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사전 만들고, 한글날을 공휴일 제정해야" | |||
[토론회] '한말글 사랑 이야기 마당', "정책이 바로 서야 국어가 바로 선다" | |||
2009년 7월18일 오후 3시 한글학회 얼말글 교육관에서 ‘두 번째 한말글 사랑 이야기 마당’이 한말글문화협회(대표 이대로) 주최로 열렸다. 이번 이야기 마당 주제는 ‘국어사전 무엇이 문제인가?’와 ‘왜 한글날이 공휴일이야 하나?’였다. 장대비가 내리는 무더운 토요일 이었는데 많은 사람이 모여 날씨만큼 뜨겁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4시간 동안 토론을 했다. 김승곤 한글학회 회장, 우상호 전 국회의원, 진용옥 한국어정보학회 회장이 격려말씀을 해주었다. 이날 토론회를 연 이대로 대표는 인사말에서 “지난 6월에 연 첫 번째 이야기마당에서는 요즘 나라를 망치는 영어 문제와 아직도 죽지 않고 한글을 못살게 구는 한자문제, 한글이 빛나는 밑바탕을 다지는 한글역사문화관 문제를 토론했는데 앞으로 계속 다루어야 할 중대한 문제다. 이달 토론 주제는 한글이 빛나는 밑바탕이 될 또 다른 중대한 문제인 국어사전 문제와 한글날 공휴일 문제로 정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국어문제를 풀려면 다룰 이야기 거리가 많다. 다음 달엔 국어기본법과 국어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정부 관계자를 초청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한번 토론으로 모두 해결되지 않겠지만 하나하나 국민의 의견을 들어 해답을 찾고 그 결과를 정부와 국민에게 알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첫 번째 주제 발표자인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님은 “‘제비집’, ‘푸른하늘’같은 우리말은 싣지 않고 다른 나라의 사전에서 한국말이라고 하는 것도 우리 사전은 순우리말이 아니라고 한자를 달아놓았다. 한뜻을 가진 수십 개의 한자말은 표준말이라고 하고, 우리토박이말은 하나만 표준말이라고 한다. 왜 이렇게 되었나 했더니 조선총독부가 만든 조선어사전을 베꼈기 때문이다.”라면서 새로 만드는 사전은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고 진짜 우리말 사전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80 대 노인인 정재도 선생은 광복 뒤 1946년에 최초 한글 신문인 호남신문(사장 이은상)의 편집장을 지냈고 1950년대에 한글학회에서 만든 큰사전을 시작으로 사전 만드는 일을 많이 한 사전 만들기 원로요 전문가다. 소년조선일보 주간, 한국땅이름학회 회장, 한말글연구회 회장을 지내면서 쉬운 토박이말을 살려 쓰는 노력을 많이 한 우리말 연구가로서 지금까지 나온 사전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따졌다. 지난날 국어사전에 우리말이 아닌 낱말이 많이 올라가고 진짜 우리말이 빠진 것은 처음에 만들 때 일제 총독부가 만든 사전을 많이 베끼고,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말이 우리말인지 아닌지를 모르고, 우리말을 한자로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잠깐’이란 우리말을 한자말로 만들려고 꾸민 말이 暫時間이란 억지스런 한자말이고 ‘사랑방’은 우리 토박이말인데 ‘舍廊房’이란 한자말로 둔갑시킨 게 지난날 사전이다. 우리 토박이말을 우리 스스로 버리고 우리말의 70%가 한자말이니 한자를 초등학교에서부터 가르치고 써야 한다고 주장하니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첫 번째 토론자인 이수열(솔애울국어순화연구소 소장)은 ‘국어사전의 현상과 나아갈 방향’이란 제목으로 “ 원래 우리말은 쉬웠다. 그런데 국어사전이 우리말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어떤 낱말은 풀이말이 이해하기 더 힘들다. 올림말을 쉽게 풀어 설명해야 한다. 조어법에 어긋나는 것도 문제이고, 외국말투인 피동형 낱말을 본디 우리말로 올린 잘못이 수두룩하다. 지난날 사전이 거의 그렇지만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나온 표준국어대사전이 가장 심하다. 그 사전을 만들 때 낱말 숫자를 많이 늘리고 대통령 임기에 맞추어 만들려다보니 그런 잘못을 저질렀다. 그 당시 국립국어원장에게 직접 알려주었는데도 듣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그런 사람이나 기관이 사전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수열 선생은 “국어 표준이라는 국립국어원이 만든 표준 국어대사전이 ‘이루어지다. 주어지다.’는 타동사 ‘이루다.’의 피통형으로 사전에까지 올릴 필요가 없는 낱말을 올렸으며, ‘변하다.’의 명사형으로 쓰이는 ‘변화’는 ‘변화하다’라는 동사로는 만드는 건 조어법에 어긋나는 데 억지로 동사로 만들어 사전에 올려서 우리 국어를 어지럽히고 있다. 새로 만드는 사전에선 모두 이런 건 빼야한다.”고 밝혔다. 80대 노인인 이수열 선생은 지난 10년 동안 신문에 저명인사들이 쓴 사설과 논단에서 조어법에 어긋나거나 외국말투, 문법에 맞지 않는 글을 빨갛게 교정해서 편지로 글쓴이에게 보낸 게 5000 여 통이니 일반국민은 어떻겠느냐며 새 사전을 잘 만들어 이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정철 (다음커뮤니케이션 기획탐장)님은 “기존 종이 사전은 지면이 한정되어 있지만 누리통신 사전은 모든 단어가 올라갈 수 있으니 정재도 선생님이 지적한 내용을 모두 올려서 어떤 게 잘못되었고 바른가 알려주면 좋겠다. 참여하는 형태로 만드는 새 사전을 만들겠다고 하는 데 그보다 앞서서 포털 웹 사전에 기존 사전들의 내용을 모두 올릴 수 있게 저작권 문제를 해결 해주고 일반인이 지금 만들고 있는 ‘위키 낱말사전’을 잘 되도록 도와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민간인의 사전 사업은 상업성이 떨어져서 만들지 않으니 언어학자들을 동원에 기존 책 사전에 올린 내용을 설명한 말뭉치를 만들어 인터넷에서 활용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실용성 사전 만들기를 주문했다. 세 번째 토론을 한 이승훈(동아일보 어문연구팀 기자)님은 “국가경쟁력위원회에서 새 한글사전을 만들겠다는 것을 환영한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이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국어심의회를 확대 적극 운영해서 ‘말 다듬기’를 신속하게 한 다음에 국민에게 알리고 새 사전에 올렸으면 좋겠다. 표제어 뜻풀이를 좀 더 이해하기 쉽고 분명하게 하고, 사라져가는 토박이말을 살리려면 ‘한켠(한쪽), 뜨락(뜰), 내음(냄새) 같은 방언을 표제어로 올리고 설명해주면 좋겠다. 단번에(單番-)는 표제어로 올라있는데 일반인이 많이 쓰는 ’한번에‘는 없다. 북한에서 많은 쓰는 낱말도 우리 사전에 추가해 거리낌 없이 쓰게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청중으로 참석한 겨레말통일사전 책임자 조재수 선생과 국립국어원 최용기 국어진흥부장은 새로 만들려는 사전이 잘 될 지 걱정이라고 밝혔지만 오동춘(짚신문학회 회장)박사는 “이제 시간과 힘이 들더라도 한글과 토박이말을 살려서 사용하기 쉬운 사전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정부가 구상하는 새한글사전이 일본식 한자말 중심으로 만든 표준국어사전 꼴이 안 되게 하려면 한국 최초로 국어사전을 만든 역사와 경험이 풍부한 한글학회를 중심으로 민간인이 만들게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번 토론 결론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구상하는 새한글사전 만들기는 좋은 일이지만 절대로 기한을 정해서 한 두 해에 서둘러 만들 일이 아니고 정재도, 이수열 선생 같은 재야 전문가와 국민이 참여하는 민간인 중심 사전편찬위원회를 만들어 차분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주제인 “한글날 공휴일 제정 필요성”에 대해 발표한 이기만(평론가) 님은 “한글날이 공휴일이 되면 국가경제가 어려워진다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주문화가 꽃펴서 오히려 경제가 발달하고 국력이 빨리 커진다. 정부는 주저하지 말고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한글날을 공휴일로!” 하자는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 |||
기사입력: 2009/07/21 [14:44] 최종편집: ⓒ 대자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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