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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한글학회 강당.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글학회가 주관하는 '우리 말글 지킴이'에 선정되어 위촉장을 받은 신기남 의원(새천년 민주당)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의 회장인데도 아직까지 성사를 시키지 못해 부끄럽다"면서 "그런데도 우리 말글 지킴이로 선정된 것은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일 것"이라고 밝혔다. 신기남 의원은 "한글날은 우리 민족의 영광과 영원함을 약속하는 날인데도 그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한글날의 국경일 승격을 결정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중, 경기고, 서울 법대를 졸업한 뒤 변호사로 일한 신기남 의원은 한국방송공사의 '여의도 법정'과 문화방송의 '생방송 변호사' 등 방송 프로그램도 진행한 바 있다. 제15대에 이어 16대에서도 국회의원(서울 강서갑)으로 활약 중이다. 지난 90년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시키기 위해 활동한 점을 인정받아 최근 '우리 말글 지킴이'에 선정됐다. 신 의원의 '우리 말글 지킴이' 위촉식은 31일 오후 한글학회 강당에서 열렸다. 신 의원에게는 '우리 말글 지킴이' 위촉장과 순금 메달이 수여됐다. 신 의원과 함께 정의순 수녀(대구 성바오르 안나의 집)도 '우리 말글 지킴이'로 선정됐다.
- 한글은 우리 겨레의 빛나는 문화유산이라고 한다. 한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말 우리글은 우리 민족이 존재하게 된 근원이고 동시에 우리 민족이 존재할 수 있는 근거다. 전 세계적으로 5000여개의 언어가 있지만 100만명 이상이 쓰는 언어는 100여개에 불과하고 수많은 민족과 언어가 사멸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글은 8000만명 이상이 쓰고 있는, 세계 10위권의 대단한 언어다. 우리가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독자적인 언어를 쓰는 데 있다. 문자와 언어가 일치하는 것은 놀라운 일인데 그런 민족은 많지 않다. 한글은 기능적으로도 우수하다. 특히 컴퓨터 시대에 아주 적합하다. 한글은 우리말에 맞춰서 발명된 맞춤형 글자다. 우리가 잘 계승하여 발전시키는 게 세계사적인 사명을 다하는 길이다. 한글을 지키는 일을 우리가 맡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때문에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어 한글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 옛날엔 한자 때문에 한글이 훼손 당했는데 요즘은 영어 광풍이 불어 닥쳐 부작용이 심각하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올바른 국어 생활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어느 민족의 언어와 문화가 사멸하는 이유는 그 민족이 세계사적 의무를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사는 다양한 문화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영어 만능주의가 언어의 획일화를 조장하고 있어 안타깝다.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영어를 넣고, 영어 공용화론까지 제시하는 것은 짧은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어린이들이 기본 사고를 형성할 때 국어교육을 확실히 해야 한다. 세계화 바람에 따른 편의주의 사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자 교육도 필요하다고 본다. 기초적인 한자는 초등학생들에게도 적절하게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기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우리 말글 지킴이'로 선정됐다. 한글날이 국경일로 제정될 수 있겠는가.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어야 하는데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 이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데 (이들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 행정자치부의 일부 관료들의 몰이해와 부딪칠 때 정말 막막하다. 일부 기업인들이 국경일을 단지 노는 날로 인식하고 있다. 또 노동자들을 하루라도 더 놀게 하면 경제가 나빠지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들을 이해시키는 게 쉽지 않다." -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는 일이 몇년째 성사되지 않고 있는데. "2000년 11월 이후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드는 데 찬성한다며 서명한 의원이 모두 108명이다. '한글날 국경일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의 회원수도 45명이나 된다. 그런데 서명을 하는 의원이 많은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 안건이 국회 본회의장에라도 오르면 통과될 수 있을텐데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힘들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올라와야 하는데 행자위에서 한글을 보수적인 관점에서 본다. 일부 의원들은 찬성을 한다. 그런데 정부 측 의견을 참고하여 국경일을 조정해야 하는데 행정자치부에서 반대를 하거나 회의적인 의견을 내 놓는다. 행자부에서는 노는 날을 하루라도 더 만들면 국가 경제가 후퇴한다는 논리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다. 특히 주 5일제 근무와 맞물려 재계에서 한글날의 국경일 제정을 반대해 왔다. 다시 말하면, 경제 지상주의가 먹히는 실정이다."
"핵심은 행정자치부가 갖고 있다. 행자부의 김두관 장관은 젊고 진보적이다. 하지만 그 밑에 있는 관료들이 옛 시각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노는 날이 실제로 많지 않다는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사실 휴가를 제대로 찾아 즐기는 것도 아니고, 주 5일제를 실시한다고 해도 주당 근무시간이 상당히 많은 실정이다. 노는 날이 많아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면 곤란하다고 하지만 하루 쉰다고 해서 경제가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공휴일이 12일이고 국경일이 4일이다. 쉬지 않고 일하는 기념일은 36일이다. 만약 일하는 날이 줄어 드는 것 때문에 한글날의 국경일 제정이 곤란하다면 공휴일 수를 조정하면 된다. 이것은 법률 개정없이 대통령령으로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된다."
"그렇다. 한글날의 국경일 제정은 단순히 노는 날을 하루 줄이고 늘이는 문제가 아니다. 의지만 있다면 한글날의 국경일 승격을 위해 공휴일을 조정할 수 있다. 사실 어린이날과 식목일은 꼭 노는 날이 아니어도 되지 않는가. 그런데 한글날의 국경일 제정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은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한글과 한글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얼마나 큰 의미가 담겨 있는 날인지를 모르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영광과 영원함을 약속하는 날인데 그 중요성을 가볍게 넘기고 만다. 일부에선 '국어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국경일이 될 수 있느냐'고 되묻는 경우도 있다. 한글은 창제일과 창제자가 분명히 기록된 문자다. 외국에선 문자에 관한 국경일을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든다. 남의 글자를 차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사정을 깨달으면 공휴일을 조정하여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드는 일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
"4대 국경일 중 개천절을 빼면 모두 최근 100년 내에 벌어진 사건을 기초로 한 것이다. 그중 제헌절과 개천절은 건국에 관련된 것이고, 삼일절과 광복절은 일제와 연관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역사에 일제시대만 있었는가? 일제와 싸운 게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인가. 왜 해방 이후 것만 국경일로 제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유구한 역사를 증명할만한 국경일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한글이 나온 것은 정말로 천우신조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지 않았으면 지금까지도 한글이 없었을 것이다. 아마 이두 문자를 쓰거나 일본처럼 가나를 빌렸을 것이다. 물론 우리 문학도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아울러 전통 문화가 제대로 기록되었겠는가. 국민들은 이두 문자를 쓰고 지식인들은 한자를 쓰는 식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중국화되어 독립된 국가라고 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한글이 없었으면 민족문화의 힘이 비교안될 정도로 낮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때문에 한글 창제는 민족사 최대의 사건이다. 한글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마누라가 보기 싫어도 없을 때를 생각해 보듯이 한글이 없을 경우에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지 생각해 보라."
"국회의원이 한글날에 관심을 갖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이색적으로, 신통하게 볼 것이다. 게다가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드는 데 앞장서다보니 약간 돋보였는지도 모르겠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기 위해선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한글학회나 한글운동가들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법률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의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본다." - 2000년 10월에 신기남 의원이 주도하여 '한글날 국경일 지정을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는데 당시 상황을 이야기 해 달라. "10여년 전 한글날이 법정 공휴일에서 빠지고, 한글날 기념식도 너무 소홀하게 치러 화가 났다. 한글에 대한 민족사적 의의가 크다고 보기 때문에 한글날의 국경일 제정을 위해 일하게 되었다. 맏딸의 이름(신하늘-대학 1학년)을 순우리말로 지을 정도로 한글을 사랑한다. 둘째도 한글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는데 어른들께서 '족보에 올리기 어렵다'고 말리시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글은 우리 민족 정신의 근원인데 오랫동안 천대를 받아왔다. 외래어가 범람하고 초등학교에서도 영어를 가르치고, 유아들을 상대로 영어교육을 하는 것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민적, 상징적인 일이 필요하다고 보아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하는 일을 시작했다. 단순히 공휴일로 만들자는 게 아니다. 하루 더 놀자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여 민족 문화를 융성하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드는 것은 정말로 큰 의미가 있다. 한글학회에서 이 일을 해왔는데 이젠 국회에서 해야 한다. 정부 입법으로할 경우엔 문화관광부에서 찬성을 해도 행정자치부와 경제부처가 반대를 하기 때문에 의원 입법을 하는 게 유리하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려고 해마다 시도를 했는데 성사되지 않았다. 대통령과 행정자치부 장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통령이 한글날의 의미를 깨우쳐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8.15 해방 이후에 태어난 한글세대다. 일본어 교육을 받지 않은 세대로 트인 생각을 가진 분이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한글날의 국경일 제정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대통령 당선 뒤에도 마찬가지다. 공휴일을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이번 기회에 한글날의 국경일 제정 문제와 맞물려 공휴일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공휴일로 해서는 그 중요성을 모른다. 한글이 위대한 민족문화의 유산이고 중요한 의미를 가진 국경일이라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 문자와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살아나면, 민족의식이 살아나고, 그 다음엔 우리 민족의 영광이 올 수 있다. 모든 게 민족 자부심을 바탕으로 진행될 것이다. 민족의 에너지를 응집시키고 우리 민족이 하는 게 바람직하게 전개될 것이다. 민족 자부심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는 큰 차이가 있다. 민족적 자부심이 대단한 나라는 다른 민족과의 관계도 좋다. 물론 배타적으로 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가난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재도약을 해야 할 때다. 이런 시기에 민족의식을 키우는 '국경일 한글날'이 필요한 것이다. 한글날은 국민정신 교육에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민정신을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하는데 한글날이 좋은 재료다. 세계 어느 나라도 문자를 기념한 국경일은 없다. 다른 나라는 하고 싶어도 못한다. 한글은 세계적인 발명 특허다. 한글날을 문화 국경일로 만들어 자랑하고 자축을 해야 한다. 일본은 (문화적으로) 아무 것도 없는데 문화절을 만들어 기념을 하고 있지 않은가." - 한글날의 국경일 제정 운동을 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한글 운동과 인연을 맺은 적이 있는가. "법과 대학을 나오고 고시 공부를 했지만 원래 (한글로 쓴)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 문화관광부에서 국어기본법을 제정한다는데. "국어기본법은 언어 사용의 오용을 막고, 한글을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법이다. 국가가 국어 발전에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매우 필요한 법안이라고 본다. 여러 법률이나 규정에 말글에 관련된 언급이 흩어져 있어 국어기본법을 통해 일관성 있게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하지만 검토 과정에서 보완하면 된다."
"자기 민족이 지켜온 전통을 잘 간직하여 전승하는 것은 그 민족에게 떨어진 의무다. 민족문화를 보존하여 발전하도록 해야지 사멸되도록 하면 안된다. 서양문화가 팽배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게 아니다. 다른 문화를 침범하여 뒤덮어 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해야 하는 것이다. 하나로 통일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때문에 각 민족이 고유 문화와 언어를 지키기 위해 저지선을 세우고 분투를 해야 한다.
우리 민족을 너무 비하하면 곤란하다. 우리처럼 심오하게 고유 문화를 활짝 피운 민족이 많지 않다. 인구만 해도 결코 기죽을 필요가 없다. 우리처럼 빛나는 문화를 지켜온 민족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정말로 세계에 자랑할만한다. 이를 후세에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어떻게 보는가. "세종대왕은 대단한 사람이다. 한글을 상당히 잘 만들었다. 당시에 학문적 수준이 얼마나 높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집현전 학자들에게 연구하도록 하여 한글이 나온 것이지 우연히 나온 게 아니다. 당시 문화 수준이 세계 최고였고, 학자를 양성하는 체계도 무척 좋았다. 우리 역사상 가장 영광스런 시대였다고 본다. 그래서 한글이 나온 것이 아닐까. 세종대왕 시절은 부국강병도 이루고, 발명품도 많이 나온 문화과학의 시대였다. 당시 국세가 대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도 정치가 발전하면서 국운 융성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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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글쓴이 : 이대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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