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한글 이름패로 바꾼 서울시 의회

한글빛 2006. 7. 13. 16:38
한나라당 싹쓸이한 서울시의회의 조용한 혁명
새로 취임한 박주웅 의장의 첫 문화사업, 한자 명패 모두 한글로 바꿔
 
김영조
 
지난 5월 31일 지방자치 4기 선거를 치렀다. 한나라당이 싹쓸이하는 처음 있는 사태였지만 어쨌든 새로운 지방의회는 탄생했다. 그리고 그 4기 의회가 개원을 하게 된다. 서울특별시의회도 12일 이른 10시 30분 제162회 임시회의를 열어 재적 106명, 출석 93명, 찬성 88명으로 의장에 박주웅 의원을 선출했으며, 부의장엔 김기성, 이종필 의원과 각 상임위원장을 뽑아 새로운 지방자치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의회는 한 가지 사건이 있었다. 그건 한자로 되었던 의원들의 명패를 모두 한글로 바꾼 것이다. 그동안 국회에서도 의원 명패를 한글로 바꾸기 위해 한글단체들이 끈질긴 운동을 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한자명패를 고집할 정도인데 서울시의회는 단번에 한글로 바꾼 큰 사건이다. 과연 어떤 까닭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됐을까?
 
▲ 한글명패로 바꾼 서울특별시의회 제162회 임시회의                      © 김영조

박주웅 의장은 동대문구 출신이다. 그런데 동대문구에는 내로라하는 몇몇 한글운동가가 있다. 무려 40여 년간 한글운동에 몸바쳐온 한글날 큰잔치 조직위원회 이대로 사무총장과 한글메일갖기운동본부 추진위원이며, 동대문바른선거시민모임 회장인 이백수 씨이다. 이들이 그동안 박주웅 의장에게 꾸준히 공을 들여온 결과라고 한다.
 
물론 그들의 공 말고도 다른 정치가들에 비해 박 의장의 한글 사랑이 남달랐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얼마든지 정치적인 사안이 있을 것이고, 한글명패로 바꾸는 것이야 정치적 성취는 크지 않을 것이기에 의지가 없다면 가능한 일이 아닌 것이다.
 
▲ 제162회 임시회의에서 의장으로 선출된 박주웅 의원이 한글로 된 의장 명패를 앞에 두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영조

한글은 세계 언어학자가 최고의 글자로 공인하고 있다. 가장 과학적이며, 뛰어난 철학이 깃들어 있으며, 세종임금의 끔찍한 백성사랑이 탄생시킨 글자라는 이야기다. 동시에 만든 때, 만든 사람, 만든 목적이 분명한 유일한 글자이다. 이런 한글을 기리는 한글날을 정치가들은 15년 동안 일반 기념일로 놔둘 정도로 푸대접해왔었다. 그런 점에서 박 의장의 한글명패 사업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고들 말한다.

한글날 큰잔치 조직위원회 최기호 집행위원장은 말했다. “박 의장이 서울시의회 의원명패를 한자에서 한글로 바꾸는 큰일을 해냈다. 이로써 전국의 지방자치 의회들이 의원명패를 한글로 바꾸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이를 계기로 정치인들의 한글사랑이 불길처럼 타오를 것이다. 단번에 결단을 내려 겨레의 정체성을 살려준 박 의장이야말로 국민에게 큰 손뼉을 받아야 한다.”

▲ 한글명패로 바꾼 서울특별시 의회장                                           © 김영조
  
서울시의회와 함께 동대문구의회도 의원명패를 한글로 바꿨다. 이는 3기 동대문구의회 운영위원장이었던 신재학 의원(현 4기 의원)의 공이라고 한다. 신재학 의원은 정치인 중 보기 드물게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운영위원을 맡고 있으면서 한글사랑을 실천하는 의원으로 알려졌다. 역시 동대문구 의회의 한글명패도 신 의원과 함께 이대로 사무총장과 이백수 회장의 작품이라고 한다.

서울시의회의와 동대문구 의회 의원명패 한글화는 세계적 도시 서울의 위상을 높이는 일도 될 것이다. 외국 정치인의 방문도 있을 터인데 남의 나라 글자인 한자명패가 아닌 당당한 한글명패로의 변화는 자랑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 한글명패로 바꾼 동대문구 의회     © 김영조

 
대한민국 국민이며, 정치인기에 한글을 사랑한다. 
 [대담] 신임 서울특별시의회 박주웅 의장  
▲ 서울특별시의회 박주웅 의장     © 김영조
-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정치를 하면서 신조로 삼는 것이 있다면...

"지역사업을 하면서 처음엔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정치인이 되기 이전에 답십리3동의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6년을 역임했는데 1992년 주민들이 지역을 위해 정치를 해달라고 떠밀었다. 아마 금고 이사장 시절 일을 하면 끝까지 추진하는 성격을 보고 주민들이 인정해준 것이 아닌가 한다. 이후 동대문구의회 의장, 서울특별시 기초의회 의장단 협의회 회장을 거치면서 신조로 삼은 것은 '자신은 버리더라도 주민을 먼저 생각한다'이다."

- 정치를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동대문구 답십리동에는 4,600여 평의 간데메공원이 있다. 이를 구청이나 대부분 정치권은 아파트나 학교로 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녹지확보를 위해 공원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장실도 수없이 드나들었다. 처음엔 많은 반대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손뼉치며 환영한다. 참으로 보람있는 일이다.

앞으로 의장을 하는 동안 서울이 녹지대가 5% 미만인 점을 생각하여 우선 학교 담장을 허물고 녹지대를 만들어 갈 것이며, 관공서 등의 옥상에도 녹지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독일 취재 당시 보았던 베를린이나 함부르크의 넓은 녹지대는 그저 땅이 넓어서가 아닌 올바른 정치철학의 산물이라 생각했던 나는 박의 장의 생각에 마음속으로 손뼉을 치고 있었다.

- 어떻게 의원명패를 한글로 할 생각을 했나?

"우리 서울시의회에는 해마다 수만 명의 초등학생이 견학을 오는데 우리 국어 즉 한글이 아닌 한자로 된 명패를 보이는 것이 안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또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이백수, 이대로 선생이 적국 권유한 것도 계기가 됐다. 그래서 새로 임기를 시작하면서 일을 벌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한글사랑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이 일이 대한민국 국민이며, 정치인인 나로선 응당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16개 시·도 의회는 서로 벤치마킹을 하게 되는데 다른 의회에도 이번 일은 분명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한글명패를 다른 의회에도 권장할 생각이다."

박주웅 의장은 보통의 정치인과는 달리 솔직하고, 직선적이란 느낌을 받았다. 명절 전 회의를 주재하면서 두루마기를 입을 생각은 없느냐는 도전적인 물음에 "아직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중에 고려해 보겠다."라는 대답으로 대신한 것은 그의 진솔한 성격을 말해주고 있었다. 보통 정치인라면 입지도 않을 거면서 입으로만 입겠다고 했을 터였다.

그런 서울특별시의회 박주웅 의장의 모습을 임기 내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특히 자신을 버리더라도 시민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녹지대를 늘리겠다는 정신, 그리고 한글 사랑으로 똘똘 뭉쳐진 박 의장을 기대해본다. 
 

* 글쓴이는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으로 민족문화운동가입니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역임했습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입니다.
2006/07/12 [06:42]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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