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중국의 한문 불경 사용할 텐가 | |||||||||||||||
[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한글과 불교가 가까워질 때 불교가 더 꽃 피울 것 | |||||||||||||||
오늘은 석가모니 부처가 이 땅에 온 지 2553해가 되는 날이다. 사월 초파일엔 절마다 인등을 달고 예식을 하고 있다. 나는 지난해 초파일엔 중국에 있었는데 그들도 절을 찾아 향불을 바치고 소원을 빌고 있었다. 내가 일하던 대학교의 옆 회계산에 절이 있어서 자주 찾아 마음을 달래고 등산을 했는데 중국인들은 사람 키와 같은 향을 피우기도 했다. 나는 착실한 불자는 아니지만 사월 초파일엔 절에 식구와 함께 간다. 그런데 올해는 절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아내가 다니는 절 스님이 참 좋은 분인데 한 달 전에 절에 갔더니 “새로 짓는 절에 서까래나 기왓장 하나라도 도와주면 좋겠다. 절 현판 글씨는 한자로 써야 품위가 있어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 말만 여러 사람에게 하더라는 소리를 듣고 그 절에 가기 싫어서 며칠 전에 조계사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한글과 한국 불교는 태어날 때부터 가깝고 인연이 깊다. 한글을 만들고 바로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이란 불교 책을 한글로 쓴 일이 있다. 신미대사는 한글을 만들고 쓰게 하는 데 공헌을 한 일도 있다. 그러나 한국 불교인들은 한글을 즐겨 쓰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싫어한다.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한 사람들이다. 서양 종교인 기독교는 성경을 희랍어나 영어가 아닌 한글로 써서 포교를 잘하는데 불교인들은 불경을 한글이 아닌 중국 한문으로 써서 읽으라고 한다. 불교는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중국인들은 범어를 그대로 쓰지 않고 자신들의 글자인 한문으로 불경을 만들어 썼다. 그래서 인도보다도 중국에서 불교가 더 퍼지고 자리 잡았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의 한문 불경을 그대로 베껴서 쓰고 있다.
중국 절에 가면 석가모니 부처를 모시는 곳에 大雄寶殿이라고 한자로 써 있다. 우리 글자가 없어 중국 한자를 그대로 쓰던 옛날엔 우리 절도 大雄殿이라고 썼다. 그러나 지금은 ‘큰법당’이라고 우리 글자인 한글로 쓰는 게 옳고 좋다. 광릉 봉선사엔 오래전부터 한글로 ‘큰법당’이라고 썼고, 설악산 신흥사에서 울산바위로 가는 길가에 있는 암자도 한글로 썼으며 서울 상계동 수락산 자락에 있는 절에도 ‘큰법당’이라고 한글로 써 있다.
그런데 아직도 덜 깬 스님들은 요즘에 절을 새로 지으면서도 ‘큰법당’이란 한글보다 ‘大雄殿’이란 한문이 좋다고 하니 답답하다. 언제까지 한국 불교인들이 한국인에겐 한국말로 쓴 한글 불경이 좋다는 걸 깨닫게 될까가 궁금하다. 혹시 “영어 시대이니 영어로 써야 한다.”고 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면서 말이다.
한국의 스님들에게 한마디 한다. 부처님 말씀은 참 옳고 좋다. 그 말씀을 한국인들에게 중국 글로 읽으라고 하지 말고 한국말을 한글로 옮겨서 읽게 하라. 내가 대학생 때 불교개론을 배우면서 부처님 말씀과 불교 이야기에 좋은 말이 많다는 걸 처음 알았고, 한문으로 된 불경을 쉬운 우리말로 풀어서 읽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불교를 좋아할 거란 생각을 한 일이 있다. 지금부터 43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젊은 스님들이 한문을 고집하는 걸 보면 답답하다. 중국도 아니고 한국에서, 한문시대도 한글시대에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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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4 [10:16] ⓒ 대자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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