들에게 공문서 바로쓰기 교육과 우리말 살리기 강연을 하면서 우리 한말글을 살리고 바르게 쓰려고 애쓰는데. 김종필 총리는 한글을 우습게 여기고 일본처럼 공문서에 한자를 섞어 쓰자는 정책을 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와 관련해서 현직 문화부장관과 국립국어원장 들 고위 정책 책임자들과 영어 조기교육을 주장하고 회사 이름을 영어로 바꾸는 회사들을 함께 헤살꾼으로 뽑았다.


그리고 우리말 지킴이 열 분이나 단체를 뽑아 해마다 발표했는데 으뜸 지킴이로는 한글날 국경일 제정에 앞장선 전택부 선생,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서 쓰자는 백기완 선생, 일본 말투로 된 법률 문장을 쉬운 말로 바꾸는 일을 한 법제처, 문화회관 이름을 ‘어울림누리’라고 토박이말로 지은 고양시, 국어사전에 잘못된 일본 한자말을 뽑아내는 일을 하는 국어사전 전문가 정재도 선생, 맞춤법과 로마자 표기법 같은 우리말 규정이 틀린 것을 바로잡는 기술을 개발해 널리 쓰게 한 부산대학교 ‘우리말 배움터’ 누리집(권혁철 교수)을 뽑고, 우리말을 잘 지키고 살려서 쓰는 중국 연변 동포와 여러분들을 뽑아서 칭찬했다.


헤살꾼도 해마다 열 명을 발표했는데 으뜸 헤살꾼으로는 영어 조기교육을 주장하는 한국소설가 협회(회장 정을병)와 자유기업센터(소장 공병호),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반대하는 경제 5단체, 한국통신이란 우리말 회사 이름을 버리고 영문으로 회사 이름을 KT . 한자교육진흥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박원홍, ‘Hi Seoul’이란 영문구호를 만들어 쓰기 시작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따라서 그 짓을 하게 한 서울특별시(시장 이명박), 고속철도 이름을 영문 KTX 라고 지은 철도청, 우리말 교육보다 영어 교육에 더 힘쓰는 교육부 들을 뽑아 우리 한말글을 더 사랑하라고 꾸짖었다.


우리가 이 일을 한 것은 어떤 일이 우리말을 지키는 일이고 무엇이 우리말을 짓밟는 사람인지 알려주어서 우리말을 지키고 살려서 힘센 나라를 만들자는 뜻이었다. 그런데 훼방꾼으로 뽑힌 이들은 자신들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반발했다. 중앙인사위원장, 국방홍보원, 한자단체 들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내용증명도 보냈다. 그 반면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에서 직제 명칭을 영어로 정한 것을 보고 우리말로 바꾸지 않으면 훼방꾼으로 뽑겠다고 하니 바로 우리말로 바꾼 일도 있다.


그래서 한자 숭배자들은 줄었으나 외국 말투로 쓴 글과 영어 숭배자들은 줄지 않고 있다. 영어로 회사 이름을 바꾸었다고 회사가 더 잘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망하니 그 바람이 좀 주춤했다. 지난날 우리 헤살꾼으로 가장 많이 뽑힌 단체와 사람은 나라를 이끄는 정부기관과 공무원, 대기업들과 학자들이다. 참으로 한심스런 일이다.


나라 밖에서는 우리 말글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데 나라 안에서는 한말글이 찬밥 신세다. 우리말을 죽이고 외국말을 섬기는 데는 세금을 수 조 원씩이나 쓰면서 우리 말글 교육과 정책에는 수백 원도 안 쓴다. 한심하고 부끄럽다. 이제 제발 세계 으뜸 글자인 한글이 돈이고 힘센 나라를 만들어줄 최신 무기란 것을 알고 한말글을 즐겨 쓰고 빛내자.

[태안신문에 이어서 쓰는 글입니다]

출처 :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글쓴이 : 이대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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