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초등학교 한자 교육 반대.

한글빛 2009. 1. 18. 18:03

편집 2009.01.18 [17:13]
한문 초등학교 정규 과정으로 채택해선 안돼
한글 관련 단체 대표들 "영어 공교육 강화에 이은 심각한 교육 대란"
 
인병문 기자
김승곤 한글학회 회장과 이상보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회장, 이대로  세종대왕생가터복원준비위원장  등 한글 관련 단체 대표들은 13일 성명을 발표해 전국 한자교육 추진 총연합회가 한문 과목을 초등학교 정규 과정으로 할 것을 청와대에 건의한 것을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전국 한자교육 추진 총연합회가 현재 중학교부터 가르치고 있는 한문 과목을 초등학교 정규 과정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전직 국무총리들을 1년여 동안 찾아다니며 졸라서 서명을 받아 건의서를 냈다고 하니, 이는 단순히 한자-한문에의 향수로 볼 일이 아니다"라며 "초등학교 영어 교과 확대로 사교육 시장이 크게 번성한 것을 볼 때에, 이 또한 막대한 이권을 염두에 둔 공작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만일 그들의 뜻대로 교육 당국이 ‘한자’마저 초등학교 정규 교과로 밀어붙인다면, 서민들의 사교육비 지출은 영어 교육비에 이어 또 한 번 크게 늘어날 것이 뻔하다"며 "그렇지 않아도 영어 공교육 강화로 교육 정책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때에, 이는 기름에 불을 붙이는 격이 되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교육 대란과 국민적 저항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글 전용이 오늘날 우리의 문화생활을 ‘위기’에 빠뜨렸다'는 총연합회 주장에 대해 이들은 "한자 습득에 얽매여 청춘을 허비하던 시대에 비해, 한글 전용으로 문맹률이 세계 최소 수준으로 낮아져 우리 문화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였음은 어린아이도 잘 아는 사실"이라며 "서점에 나와 있는 대중 도서, 가령 소설 등 문예지와 학습서, 참고서 등의 99% 이상은 한글만으로 되어 있다. 한글이 글자로서의 구실을 충분히 감당하고 있으므로, 한글만으로 된 책을 읽는 데에 불편을 느끼는 우리 국민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학문 용어로 쓰고 있는 대부분의 말들이, 일본식 한자말 아니면 서양 외래어"라며 "일본이 쓰다 버린 찌꺼기 말이나 서양말 찌꺼기를 학문 용어로 그대로 받아들여 쓰는 한 우리는 항상 그네들의 꽁무니를 따라 다닐 뿐, 우리 학문의 발전은 요원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끝으로 정부와 교육당국에 "일부 세력의 책동에 이끌려 보통 교육 기관인 초등학교 교육에 한자를 끌어들이는 잘못을 범하지 말기를 경고한다"며 "민족성을 지키고 인간성을 되살릴 수 있는 국어 교육, 다양화-속도화된 언어-문자 생활을 능동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국어 교육이 되도록 한층 더 힘써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한자’마저 초등학교 정규 교과로 밀어붙이려는 시대착오적 책동을 경계한다!

조선일보사는 지난 1월 10일자 신문에서, 전국 한자교육 추진 총연합회가 “초등학교 한자 교육을 정규화하라”는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사실을 보도하였다. “한글 전용 때문에 오늘날 우리의 문화생활이 ‘위기’에 처해 있다.”라든가, “한자는 외국어가 아니라 국자(나라 글자)이므로 초등학교 정규 과목으로 넣어야 한다.”는 위 단체의 엉뚱한 주장을 담은 건의서에 역대 국무총리 중 20명의 서명까지 담았다고 한다.

오랫동안 대다수 국민의 지식 정보 접근을 가로막아 일부 계층의 지위를 보장하던 한자 한문의 절대적 권위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한자의 향수에 젖어 이 같은 건의서를 각계에 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역대 국무총리들의 서명까지 받아 청와대에 냈다고 하니, 역대 교육부 장관의 의견이 아닌 ‘역대 국무총리의 권위’를 빌린 이 단체의 엉뚱한 주장이 그렇지 않아도 영어 공교육 강화로 신음하고 있는 초등학교 교육을 다시 한 번 만신창이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떨쳐 버릴 수 없다.

이 단체는 한글 전용이 오늘날 우리의 문화생활을 ‘위기’에 빠뜨렸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한글세대가 한자를 몰라서 어려운 한자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그 결과 거의 한자말 용어로 쓰인 학술 서적 등 전문 지식을 익히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자 습득에 얽매여 청춘을 허비하던 시대에 비해, 한글 전용으로 문맹률이 세계 최소 수준으로 낮아져 우리 문화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였음은 어린아이도 잘 아는 사실이데, 무엇을 근거로 대다수 국민을 낮잡아 보고 우리 문화를 “아이엠에프 경제 위기보다도 더욱 위급한” 지경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서점에 나와 있는 대중 도서, 가령 소설 등 문예지와 학습서, 참고서 등의 99% 이상은 한글만으로 되어 있다. 한글이 글자로서의 구실을 충분히 감당하고 있으므로, 한글만으로 된 책을 읽는 데에 불편을 느끼는 우리 국민은 거의 없다. 만일 학술 서적들에 쓰인 전문 분야의 한자 용어들이 문제라면, 그 많은 학문 용어들을 일찍이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 쓰지 못했던, 우리 말글 교육의 부재를 먼저 반성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학문 용어로 쓰고 있는 대부분의 말들이, 일본식 한자말 아니면 서양 외래어이다. 일본이 쓰다 버린 찌꺼기 말이나 서양말 찌꺼기를 학문 용어로 그대로 받아들여 쓰는 한 우리는 항상 그네들의 꽁무니를 따라 다닐 뿐, 우리 학문의 발전은 요원할 뿐이다. 학자들의 노력과 교육 담당자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우리말을 살려 쓰고 다듬어 써서도 수준 높은 학문을 할 수 있다.

“한자는 외국어가 아닌 우리 글자”라는 주장은―말과 글자를 혼동하고 있어서―깊이 따져 볼 가치가 없을뿐더러,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교 정규 과목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은 글자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한자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까닭은 그 글자의 불편함에 있다. 한자는 어렵고 쓰기 힘든 글자인 데다가 글자의 기계화에 큰 걸림돌이 되며, 정보 사회 도구로서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자를 쓰는 나라치고, 한자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 않는 나라가 없다. 이 사정은 일본과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왜 중국이 간체자를 만들어 쓰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는가 묻고 싶다. 이들 중 한자를 버릴 수 있는 행운을 가진 나라가 바로 훌륭한 소리글자인 한글을 발명해 낸 우리나라인 것이다.

전국 한자교육 추진 총연합회가 현재 중학교부터 가르치고 있는 한문 과목을 초등학교 정규 과정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전직 국무총리들을 1년여 동안 찾아다니며 졸라서 서명을 받아 건의서를 냈다고 하니, 이는 단순히 한자-한문에의 향수로 볼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영어 교과 확대로 사교육 시장이 크게 번성한 것을 볼 때에, 이 또한 막대한 이권을 염두에 둔 공작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그들의 뜻대로 교육 당국이 ‘한자’마저 초등학교 정규 교과로 밀어붙인다면, 서민들의 사교육비 지출은 영어 교육비에 이어 또 한 번 크게 늘어날 것이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영어 공교육 강화로 교육 정책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때에, 이는 기름에 불을 붙이는 격이 되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교육 대란과 국민적 저항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는 ‘국민 교육-보통 교육’ 기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 국민을 기르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초등학교에서는 ‘국어’ 교육에 집중해야 하고, ‘한자-한문’ 교육이나 ‘중국어’ 교육은 지금처럼 중‧고등 학교 이상에서 실시하여, 전문화시켜 나가는 것이 옳다. 오히려 초등학교에서의 국어 교육을 더욱 강화하여, 국어 교육이 읽고 쓰는 것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정보화 시대에 발맞추어 우리 말글 생활의 방식과 수단을 다양화, 속도화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 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위와 같은 우리의 견해를 밝히면서, 정부와 교육 당국이 일부 세력의 책동에 이끌려 보통 교육 기관인 초등학교 교육에 한자를 끌어들이는 잘못을 범하지 말기를 경고한다. 아울러 민족성을 지키고 인간성을 되살릴 수 있는 국어 교육, 다양화-속도화된 언어-문자 생활을 능동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국어 교육이 되도록 한층 더 힘써 주기를 바란다. 우리 역사를 백 년 전으로 되돌리는 어리석음으로 겨레의 앞날에 씻지 못할 죄를 짓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9년  1월  13일

한글 학회 회장  김 승곤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회장  이 상보
세종대왕 기념사업회 회장  박 종국
외솔회 회장  최 기호
한글문화연대 대표  고 경희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문 제안
한글문화원 원장  송 현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김 수업
세종대왕생가터복원준비위원장  이 대로
한겨레말글연구소 소장  최 인호
전국 국어운동 대학생 동문회 회장  이 봉원
한말글 이름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끔빛  이 얄라
한글철학연구소 소장  김 영환
한글사랑운동본부 회장  차 재경
짚신문학회 회장  오 동춘
한말글연구회 회장  정 재도

기사입력: 2009/01/14 [16:52]  최종편집: ⓒ 참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