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국회의원 보람(배지) 글씨는 한글로 바꿔야

한글빛 2009. 9. 10. 16:12

'국회의 상징' 휘장과 배지 글씨는 '한글'이 마땅
[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한글’은 대한민국의 상징, ‘한자’는 중국의 상징
 
이대로
국회 사무처가 국회의원 가슴에 달고 다니는 보람(배지)에서 1)무궁화 잎을 없애고 '국회'라는 한글을 넣은 것과  2) 무궁화 잎은 그대로 두고 '國' 자 대신 '국회'라는 한글을 넣은 것 3) 국회의사당을 단순하게 형상화한 것 4) '國' 자를 없애고 무궁화잎 모양을 간결하게 바꾼 것 등 네 가지 방안을 가지고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묻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잘하는 일이고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제야 대한민국 국회의 제 모습을 찾는 일이고, 오랫동안 많은 국민이 바란 뜻을 들어준 일로서 한글단체는 큰소리로 환영한다.
 
그런데 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진태하 이사장은 국회의원들에게 반대 편지를 보내고 일간신문에 그 반대 글을 쓰고 있다. 그는 중국 은나라의 갑골문과 주나라의 금문까지 들먹이면서 “이 나라의 무식(無識)이 이 정도인가 싶어 답답하기 짝이 없다. ‘國’자가 ‘或’자처럼 보인다고 교체하자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생트집이 아닐 수 없고, 또한 ‘或’자처럼 보인다 해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쓰면서 한글로 바꾸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게 좋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국회의원들이 그에 동조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딱하다. 
 
▲ 왼쪽은 국회 깃발과 정문, 본회의장 정면에 달린 휘장, 오른쪽은 국회의원 가슴에 단 보람(배지)     © 국회사무처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우리 글자인 한글이 태어난 지 563년이 되었고 한자세상인 조선시대나 일제 식민지시대도 아닌 한글세상인 대한민국 시대다. 대한민국 국회 상징인 휘장과 보람(배지)의 글자를 이제야 한글로 바꾸는 것도 너무 늦은 일이다. 지난날 많은 국민이 국회 휘장과 보람의 글자를 우리글자인 한글로 바꿀 것을 건의하고, 한글단체는 한글로 보람을 만들어 주기까지 했으나 듣지 않았었다. 17대 국회에서는 수십 명의 국회의원들이 한글로 바꾸라는 법안까지 냈으나 일부 국회의원과 한자단체가 반대한다고 심의도 하지 않고 17대 국회의 막을 내린 일도 있다. 우리 국회가 이 꼴이니 영국의 지리책에 한국은 글자가 없어 중국의 한자를 쓰는 나라라고 써 있다는 신문보도도 있었다. 
 
▲ 17대 국회 때 한자 보람(배지)를 한글로 바꾸려고 낸 박영선, 박병석, 국회의장(안)     © 국회사무처

국민이 바꿔달라고 건의하지 않더라고 국회의 휘장과 보람(배지)글씨는 한글로 바꾸는 게 마땅하다. 대한민국이 태어날 때 국회의원이 만든 한글전용법(법률 제6호)과 2005년에 법률 제7368호로 17대 국회가 제정한 국어기본법 정신에 보더라도 당연한 일이다. 대한민국 휘장 글씨와 행정부와 국회의 휘장은 건국 후 바로 한글로 ‘대한민국’, ‘정부’ ‘법원’이라고 쓰고 있는데 국회만 ‘國’이라 쓰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 대한민국과 정부, 법원의 휘장은 우리 글자인 한글인데 국회의 휘장은 한자 ‘國’이다.     © 국회사무처

위에서 보듯이 대한민국 국회의 휘장과 깃발만 중국 한자로 되어있는데 국어학자와 기업인과 일부 국회의원들만 그게 좋다고 고집부리고 있다. 이번 국회가 한글로 바꾸겠다고 하니 한자단체와 일부 보수신문과 국회의원들은 경제가 어려운데 괜히 헛돈을 쓴다고 떠든다. 5대 국회와 8대 국회에서 한글로 바꾼 일이 있었고, 그 뒤 국회 개원 때마다 이 문제가 나왔으나 한자단체가 계속 반대해서 한자 휘장을 지금까지 썼는데 이번도 그 꼴이 될까 걱정이다.
 
20년 전 나라 경제가 어렵다고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자는 것과 똑 같다. 국회의원 보람은 금배지라고 하지만 금도금이다. 그 보람을 하나 만드는데 드는 돈이 2만원이고 국회의원 300명이니, 모두 6백만 원이 드는 데 나라 경제까지 들먹이며 반대하는 꼴이 한심하다. 한글을 살려 쓰면 오히려 나라 경제가 좋아진다. 한글은 한자에 비해서 쓰고 배우기 쉬워서 국민의 지식수준을 빨리 높여주고 시간과 돈을 벌게 해주는 경제성이 높은 글자이고 나라 위상과 국민 자긍심을 높여주어서 나라 발전을 빠르게 만들어준다. 한글이 바로 돈이고,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고 밑바탕임을 왜 모르는지 답답하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중국에 가서 중국 대학생들에게 우리말과 한글을 가르치다가 왔다. 중국인들은 한글을 쓰는 우리를 부러워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안 쓰려고 하니 이상하고 한심하다. 한자를 쪼금 안다고 똑똑한 체 하지 말라. 진짜 한자를 많이 아는 분, 고 임창순 선생은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을 무식하다고 하지 말고 그 힘을 고전 번역에 힘쓰면 좋겠는데... 빨리 한자로 된 고전을 한글로 바꾸는데 급한데...” 하시며 한숨을 쉬시는 걸 내가 직접 들었다.
 
한자를 우리와 같은 동이족이 만들었고 오랫동안 썼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한글을 마음껏 자랑할 때이고 한글을 쓰는 게 역사의 순리요 시대 흐름이다. 중국 한자가 그렇게 좋으면 한글과 한글을 사랑하는 국민을 더 괴롭히지 말고 차라리 한자만 쓰는 중국에 가서 살면 어떨까 싶다. 이제 대한민국의 제 모습을 찾고 대한민국 국민답게 제대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중국 절강성 월수외대 한국어과 교수







 
기사입력: 2009/09/07 [10:17]  최종편집: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