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발전 기본 계획안을 살펴보고 느낀 이야기
이대로 :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한글날 행사 때문에 계획안을 자세히 살펴보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번 회의를 마치고 대충 살펴 봤습니다. 이 안을 만드시느라 애쓰셨겠지만 계획안이 매우 중요한 것인데 견주어 볼 때 계획안에 문제점이 많아 보입니다. 계획된 날짜에 맞추어 서둘러서 발표할 게 아니라 많은 분이 자세히 검토하고 충분히 의논한 뒤에 안을 확정해야겠습니다. 국어심의회 때에 여러분이 말한 것에다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가. 계획안 모두에 관한 느낌
1. 이번 계획안이 국어기본법 제6조에 따라서 5년마다 수립하는 국어 발전(빛내기)과 보전(지키기)에 관한 정책 계획이라고 하는 데, 발전에 관한 계획만 있고 '보전(지키기)'에 관한 계획이 없다. 국어가 위기라고 말할 정도로 영어에 밀려 죽어가고 있어 국어 보전이 큰 문제인데 어째서 그 대책을 세운 계획이 없는지 궁금하다.
따라서 영어로부터 우리말을 지키려는 계획안, 우리 토박이말을 살리고 바르게 쓸 계획과 사업을 다시 짜 넣어야 한다.
2. 지금 짠 국어 발전 계획안도 일반 국민 국어생활과 거리가 멀고 학술 연구와 조사에 치중되어있어서 학자들 연구비나 활동비를 타 먹으려는 데 목적과 목표가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이 국어와 한글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스스로 국어를 바르게 알고 쓰려는 노력을 할 계획과 사업을 늘려야 한다. 사대주의, 식민지 근성이 뿌리깊게 박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말을 천대하고 외국말을 섬기는 풍조를 씻어낼 정신개혁안과 사업을 많이 하고 지원해야 한다.
한글날이 국경일이 된 것을 계기로 그 의식을 높일 한글날 경축행사 지원과 국어와 한글 시민단체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 올해 한글날은 국경일이 된 첫해로서 매우 뜻깊은 한글날인데 예산이 없어 뜻있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같은 국경일인 광복절은 예산이 100억 원이라는 데 한글날은 2억도 안 되었다. 그런데 새해 예산도 4억 정도니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3. 계획안 문장 자체가 국어 발전을 위한 게 아니다. 처음부터 많은 분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낱말이 어려운 말이고 문장 또한 우리말답지 않다. 우리말을 더 바르고 깨끗하게 쓰는 모범 문장이 아니다. 우리말을 더 꼬이고 복잡하게 만드는 기업 홍보물을 보는 거 같다.
될 수 있으면 쉽게 써야 한다. "신어 조사"란 말도 "새로 쓰는 말 조사"로 하면 좋겠다. "문화적 인프라 구축 필요", "정보망 구축과 종합정보 시스템 운영", "콘텐츠 증가"등 순화 대상 문장이 많다. 이런 문장으로 된 국어 발전 계획안을 만든 정신상태로는 아무 일도 제대로 풀 수 없다고 본다.
4. 3대 중점 과제와 10대 추진 과제가 서로 연관성이 없다. (남영신님 의견, 홍윤표님은 3대 중점 과제는 외국 사업이고, 10대 추진 과제는 국내 사업으로 보았다고 말함). 전체를 다시 검토하고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5. 국어원의 몸통을 불리고 예산을 따먹으려는 목적과 목표만 보인다는 말이 국어심의위원들 입에서도 여러 번 나왔다. 국민 국어생활과 거리가 있는 계획안이라는 비판이 있을 거 같다.
예산 확보가 중요하지만 진짜 나라 말을 빛낼 계획과 사업을 많이 해야 한다.
6. 심의위원이 제대로 검토할 시간도 없었다. 전자우편으로 보낸 자료도 회의 날에 받아볼 수 있었고, 회의 때 인쇄한 자료도 글씨가 너무 작다. 한 쪽에 네 쪽을 함께 올려서 글씨가 깨알만 하니 볼 수가 없었다. 일부러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게 한 거처럼 보인다.
이 계획을 누가 작성했는지 알고 싶다. 그리고 책임을 묻고 담당자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 조항마다 느낀 문제점
1. 2쪽에 있는 추진 목적과 목표
목적에 "바른 국어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가 들어가야 한다. 목표가 문화역량 강화와 창조가 아니라 국어발전을 통해 문화발전을 하는 데 두어야 하는데 그 모형이 거꾸로 되어있다.
2. 4쪽에 '국내의 환경 변화'에서
단순한 외국어, 외래어 사용증가를 따지는 거보다 영어 섬기기 풍조, 국어 깔보기 풍조를 가장 중요하게 지적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책을 계획안에 자세하고 중대하게 세워야 한다.
3. 8쪽 '문제점'에
방송과 신문이 국어를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문제를 중대하게 지적하고 그 대비책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 또 전문 용어 표준이나 통일도 중요하지만 일본 한자말이나 영어 전문용어를 그대로 쓰는 문제를 풀 대책과 사업을 넣어야 한다.
4. 9쪽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지원 체제'에서
국어능력 검정 응시자 확대나 국어상담소 강화보다 국민 스스로 바르게 말하고 글을 쓰려는 노력을 하는 풍조 조성이 더 급하다. 말을 잘하고 글을 쓰는 사람을 칭찬하고 소개해서 따라하도록 힘쓰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5. 15쪽 '국어 정책의 기본 방향' 에서
'국어 보전(지키기)과 국어를 잘 알고 바르게 쓰게 하기'가 가장 중요한데 빠졌다. "의사소통과 문화 창조를 중심으로 사회 통합과 문화 교류를 실현하는 거시적 국어 정책 구현"이 최종 방향으로 나와 있는데 그 방향이 뚜렷하고 밝지 않고 뜬구름 잡는 식 문장으로 되어있다.
6. 16쪽에서 21쪽까지 3대 중점 과제와 추진 과제가
나라 밖의 일이나 사람 중심으로 되어있다. 나라 안 국민의 국어생활과 국어 사용 능력을 높이는 게 중점으로 되어야 한다. 또 나라 밖 한국어 교육은 그 현지인이 바라는 것을 돕는 쪽으로 가야 한다. 정부가 직접 하기보다 외국인이나 교포가 스스로 하도록 하고 그들을 돕는 쪽으로 가야 한다. 누리통신과 방송을 통한 한국어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7. 사전 편찬에 너무 돈을 많이 들인다. 30쪽 다국어 웹 사전 15억, 76쪽 민족어 사전들에 100억 원을 들인다고 한다. 지금 겨레말사전에도 많은 돈을 지원하고 있는 줄 안다. 표준 국어사전이 100억 원을 들였지만 그 결과에 대한 비판이 많다. 그 보안에 힘쓰고 새로운 사전 편찬은 줄여야 한다. 민족어 사전이 어떤 사전인지도 나는 잘 모르겠다. 예산 따먹기란 비판 여론이 있다.
8. 국민 국어사랑 정신과 국어생활 능력을 높이고 바로잡는데 드는 예산이 사전 만들기나 조사 사업 예산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적다. 사전을 만드는데도 115억 원, 각종 조사(72쪽 국어능력실태조사 40억 원, 73쪽 문화어 조사 30억 원, 74쪽 한국어 지역분포조사 21억 원, 77쪽 신어 조사 연 9천만 원과 그 밖에 사업에 조사비용 많음)에 100억 원 이상, 97쪽 시대별 우리말 구축에 95억 원 등 목돈을 들이는데, 국어생활능력을 향상시키고 바로잡는 59쪽 국어순화 8.7억 원, 60쪽 방송어 환경개선 1.3억 원, 공문서 바로잡기 1.3억 원, 한글날 행사 3억 원, 국어단체 지원 연 1.5억 원 등으로 모두 푼돈을 쓰고 있다.
9. 54쪽 새터민 정착 언어교육지원, 46쪽 국어발전 중장기 계획관련 법령정비, 60쪽 매체 언어 환경개선 들엔 예산 내용이 없다.
10. 국어원 명칭을 국어청이나 국어정책청으로 정하면 좋겠다. 성씨 표기에서 두음법칙에 성씨는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규정을 만들어서라도 '류, 리, 라' 씨들을 적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로마자와 외래어 표기법은 전문가를 모셔 좀 더 자세하게 검토하고 토론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다. 마무리
이 밖에도 계획안이 허술한 데가 많다. 심의 소위 위원뿐 아니라 모든 위원들과 관련 단체에 미리 전자우편으로 보내서 충분하고 자세히 검토해 의견을 보내도록 부탁하고 관련 자료를 가지고 종합토론한 뒤 안을 확정하고 발표해야겠다. 심의회를 더 열어서 심의위원들 의견이라도 충분히 들어야 할 거로 보인다. 그리고 중앙정부와 국회를 빨리 방문해 새해 예산 확보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지난날 국어연구원과는 다르다는 반응이 나오길 바란다. 다른 분들도 자세하게 살펴보시고 모두 의견을 내주시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국어심의회는 무엇을 했느냐는 받을 것이다.
출처 :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글쓴이 : 이대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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