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스마트타운 플랫폼” “해피카쉐어링” “랜드셰어” “꿈e든카드” “워킹맘” “경기가족여성e야기” 한글과 로마자가 뒤섞여 뜻도 잘 알 수 없는 이 용어들은 공공기관의 누리집을 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누리집 알림창(팝업창)에 등장한 표현이다.
공공서비스 누리집(웹사이트) 상당수가 영어를 비롯해 어려운 낱말, 국적불명의 혼합어를 많이 사용해 국민들이 정책을 알고, 이용 하는데 불편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위원장 이대로)는 경기도와 함께 경기도내 공공기관인 지방자치단체, 기초지자체, 대민서비스(전자정부), 공사·공단, 교육기관 등 104개 누리집(홈페이지)을 대상으로 누리집에 게시된 정책 자료 등 공공언어를 조사 평가한 결과 아직도 영어, 어려운 한자어, 전문용어, 혼합어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자체 최초로 실시한 이번 실태조사는 경기도가 지원하는 경기도국어문화진흥사업을 통해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가 수행했다. 대상 기관은 현 경기도내에 한하여 선정했으며, 특히 기존의 공공언어 조사 평가와 다른 점은 공공기관 누리집만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는 한글학회 얼말글교육관에서 4일(목)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로마자의 경우 “Gyeonggi GoyangOffice of Educ”와 같은 어절수준의 로마자 오용과 “ChampionshipsA-PoolGoyang”와 같이 뜻을 번역하기조차 힘든 어휘들의 사용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자의 경우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특정 1음절 남발(現 외)이 심하고 “中企, 大賞“ 등의 관습적 한자를 섞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명백히 국어기본법 위반이다.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 작성에 규정에서는 “Total, Win-Win과 같은 외국어는 번역하거나 순화경우라 해도 외국 글자는 괄호 안에 표기해야 한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공문서를 작성할 때 가장 큰 문제는 로마자나 한자를 그대로 쓰는 경우이다.
이번 조사 평가의 주요 특징은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가 조사 평가 대상 자료 수집부터 평가까지 누리집(웹, Web) 기반의 자동화 평가 프로그램, ‘한글누리미’를 이용하였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은 온라인의 문서 자료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평가 도구로 정보통신 전문가와 국어 전문가, 한글 단체 등이 참여해 개발했다.
이대로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 위원장은 발표회 연설에서 “오늘날 말이 통하지 않아서 나라가 흔들리고 시끄럽다. 나라말을 지키고 바르게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더욱 그렇다”며. “이런 현상은 공공기관 언어사용 실태뿐만 언론과 교육현장, 누리통신상에서도 외국말과 어려운 일본 한자말이 뒤범벅이라 교육도 제대로 안 되고 사회 혼란을 조장하고 가중 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4년부터 정부 중앙부처와 전국 500여 공공기관들을 ‘국어 바르게 쓰기 실태 조사’를 한 일이 있는데, 경기도내 누리집은 중앙부처 누리집과 견주어 볼 때에 대체로 국어사용 실태가 좋은 편이었다”며 “경기도가 지금처럼 ‘국어 바르게 쓰기’ 모범을 꾸준히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김들풀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 책임연구원은 “한글은 우리의 미래다. 앞으로 한글은 구글과 애플 등 언어 실시간 통번역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지만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 공공기관부터 앞장서야 한다”면서 “우리가 쓰고 있는 각 분야의 용어 정리를 하루 빨리 정비해야 한다. 일본도 정부가 먼저 나서 정보화시대에 맞춰 모든 분야의 전문용어를 자국어로 정리해 인공지능 자연어 처리에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공공기관 누리집 공공언어 사용 실태조사 결과 발표는 2월 4일(목) 17시 한글학회 얼말글교육관에서 열렸다. 이대로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 위원장의 기조연설을 시작, 김한빛나리 한글학회 부장의 사회로 김들풀, 금빛나무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 선임연구원의 ‘경기도 공공기관 누리집 공공언어 사용 실태조사 결과’ 발표와 김슬옹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 부위원장의 ‘우리가 알아야 할 한글이야기’ 순으로 발표 및 토론이 진행되었다.
[임정호 기자 art@it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