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김형오 국회의장 출판 소식

한글빛 2009. 4. 28. 06:47

새로운 국회의장 모습 보여준 김형오 국회의장
[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거창한 출판기념회 대신 저자 서명 행사 열어
 
이대로
4월 25일 오후 김형오 국회의장이 서울 강남교보문고에서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생각의 나무)” 수필집의 저자 서명 행사를 했다. 김 의장은 국정감사 기간에 우리 땅 곳곳의 자연과 문화, 역사와 산업현장을 돌아보면서 국민의 소리를 듣고 본 국토순례기를 42통의 편지 형식으로 쓴 책이다. 편지는 본인들에게 직접 보낸 게 아니라, 편지를 받고 보는 사람은 독자들이다. 국민 모두가 우리 땅과 그 땅에서 자라는 풀과 꽃과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감싸며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밝힌 글이다. 우리 땅의 풀과 꽃과 나무, 그 속에 사는 국민, 그리고 조상의 숨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서 밝은 미래를 갖게 해주려는 뜻을 편지 형식으로 책에 담았다.
 
▲ 책 표지도 녹색이라 특이하다고 보았는데 풀과 나무처럼 글 내용도 자연스런 녹색이었다     © 이대로

이 책은 1장 자연과의 만남에서는 자연 속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쓴 편지, 2장 문화와 만남에서는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쓴 편지, 3장 역사와 만남은 우리 역사 유적지를 들러보고 역사 인물들에게 쓴 편지, 4장 미래와 만남은 산업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쓴 편지로 구성되었다.

첫 편째 편지는 광릉수목원의 이유미 박사에게 쓴 편지인데 광릉의 풀과 나무와 이유미 박사에게 많은 감동을 받은 거 같다. 이유미 박사는 식물에 대해서도 잘 아는 분이지만 글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쓰는 분으로 유명하기에 설명도 잘 했고 김 의장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음에 쏙 들었던 거 같다. 국회의장 공관 뜰에 우리 꽃과 풀 50여종 5000본을 심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것도 어떤 분은 공관에 들어가면 가구와 집 구조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고치는 데 자기는 그런 걸 손대지 않고 정원을 우리 꽃밭으로 만들어서 다음 분이 오면 보고 즐기길 바란다고 한 말에는 감동스러웠다. 문화와 역사, 미래와 관련된 여러 편지에서 그의 나라사랑, 국민 사랑 정신이 듬뿍 담겼지만 이번 순례를 함께 하지 못한 부인에게 쓴 마지막 편지는 가장 감동스러웠다.
 
▲ 끈 달아 밀려오는 인파에 한 시간 쯤 땀을 흘리면서 서명을 하다가 체면을 버리고 웃옷까지 벗고 서명을 계속했다.     © 이대로

이번에 김형오 국회의장의 책 서명 행사는 국회의장으로서 몇 가지 새로운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첫째,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가운데 상임위에 소속되지 않아서 국정감사기간 때엔 할 일이 없는 셈이다. 그래서 지난날 국회의장은 이 기간에 다른 국회의원을 대동하고 해외 순방외교를 다녀왔다. 그런데 김형오 의장은 해외에 나가지 않고 나라 안 곳을 살펴보고 국토와 국민과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고 국민에게 보여주었다. 김 의장은 “자신이 해외 순방외교를 떠나게 되면 여,야 의원 네다섯 명이 함께 떠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국회의원들은 오랫동안 준비한 국정감사를 못하게 된다. 그래서 고민 끝에 국토 순례를 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순방외교를 한다고 가족까지 데리고 여행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홀로 국토순례를 했다니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고 본받아야 할 마음이다.

둘째, 보통 정치인은 넓고 큰 식장에서 출판기념회를 하는 데 이번에 김형오 국회의장은 책방에서 국민과 독자를 상대로 저자 사인회를 함으로써 국민과 가까워지려고 했다. 식장에서 출판기념회를 했으면 다른 국회의원과 또 다른 공무원과 기업인 등 무게 있는 사람들이 바쁜 시간과 돈을 쓰게 만들었을 터인데 그렇지 않았다. 가까운 친지나 관련 기관에서도 왔을 것이지만 서명을 받으려고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방송이나 신문에서 잘 알려진 얼굴은 없고 학생, 직장인, 일반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로 그랬지만 너무 서명을 받으려는 사람이 많아서 책만 사고 되돌아서야 했다. 어떤 학생은 “무슨 사람이 이리 많아? 유명한 사람인가 봐!”라고 중얼거렸다.

셋째, 국민에게 정치인, 국회의장에 대한 친근감과 믿음을 주었다. 한국의 정치와 민주주의의 앞날이 밝을 것이란 꿈을 갖게 했다. 책 제목도 희망편지라고 했지만 백 마디 천 마디 대중 연설보다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감동을 준 사건이었다. 요즘 언론에 앞의 국회의장 몇이 검은 돈을 받은 거 같다는 소리가 들려서 실망했는데 이번 행사는 그 실망을 잊게 해주었다. 글도 잘 쓰고 아름다운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라 한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 다 읽고 책장을 덮고 보니 책 뒷장에 “저자의 수익금은 모두 결식아동을 돕는데 사용합니다.”글 귀도 아름다웠다.
 
▲ 서명을 받으려는 학생과 일반인 수백 명이 줄을 선 끝이 보이지 않았다.     © 이대로

김형오 의장님, 당신은 진짜 참사람, 멋쟁이, 참 한국인이다. 지난 17대 국회 때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드는 데 앞장서 주셔서 그의 아름다운 마음을 알았기에 얼굴이라도 보고 책에 서명을 받아보려고 갔으나 수많은 인파에 밀려 서명은 못 받았다. 그러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흡족했다.

끝으로 한 가지 건의하고 싶다.
 
“국회의원 보람(빼지)과 국회 깃발에 쓴 ‘國’자와 의장석의 ‘議長’이란 한자를 우리 글자인 ‘국회’와 ‘의장’으로 바꾸어 주십사하는 것입니다. 이건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입니다. 조그맣지만 진짜 국민과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중대한 일입니다. 우리 겨레와 나라와 국민뿐 아니라 당신을 위해서 꼭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국회의장 임무를 잘 마치시길 비손합니다. ”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사무총장
중국 절강성 월수외대 한국어과 교수







 
2009/04/27 [11:12]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