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부는 한류와 ‘한국어’ 바람 | |||||||||||||||
<기획>우리 말글살이 현황과 한글의 세계화16 -형제의 나라, 몽골 | |||||||||||||||
<참말로>는 한국언론재단 지원으로 <기획취재> ‘우리 말글살이의 현황과 한글의 세계화’를 17회에 걸쳐 연속 보도합니다. 이번 보도는 지난해 11월 13일부터 12월16일까지 국내와 몽골, 중국, 일본 등의 동포들의 말글살이 현황 취재를 바탕으로 이뤄졌으며, 이를 통해 <참말로>가 문화관광부와 한글학회에서 선정한 언론사 유일의 ‘우리 말글 지킴이’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과 동시에,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유산인 우리 말글을 살리고 세계화를 이뤄, 우리 민족이 21세기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코자 합니다.(편집자 주) “몽골은 우리 민족과 가장 닮은 형제의 나라이고 사돈의 나라이며, 생김새도 문화와 풍습도 매우 닮았다. 땅과 자원이 풍부한 몽골과 경제와 기술이 발달한 한국이 칭기스칸 시대 형제동맹처럼 협력하면 21세기 세계는 두 나라 손에 좌우될 것으로 기대한다” - 최기호 상명대 교수 한국과 몽골은 1990년 3월 26일 처음 국교를 맺었으며, 그 해 7월 최기호 교수(상명대)는 몽골을 찾아 하이산다이 동양학 연구소장과 하과 교수를 만나 동양학연구소에 ‘한국어’강좌를 개설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과 교수는 이듬해인 1991년 몽골국립대에 정식으로 ‘한국학과’를 개설했으며, 주임교수가 되었다. 이것이 몽골에서 ‘한국어’교육의 시발점이다. 그 뒤 몽골국립외국어대(1993)와 울란바타르시립대(1995)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어르흥대학(1998), 국립사범대(2000)와 세를렉대(2001), 몽한기술대(2002), 몽골국립공과대(2003), 메델린대학(2003), 몽골정보대(2004) 등 여러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잇달아 개설됐다. 또한 중고등학교에서도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치는 학교가 많으며, 교사만 있다면 외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어 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한-몽 수교와 함께 시작된 몽골의 한국어 교육...역사적으로 동질감 많아 특히 한류 때문에 ‘한국어’, ‘한국문화’에 대한 열기는 무척 뜨겁다. 2004-6년에 (사립)울란바타르대학과 울란바타르시가 공동주최한 ‘몽골 한글날 큰잔치’는 한국어말하기대회와 한국어쓰기대회, 한국노래대회, 한국어 연극대회·붓글씨대회·컴퓨터빨리치기대회 등을 진행했는데 1500여명이 모이는 큰 잔치가 되었다.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가 고비사막에 취재하러 갔다가 차가 모래밭에 빠져 멀리 있는 몽골 전통집인 게르에 가서 구조를 요청했지만, 드라마 대장금이 끝난 뒤에야 도와주러 갔다는 일화가 있을 만큼 몽골에서 한류 열풍은 뜨겁게 불고 있다. 그러나 몽골에 일고 있는 ‘한국’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한류’나 ‘한글의 세계화’라는 차원을 넘어선 느낌이다. 몽골과 ‘한국’은 현재 15년 정도 수교를 맺고 교류하고 있지만 사실 역사에서 볼 때 몽골과 우리 민족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체질인류학으로 혈통이 같고 몽골반점이 공통으로 있으며, 민속에도 같은 것이 많다. 그리고 몽골어와 ‘한국어’는 그 뿌리를 같이하는 동북아시아어족이다. 역사에서 몽골제국과 고려는 아주 밀접한 특수 관계를 가지고 있다. 몽골제국과 고려의 관계는 단순히 지배하고 지배받는 관계가 아니다. 형제 동맹을 맺었고 몽골황실과 고려황실의 결혼으로 사돈관계를 계속해서 맺어왔다. 따라서 몽골문화와 고려문화는 많은 교류가 이뤄졌다. 그래서 고려에는 몽골풍(蒙古風) 즉, 몽골문물이 유행하였고 몽골제국에는 고려문화가 유입되어 고려양(高麗樣) 즉, 고려스타일이 유행하기도 했다. 한편, 몽골이 북측과 수교를 맺은 것은 48년 10월로 남측보다 먼저 교류를 해왔고, 사회주의 70년을 끝낸 뒤에야 ‘한국’과 본격 교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15년 정도 짧은 교류에서 한·몽 간은 뗄 수 없는 나라로 급격히 변해가고 있다. 몽골은 남쪽 땅의 16배 크기이며, 남북을 합친 한반도 보다 7배가 크다. 그러나 전체 인구는 300만에 불과하며, 그 중 3만 명(1%)이 현재 남측에 와 있다. 몽골에서 ‘한국’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 가운데도 가족이나 친지가 먼저 ‘한국’에 다녀온 사람들을 통해 ‘한국’에 대한 정보를 입수함으로써 호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바야르마(바야르=기쁨, 마=티벳말‘엄마’, 81년생, 여)의 경우도 그랬다. 그는 울란바타르대학교에서 한국학을 전공하였고, 지금은 이 대학 기획처 직원으로 일하며 석사논문으로 ‘한국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어 열풍의 진원지, 울란바타르대학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단지 “언니가 4년 정도 한국에서 일을 했고, 언니에게 한국에 대한 얘기를 듣고,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고 말한다. 바야르마는 “이제는 유럽 시대가 아니라 아시아 시대가 전개될 것이라는 생각에 서양어가 아닌 아시아 언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언니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으로 한국어를 배울 때 ‘으’발음이 몽골어에는 없어서 배우기 어려웠고, 어떤 상황에서 존대말을 써야 하는지 헷갈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잘하여 이제는 동시통역도 가능할 정도다. 그는 “‘한국’의 정치·경제·문화·역사 등을 전공한 교수들이 부족하다”며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만이 아니라 정치·경제·역사 분야도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 하였다. 바야르마가 졸업한 울란바타르대학은 지난 93년에 한국인 선교사가 세운 한국어 학원이 그 시작이었다. 윤순재 울란바타르대학 총장은 당시 대한예수교 장로회 통합측 파송 선교사로 몽골에 첫발을 디뎠다. 그가 처음 시작한 한국어학원이 15년 만에 12개 단과대학을 포함한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제국주의처럼 일방 강요가 아니라 문화를 존중하고 몽골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울란바타르 대학교는 선교를 목적으로 세운 미션스쿨임은 분명하지만 채플을 비롯한 기독교 활동을 공식으로 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몽골 법이 학교 안에서 종교 강요나 공식행사를 금하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신앙은 강요하거나 논리로 설득하는 것이 아니며, 좋은 모범을 제시하고 감동을 주는 것”이라는 윤 총장의 신념이 있기에 가능했다. 울란바타르 대학에는 12개 학과 2000명의 학생이 있으며, 그 중 500명(대학원 50명)이 ‘한국학’, ‘한국어학과’ 학생이다. 또한 ‘한국학·한국어학과’에 매년 120명의 학생이 입학하고 있다. 현재 몽골 내 20여개 대학에 한국학과가 설치되어 3,000여명이 한글을 비롯한 문화 등을 배우고 있다. 그 중 하나인 몽골국립대학에서는 유창한 한국어를 쓰는 생비렉 교수(한국학)를 만날 수 있었다. 생비렉 교수는 서울대에서 국어교육과 박사과정을 마치고 왔다. 그는 “몽골에서 ‘한국학’은 아무것도 없는 데서 도시를 일으켜 세워나가는 것과 같다”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열녀춘향 수절가>를 몽골어로 번역 출판하기도 한 생비렉 교수는 사회주의 시절 러시아 등 서양식 문화에 익숙해져왔음을 거론하며 “한국 역사와 문화 등을 공부하는 것은 동양사상과 정서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몽 공동 발전의 전략 속에서 한국어 교육 활성화시켜야 한·몽 수교 이후 몽골에서는 한국어 수요가 크게 늘어, ‘한국어’교육이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몽골에서 한국어 교육은 생비렉 교수의 말처럼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도시를 세우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재와 전공교수 부족 등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무상교육을 실시하던 사회주의국가 몽골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한 뒤 이미 사립학교가 전체 교육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몽골인들에게 성장모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코리안 드림’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회주의를 경험한 몽골이 이른바 ‘자유 시장경쟁’이라는 물결 속에서 어떤 지혜를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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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5 [11:17] ⓒ참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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