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한글과 막걸리, 그리고 우리 토종들

한글빛 2010. 1. 4. 18:47

한글과 막걸리, 그리고 우리의 '토종들'
[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한국은 위대한 가능성의 나라, 전통 계승해야
 
이대로
우리 한국 사람들은 우리 것을 우습게 여기고 남의 것을 더 우러러 보는 버릇이 있는 거 같다. 그 큰 본보기가 온 누리에서 가장 좋은 글자인 우리 한글을 업신여기고 중국의 한자나 미국말을 더 섬기는 버릇이다. 이 세상에서 한글은 그 태어난 날과 만든 사람과,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하나뿐인 글자이며, 바람소리 새 소리까지 적을 수 있는 가장 잘나고 앞선 글자이다. 그런데 그 임자인 우리 한국 사람들은 그 못된 버릇 때문인지 제 글자인 한글을 잘 쓰지 않고 한자만 좋아하더니 이제는 영어만 섬긴다. 한마디로 겨레 얼이 빠진 국민이 많고 이 정신 상태는 우리가 앞서가는 나라가 되고 잘 살게 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똑 같은 우리 상품에도 그 이름을 한글로 썼을 때는 잘 팔리지 않고 로마자로 쓰면 더 비싸도 잘 팔린다니 그게 제대로 된 정신 상태인가!?
 
그런데 태어나고 500년 동안 그 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던 한글이 오늘날에 조금씩 더 알아주고 쓰고 있어 다행이다.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난 뒤 겨레와 나라를 사랑하고 자주정신이 있는 민족 지도자들이 한글을 살려 쓰고 한글로 교육을 한 결과이다. 한글이 배우고 쓰기 쉬워서 반세기만에 글 모르는 국민이 없어졌고 국민 지식수준이 높아졌다. 그래서 나라살림도 빨리 좋아지고 민주주의도 빨리 자리를 잡았다. 한글이 있어서 정보통신 강국이 되었고, 누리통신 선진국이 되었다. 지난해엔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로 자기들의 민족어를 한글로 적고 교육한다는 반가운 소식까지 있다.
 
▲ 서민의 애환이 녹아있는 막걸리가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 CBS노컷뉴스

한글만 빛을 본 게 아니다. 그동안 우리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다가 이제야 뒤늦게 대접받는 우리 것이 있다. 바로 우리 술 막걸리다. 지난날 우리 국민이 양주나 포도주를 지나치게 좋아하고 우리 술은 업신여겼다. 나는 그 꼴을 보면서 오래전부터 우리 술을 잘 만들어 먹자고 여기저기 글도 쓰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돈 많고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우리 술보다 남의 술을 더 좋아했다. 그런데 요즘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고 그 인기가 매우 높아 기쁘다. 사람들이 막걸리를 좋아하니 더 맛있는 막걸리가 많이 나오고 비싸게 팔리고 있다. 수출도 많이 되고 6배나 더 잘 팔린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막걸리도 우리 스스로 깨닫고 좋아하게 된 게 아니라, 남이 좋아하고 맛있다고 해서 우리도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4년 전에 중국과 일본에서 일어나는 한국어 교육바람을 조사하려고 그 두 나라에 간 일이 있다. 그 때 우리 한국말이 우리가 국내에서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인기가 높은 것을 보고 정부에 그 지원을 건의하고 기뻐한 일이 있다. 그런데 그 때 일본에서 한국말만 인기가 있는 게 아니라 막걸리도 대단히 인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교토에 있는 우리 동포가 운영하는 조그만 술집에 가니 우리 막걸리가 종류별로 많이 진열되어있고 날마다 마시는 일본인이 있다는 말을 듣고 또 한 번 놀란 일이 있다. 그런데 이제 이 한글과 막걸리가 우리나라 안에서 인정을 받고 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우리 ‘인삼’을 일본이 세계에 먼저 알려서 외국에서 ‘진생’이라 불리고 ‘막걸리’도 일본식 이름 '맛코리'로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 막걸리의 대표 상품 가운데 하나인 '포천막걸리'와 '포천일동막걸리'에 대한 상표 등록을 일본 기업이 선점했다고 한다. 국내 막걸리 생산업체들이 상표 등록을 하지 않은 이유는 국내법상 지명(地名)이 들어간 경우 상표로 등록할 수 없기 때문이어서란다. 지난날 한 때 막걸리를 마음대로 해먹지 못하게 한일도 있다. 우리 토종 식물의 종자가 우리 땅에서 찾기 힘들고 외국에 가 있는 게 많다고 한다. 며칠 전 방송에서 토종인 청양고추도 그 종자 소유권이 미국으로 넘어갔고 다른 토종 종자도 외국에서 개량한 걸 우리가 수입한다는 말이 있었다. 참으로 딱하다.
 
우리가 우리 것을 지키고 빛내자고 하면 ‘국수주의’자라며 비난하는 일이 많다. 나는 한글을 지키고 빛내자고 하다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무식한 국수주의자라고 비난받고 협박까지 당하기도 했다. 좋지 않은 우리 것까지 무조건 지키고 사랑하자면 그런 말을 들어도 되지만  한글이나 인삼 같은 우리의 좋은 걸 지키고 사랑하자는 것까지 그렇게 비난하고 외면하는 것은 못난 짓이고 바보짓이다. 이지 지난날 못난 짓을 한 걸 반성하고 다른 토종도 좀 더 좋게 개량하고 잘 지키자. 정부에서도 우리 걸 지키고 빛내는 일에 예산을 아끼지 말자.
 
▲ 쌀로 빚은 중국 소흥주는 한 병에 우리 돈 100만원(중국 돈 5000위안)이다. 우리도 이런 고급술을 만들어 팔자. 중국 절강성 농촌에는 우리 막걸리와 똑같은 쌀술도 있다.     © 이대로

이제 지난날 우리 것이라면 업신여기고 남의 것만 더 섬긴 못된 버릇을 부끄러워하고 이제 우리 것을 지키고 빛내자. 우리가 우리 걸 업신여기면  스스로 제 얼굴에 침 뱉는 꼴이다. 다른 우리 술도 더 좋게 만들자. 우리 한글로 좋은 글을 많이 쓰고 한글로 돈을 벌 연구를 하자. 영어나 한자 숭배하는 노력과 돈을 우리 토종 지키고 빛내는 데로 돌리자. 쌀로 담그는 중국술은 지금 한 병에 백만 원에 팔리고 있다. 한글의 장점과 특징을 살린 손전화기 한글표준 자판을 중국이 만들어 세계표준으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제 정신 차리자. 우리는 위대한 가능성을 많이 가진 나라다. 이 국운 상승기를 놓치지 말자. 우리가 마음먹고 하기 따라서 우리는 무섭게 빛날 나라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중국 절강성 월수외대 한국어과 교수







 
기사입력: 2010/01/04 [17:08]  최종편집: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