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죽어가는 한자의 발악에 동조한 전직 국무총리들

한글빛 2009. 1. 20. 18:17

죽어가는 한자의 발악에 가담한 전직 국무총리들
[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지금은 한글세상, 세상 돌아가는 방향을 알라
 
이대로
한자는 글자가 없을 때 중국과 한국, 일본과 베트남들에서 수 천 년 동안 쓰던 고마운 글자다. 그런데 배우고 쓰기 힘들어서 고통을 주는 글자요, 시간과 돈과 힘을 낭비하게 만드는 글자여서 이제 버림받은 글자요, 사라지는 글자요, 죽어가는 글자다. 이 땅에서 2천 년 넘게 쓰인 한자가 당장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겠지만 머지않아서 박물관과 옛 유적에서나 볼 수 있는 박물관 글자요 도서관에서나 보고 읽어야 할 도서관 글자다. 한자는 그 본고장인 중국으로부터도 버림받고 있으며 베트남에서는 사라진 글자다. 그런데 이 한자가 무슨 보물단지나 요술방망이로 아는 일부 지배층이 한자를 섬기는 일에 목숨을 걸고 있어 답답하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배우고 쓰기 힘든 한자를 버리고 싶었지만 그게 쉽지 않아서 일반인들이 많이 쓰는 2300여 글자를 쓰기 쉬운 간체자로 바꾸고 우리가 배우고 쓰는 옛 한자를 버렸다. 한자로 중국 문화를 꽃피워서 동양문하 발전에 이바지 했지만 배우고 쓰기 힘들어서 문자개혁위원회까지 만들어 쓰기 쉽게 만든 간체자이다. 그러나 그래도 불편해서 머지않아서 지금 발음기호로 쓰는 병음으로만 글을 쓰게 될 거라고 내다보는 이들이 많다.
 
▲     © 이대로

“한자가 사라지지 않으면 중국이 망한다.”고 주장한 중국의 유명한 작가 노신의 옛집 앞에서 사진을 찍은 글쓴이. 중국 절강성 소흥시는 노신과 주의래의 고향이다.

중국 초등학생들이 그들의 글자인 한자보다 서양의 글자인 로마자부터 배운다. 이른바 병음이라는 발음기호다. 그들도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글자를 잘 쓰고 읽지만 발음기호인 로마자로 한자를 불러서 골라 쓰고 있다. 속기사나 글을 빨리 써야하는 자판을 다섯 번 두드려서 글자 하나를 구성한다는 오필자형(五筆字型)식 자판을 쓰면 속도가 빠르다고 하는 데 지난 2년 동안 중국 소흥시 절강월수외대에서 근무하면서 대학교수나 대학생들도 오필자형 글쓰기를 하는 걸 본 일이 없다. 자신의 글을 먼저 배우고 쓰려고 남의 글자를 먼저 배우는 이런 불편을 계산이 빠른 중국인들이 언제까지 이런 불편을 계속 겪으려할 지 볼 일이다.

베트남도 중국과 우리처럼 한자만으로 글을 쓰던 나라다. 그런데 지금 한자는 전혀 쓰지 않는다. 고궁이나 박물관이나 오래된 건물 현판이나, 비석들에서나 한자를 보게 된다. 완전히 베트남에선 한자가 사라졌다. 왜 한자를 버렸을까? 왜 한자가 사라졌을까? 그 글자가 불편하니 어쩔 수 없이 소리글자인 로마자를 선택한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떤가? 그 한자가 배우고 씨기 힘들어서 세종대왕님께서 새로 우리 글자를 만드셨는데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다. 누리통신과 셈틀로 말글살이를 하는 시대에 이 글자가 빛나고 있다. 그래서 책방에서고 신문에서고 한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배층이 한자를 고집하지만 민중은 자연스럽게 한자를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중국이나, 한국, 베트남보다도 먼저 자기들의 소리글자인 가나를 만들어 쓰면서 더 빨리 발전했다. 한자만 쓰는 중국, 한국,베트남보다 자신들의 글자인 가나를 한자와 섞어서 쓰게 되니 편리했다. 그래서 한자의 불편을 덜 느꼈는지 아직도 옛 한자를 섞어 쓰고 있다. 그걸 보고 우리의 일본제국 세대들이 일본처럼 한자혼용을 주장하고 옛 한자를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동양의 문자사용 흐름이 뜻글자인 한자에서 소리글자로 가고 있다. 그래서 한자는 베트남과 한국으로부터 사라지고 그 종주국인 중국에서도 버림받고 있으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일본제국 식민지 시대에 일본 국민으로 태어나서 일본말로 교육을 받은 분들이 지난 반세기동안 교수와 학자와 공무원으로서 계속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했고 아직도 그 찌꺼기가 남아서 계속 말썽이다. 아마 이걸 보고 일본은 겉으로 소리 내어서 “하! 하! 하!”하고 웃지는 못하고 속으로 “후- 후후, 히- 히히”하고 웃으며 좋아할 것이다. “일본제국의 식민지 교육의 충신들인 경성제대 후손들아! 우리 친구인 조선일보야! 고맙다! 이 정권이 마지막 기회다! 좀 더 세게 밀어부처라!”라고 인사를 하면서 말이다.

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이사장 진태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글을 살려 쓰기로 한 우리 국어정책을 바꾸려고 정부에 건의를 하고 보수 신문을 통해 선전을 하고 있다. 지난 정권 때는 교육부장관을 지낸 이들의 서명을 받아서 그런 건의를 했으나 안 되니까 이번에는 지위가 더 높은 이들의 서명만 받으면 될 줄 알았는지 1년 동안 국무총리를 지낸 이들을 끈질기게 찾아다니며 서명을 받아내서 대통령에게 건의서를 냈다고 한다. 한자세상이 다시 될 수 없다는 걸 모르고 죽은 자식 몸을 만지는 행위를 자꾸 하니 참으로 한심하다. 한자에 목숨을 건 한자파는 그러려니 하지만 국무총리 까지 지낸 이들까지 그들에게 동조했다니 기가 막힌다. 아니, 우리 말글살이가 어디로 가야 우리겨레와 우리말이 사는지 알지 못하는 이들이 나라를 이끌었고 지도자 행세 하는 걸 보고만 있자니 답답하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청와대 젊은 비서들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 것이고 저들처럼 한심스런 이들이 아닐 것으로 믿는다. 옛날엔 그들이 이런 건의를 하니 다른 신문들도 떠들었는데 이제 조선일보만 헛발질을 하고 있다. 

나도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부터 정규과목으로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그건 역사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어리석은 짓이고, 우리말과 겨레의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건 우리말 독립과 발전에 반역행위이고, 우리 교육을 망치는 일이다. 그저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이들이 공부하게 하고  한자파와 조선일보는 한자 교육과 검정시험으로 돈을 많이 벌기 바란다.

저들은 지금 도서관에 있는 한자혼용 책을 읽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한자혼용 책을 못 보는 것보다 한자로만 쓴 옛 책들을 빨리 쉬운 우리말로 번역하는 게 급하고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다. 지금 도서관에 있는 한자혼용 책은 일제시대에 나온 책이거나, 일제교육을 받은 이들이 광복 뒤에 쓴 책인데 거의 일본책을 베낀 수준이다. 글도 우리말투가 아니고 일본말투에 거칠어서 읽고 이해하기 힘들다. 어떤 이는 그 혼용 서적들이 거의 책 쓰레기와 같다면서, 차라리 학자나 학문을 할 사람은 일본어를 공부해서 일본 원서를 보는 게 더 좋다고 말한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중국에서 중국 대학생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며 우리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면서 한국의 한자혼용 세력이 한글을 잘 지키고 우리말을 살려 쓰고 있는 조선족들에게 한자혼용을 강요해서 그 세력이 생긴 걸 보고 놀랐다. 본래 중국 조선족은 우리말과 한글을 잘 지키고 말글살이를 했는데 한,중 수교 뒤에 한국의 한자혼용 학자와 관리들이 중국에 자주 드나들면서 한국식 한자혼용 씨를 열심히 뿌렸던 것이다.

지금 우리가 타령을 할 때가 아니다. 초등학생이 한자를 몰라서 나라 경제가 어렵게 된 것처럼 헛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해야 할 공부가 많아 헤매는 초등학생들에게 한자까지 짊어지게 해선 안 된다. 사교육비가 늘어나고, 진짜 실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못하게 할뿐만 아니라 복 떠는 짓이다.  외국인들은 세계 최고 글자를 가진 우리는 복을 받은 국민이라며 부러워하고 있다. 한글은 뜨는 해요, 한자는 지는 해다. 지는 해를 붙잡아매려는 어리석은 짓은 이제 그만하고 뜨는 해가 더 밝게 빛나게 하자. 


<성명서>

‘한자’마저 초등학교 정규 교과로 밀어붙이려는 시대착오적 책동을 규탄한다!
한글은 세계 최고 과학적인 글자이다!
인터넷 시대에 가장 비과학적인 글자가 한자이다!
한자의 본고장인 중국에서조차 한자를 버리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출판, 인터넷 현실이 거의 100% 한글이다!
초등학생을 영어 교육으로 한 번 죽이고 거기다가 한자 교육으로 두 번 죽인다!
평균 80대인 역대 총리들이 잠꼬대를 하고 있다!
오늘날 최 만리 일파의 주장으로 말글 정책을 어지럽히고 있다!
초등학교 교육은 보통 민주시민을 기르는 교육이다!
한글은 한국 글자, 한자는 중국 글자이다!
오늘의 위기는 한자 교육이 아니라 경제 위기다!


전국 한자교육 추진 총연합회가 “초등학교 한자 교육을 정규화하라”는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한글 전용 때문에 오늘날 우리의 문화생활이 ‘위기’에 처해 있다.”라든가, “한자는 외국어가 아니라 국자(나라 글자)이므로 초등학교 정규 과목으로 넣어야 한다.”는 위 단체의 엉뚱한 주장을 담은 건의서에 역대 국무총리 중 20명의 서명까지 담았다.

오랫동안 대다수 국민을 문맹으로 만든 한자는 특권층의 반민주적 글자이다. 기득권층이 한자의 향수에 젖어 이 같은 건의서를 각계에 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역대 국무총리의 권위’를 빌린 이 단체의 엉뚱한 주장이 그렇지 않아도 영어 교육 강화로 신음하고 있는 초등학교 교육을 다시 한 번 상처투성이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한글 전용은 오랫동안 중국 섬기기에 묶였던 쇠사슬을 단박에 끊고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겨레 문화를 이루게 한 큰 빛이었다. 한글 전용이 오늘날 우리의 문화생활을 ‘위기’에 빠뜨렸다니 이 무슨 잠꼬대인가. 한자 익히기에 얽매여 청춘을 허비하던 시대에 비해, 한글 전용으로 문맹률이 세계 최소 수준으로 낮아져 우리 문화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였음은 어린아이도 잘 아는 사실이다.

한글 전용으로 반문맹을 만들었다니, 한글은 아직도 그들에겐 언문이란 말인가. 서점에 나와 있는 대중 도서, 가령 소설 등 문예지와 학습서, 참고서, 대학 교재들도 거의 100% 한글만으로 되어 있다. 한글이 글자로서의 구실을 충분히 감당하고 있으므로, 한글만으로 된 책을 읽는 데에 불편을 느끼는 우리 국민은 아무도 없다.

“한자는 외국어가 아닌 우리 글자”라는 주장은 그들이 한자-한문에 얼마나 심한 병이 걸려 있는가를 보여 주는 좋은 예가 된다. 왜 자라나는 세대를 또다시 사대 모화의 깊은 늪으로 몰아넣으려 하는가. 한자는 글자 그대로 한족의 글자며, 우리 역사를 사대 모화의 늪으로 빠지게 만든 망국의 글자임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자를 쓰던 나라치고, 한자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 않는 나라가 없다. 훌륭한 소리글자인 한글을 발명해 낸 우리나라는 한자를 완전히 버릴 수 있다.

전국 한자교육 추진 총연합회가 현재 중학교부터 가르치고 있는 한문 과목을 초등학교 정규 과정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전직 국무총리들을 1년여 동안 찾아다니며 졸라서 서명을 받아 건의서를 냈다고 하니, 이는 단순히 한자-한문에의 향수로 볼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영어 교과 확대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을 볼 때에, 이 또한 막대한 이권을 염두에 둔 공작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 건의를 크게 보도한 조선일보는 한자 검정 능력 시험의 교재를 출판하여 큰 이득을 보고 있다.

초등학교는 ‘국민 교육-보통 교육’ 기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 국민을 기르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초등학교에서는 ‘국어’ 교육에 집중해야 하고, ‘한자-한문’ 교육이나 ‘중국어’ 교육은 지금처럼 중‧고등 학교 이상에서 실시하여, 전문화시켜 나가는 것이 옳다. 오히려 초등학교에서의 국어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일부 세력의 책동에 이끌려 보통 교육 기관인 초등학교 교육에 한자를 끌어들이는 잘못을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아울러 겨레의 자주성을 지키고 디지털 시대의 말글 생활을 능동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국어 교육이 되도록 한층 더 힘써 주기를 바란다.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다시 가르치는 것은, 우리 역사를 백 년 전으로 되돌려 독립문을 헐고 영은문을 다시 세우며, 한글을 언문으로 되돌려 놓는 어리석음이다. 겨레의 앞날에 씻지 못할 죄를 짓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9년  1월  13일

한글 학회 회장 김 승곤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회장 이 상보
세종대왕 기념사업회 회장 박 종국
외솔회 회장 최 기호
한글문화연대 대표 고 경희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문 제안
한글문화원 원장 송   현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 김 수업
세종대왕 생가터 복원 준비위원장 이 대로
한겨레 말글연구소 소장 최 인호
전국 국어운동 대학생 동문회 회장 이 봉원
한말글 이름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끔빛 이 얄라
한글철학연구소 소장 김 영환
한글사랑 운동본부 회장 차 재경
짚신문학회 회장 오 동춘
한말글 연구회 회장 정 재도
국제크리스터디선교협의회 대표회장 김 희수
우리말로학문하기 회장 정 현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 윤 숙자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사무총장
중국 절강성 월수외대 한국어과 교수







 
2009/01/20 [14:26]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