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식사하자”고 하는 말은 참된 우리말로 볼 수 없어
‘식사’란 말이 일본 식민지 때에 길든 일본 한자말
앞에서 우리말 이름은 ‘한말’이란 것도 밝혔다. 그럼 이제 우리말은 무엇인가 짚고 넘어가자. 우리말이 어떤 말이고, 왜 우리말을 우리 글자로 적는 것이 좋은지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또 우리 말글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아야 우리 말글 독립운동 방향도 똑바로 정하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을 우리 글자로 적는 말글살이를 하자는 것이 우리말 독립운동이기 때문인데 우리말이 무엇이고 우리 글자가 무엇인지 모르면 엉뚱한 곳으로 갈 수 있으며 모두 헛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이란 남의 나라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는 말이고 우리나라 사람끼리 잘 통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옛날부터 해온 말로서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참된 우리말이다. 이 우리말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 대학까지 다니거나 외국 유학을 다녀온 사람뿐만 아니라 초등학교만 다닌 사람도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이다. 더 꼼꼼하게 따지면 학교를 안 다닌 시골 할머니가 어린 손주에게 하는 말이 참된 우리말이고 옛날부터 우리 한아비들이 써온 쉬운 말이 그 우리말이다.
할머니가 어린 손주에게 “아가야 밥 먹자” 하는 말이 참된 우리말이다. “아가야 식사하자”고 하는 말은 참된 우리말이 아니다. ‘식사’란 말이 일본 식민지 때에 길든 일본 한자말이다. 시골에서 할머니끼리 “우리 아기는 밥을 잘 먹는다”고 말하지 “우리 유아는 식사를 잘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침밥을 먹었다”고 말해야 참된 우리말이고 “조식을 해결했다”고 어렵게 말하는 것은 참된 우리 말글살이가 아니다. 이렇게 학교를 다니지 못한 할머니나 책을 많이 읽지 않은 할머니끼리 하는 말, 학교에 안 간 어린아이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참된 우리말이다. 그러나 “식사, 조식, 해결”같은 한자말도 많은 사람이 알아들으니 우리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학교를 안 다닌 사람이나 어린아이들은 알아듣기 힘든 한자말이기 때문에 참된 우리말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한자말은 거의 일본 식민지 때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배우고 길든 일본 한자말로서 우리 토박이말을 몰아내고 자리를 잡은 말이다. 그런데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한자말이라도 잘 쓰지 않는 말은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니 일본 식민지 세대는 광복 뒤에 선생, 공무원, 정치인으로 이 나라를 이끌고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 일본 한자말을 일제 강점기처럼 한자로 적어야 그 뜻을 알아보기 쉬우니 그 한자말을 한자로 적자고 했다. 우리 말글 교육을 받고 우리 말글을 잘 아는 지식인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우리 토박이말이 천대를 받고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일본으로부터 해방되고 70년이 넘었고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그 한자말은 되도록 우리 토박이말로 바꾸거나 새 우리말을 만들어 쓰는 것이 바람직스런 일이다. 또 미국말이라도 ‘버스, 라디오’처럼 누구나 알아듣고 쓰는 외래어는 우리말이다. 그러나 요즘 쓰기 시작하는 “힐링, 슬로우 푸드”같은 영어는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우리말이 아니다. 한자말이라도 한자로 써야 알아보거나 외래어도 외국 글자로 써야 알아볼 수 있는 말은 우리말이 아니다. 누구나 귀로 들어서 알아듣지 못하는 말은 외국어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 말은 듣는 이가 알아들을 때에 그 말이 사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죽은 말로서 개나 소가 우는 짐승의 소리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한자말이나 외래어라도 그 말소리를 듣고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토박이말과 함께 우리말임을 밝힌다. 그러나 한자나 영문, 또 다른 외국 글자로 써야 그 뜻을 뚜렷하게 알아볼 수 있다는 말은 우리말이 아니니 빨리 쉬운 토박이말로 바꾸거나 새 우리말로 만들어 쓰는 것이 좋다. 바로 그 일이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우리 말글 독립운동이다.[이대로 /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