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국어운동대학회 회원들 중심으로
‘한말’이란 우리말 이름과 ‘한글’이란 우리 글자 이름을
살려서 쓰자는 바람이 일어나 우리 말글을 통틀어 ‘한말글’로 부름
주시경 선생은 일찍이 대한제국 때인 1908년에 그 제자들과 함께 국어연구학회(회장 김정진)를 만들고 우리 말글을 갈고 닦아 쓰러져가는 나라를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1910년에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니 국어(나라말)가 일본말이 되어 우리말을 국어(나라말)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국어연구학회를 1911년에 ‘배달말글몯음’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가 1913년에 ‘한글모’로 이름을 다시 바꾸었다. 그리고 그 학회 안에 있던 조선어강습원도 ‘한글배곧’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런데 주시경 선생은 그 때 배재학당과 이화학당 들 여러 학교에 우리말 말본을 가르치려고 책 보따리를 들고 바쁘게 다니니 학생들이 ‘주보따리‘라고 별명을 붙여서 부르기도 했다. 그 시기인 1911년 보성학교 한글강습소도 ’한말익힘곳‘이라고 하고 졸업장 직인에도 ’한말익힘‘이란 글씨가 있다. 이 때에 우리말을 국어라고 할 수 없으니 ’한말‘이라고 새 이름을 지어서 부른 것이다.
이렇게 주시경 선생은 1910년에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니 우리말을 국어라고 할 수 없어서 1911년부터 ‘한말’이란 새 이름을 지어서 불렀고, 우리 글자는 국문이라고 할 수 없어서 ‘한글’이라고 새 이름을 지어서 썼다. “언문, 반절, 암클”들로 부르던 우리말 이름을 “한겨레의 말과 글”이란 뜻을 담은 어엿한 새 이름들이었다.
그런데 ‘한글’이란 글자 이름은 일제 때에 한글날도 만들고 ‘한글’이란 잡지도 만들어 내면서 널리 쓰이게 되었으나 ‘한말’이란 우리말 이름은 그렇지 못했다. 일본 강점기인 1930년 11월 19일 동아일보 한글날 특집호에 조중현님이 “한말과 한글”이라는 제목으로 쓴 아래 동시를 보면 많은 이들이 우리말 이름이 ‘한말’이고 우리 글자 이름이 ‘한글’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한말과 한글〉 -훈민정음 반포 484주년을 맞으며-
조중현
방실방실 어린이 재미스럽게 “말이 뛴다. 소 뛴다.” 말은 하여도,
하는 이말 이름을 모른다 해서 ‘한말’이라 이름을 일러 줬지요.
방실방실 어린이 얌전스럽게, 가갸거겨 책 들고 글을 읽어도,
읽는 그 글 이름을 모른다 해서 ‘한글’이라 이름을 갈처 줫지요.
쉽고 고운 우리글 ‘한글’이라요, 좋고 좋은 우리말 ‘한말’이라요,
방실방실 어린이 잘도 읽는다, 방실방실 어린이 잘도 부른다.
‘한말’이란 우리말 이름은 일본 강점기에만 잘 모른 것이 아니라 오늘날도 모르는 이가 많다. 그래서 1980년대부터 국어운동대학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말’이란 우리말 이름과 ‘한글’이란 우리 글자 이름을 살려서 쓰자는 바람이 일어났고 우리 말글을 통틀어 ‘한말글’이라고 부르고 있다. 한글학회 부설모임으로 ‘한말글문화협회’가 있었고 우리 말글 살리기 운동을 하는 시민모임에 ‘한말글사랑겨레모임’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우리말 독립운동 역사”를 연재하면서 그 제목을 “한말글 독립운동 발자취”로 정했다.
‘한말글 독립“이란 말은 무엇인가?
우리말인 ‘한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 적을 때에 우리 말글 독립이 된다고 보고 그런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한말글 독립운동”이라고 말한다. 우리 글자가 없어 중국 한자를 들여다가 쓰던 신라(삼국시대) 때부터 설총이 한자를 쓰더라도 우리말식으로 글을 쓴 ‘이두’식 글쓰기와 그 시기에 있었던 “향찰, 구결” 같은 글쓰기를 한말글 독립운동 시초로 보고 그 때부터 오늘날 한글전용운동까지 우리말을 우리 글자로 적으려고 애쓴 한아비들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연재하련다.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