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민필지(최초 한글 지리교과서) 서문 (옛 글자를 현대 글로 번역)
천하 형세가 옛날과 지금이 크게 같지 아니하여 전에는 각국이 각각 본지방을 지키고 본국 풍속만 따르더니 지금은 그러하지 아니하여 천하만국이 언약을 서로 믿고 사람과 물건과 풍속이 서로 통하기를 마치 한집안과 같으니 이는 지금 천하 형세의 고치지 못할 일이라.
이 고치지 못할 일이 있는 즉 각국이 전과 같이 본국 글자와 사적만 공부함으로는 천하각국 풍습을 어찌알며 알지 못하면 서로 교접하는 사이에 마땅치 못하고 인정을 통함에 거리낌이 있을 것이오. 거리낌이 있으면 정의가 서로 두텁지 못할지니 그런 즉 불가불 이전에 공부하던 학업 외에 각국 이름, 지방, 폭원, 산천, 산야, 국경, 국세, 재화, 군사, 풍속, 학업과 도학이 어떠한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런고로 대저 각국은 남녀를 막론하고 칠, 팔세가 되면 천하 각국 지도와 풍속을 가르친 후에 다른 공부를 시작하니 천하의 산천, 수륙과 각국 풍속,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라 조선도 불가불 이와 갖게한 연후에야 외국 교접에 거리낌이 없을 것이요. 또 생각건대 중국글자로는 모든 사람이 빨리 알며 널리 볼 수가 없고 조선언문은 본국 글일뿐더러 선비와 백성과 남녀가 널리 보고 알기 쉬우니.
슬프다. 조선언문이 중국글자에 비하여 크게 요긴하건마는 사람들이 요긴한 줄도 알지 아니하고 오히려 업수이 여기니 어찌 아깝지 아니하리오. 이러므로 한 외국인이 조선말과 언문법에 익숙치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잊어버리고 특별히 언문으로서 천하각국 지도와 목견한 풍기를 대강 기록한다. 땅덩이와 풍우박뢰의 어떠함을 먼저 차례로 각국을 말씀하니 자세히 보시면 각국 일을 대충은 알 것이요. 또 외국교접에 적이 긴요하게 될 듯하니 말씀의 잘못됨과 언문의 서투른 것은 용서하시고 이야기만 보시기를 그윽히 바라옵나이다.
조선 육영공원 교사 헐버트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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