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청장님께 드리는 건의문]
새로 짓는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달아 주십시오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이 나라의 으뜸 자랑이자 국가 상징인 ‘한글’을 빛내고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한글 사랑 단체들입니다.
우리가 알기로는 올 10월 중에 광화문 ‘제모습찾기’ 사업이 완료되어, 광화문이 서울 한복판 광화문광장 들머리에서 한국의 상징 건축물로 자리잡고 국민의 사랑을 다시 받게 되리라 여깁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새 광화문에 걸릴 현판이 한자 현판만이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광화문의 본궁인 경복궁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그곳은 조선왕조의 대표 궁궐인 동시에 아울러 세계 으뜸 글자인 한글(훈민정음)이 창제 반포된 곳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한글날에는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섰고, 주변에는 세종의 위업을 널리 알리기 위한 여러 조형물과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로써 우리 국민은 위대한 조상 세종과 나라의 첫째 보물 한글이 있음을 알리게 되었지만 아직도 자랑하기에 충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현 정부 당국(문화체육관광부)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부지 안에 한글박물관을 2012년 말까지 건립하여, 우리 겨레의 자랑인 한글의 역사와 미래를 국내외에 널리 소개하기 위한 국책 사업을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광화문 ‘제모습찾기’ 사업을 주관하는 문화재청이 조선 왕조 역사만을 중시하여 이 시대에 새로 건립하는 광화문에다가 한자 현판만을 달게 되면 광화문이 갖는 대한민국 서울의 상징성과 위상을 드높이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리라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광화문은 조선 왕조 건축물인 경복궁의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에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 새로 지은 건축물로서 21세기 대한민국의 상징물이 될 것인데, 이 시대 정신을 거스르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뜻으로 1968년 광화문 복원 때도 한글 현판을 광화문에 달았던 것이고, 그 한글 현판 자체도 우리 글자인 한글을 살려 쓰려고 애쓴 중대한 현대 역사유물이며 한글시대를 상징하는 문화재이니 보존해야 마땅합니다.
이 광화문의 상징성은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도 그렇지만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한테는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상징이 자금성의 정문인 천안문이고, 일본의 상징이 궁성으로 들어가는 이중교이듯이, 앞으로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상징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이 될 것입니다.
새 광화문 준공식 때나 다른 행사 때에 그 앞에서 외국 방송기자들은 촬영도 할 터인데, 그때 한자 현판을 단 광화문이 배경이 된다면, 아마도 그 방송을 보는 외국인들은 한국에는 자신의 글자가 없어 아직도 중국 한자를 빌려서 쓰는 줄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욱이 광화문광장에는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 동상을 세워놓고 선전하면서, 그 앞의 큰 볼거리가 한자 현판을 단 광화문이 된대서야 쓰겠습니까!
그러나 경복궁 내 조선시대 건물들이 모두 한자 현판을 달고 있는데, 광화문만 한글 현판을 달면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들이 있을 것이니 그 대안으로 광화문 앞뒤에 붙이는 현판을 각기 다르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근정전을 바라보는 궁 안쪽 현판(조선시대)은 한자 현판을 달되,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 쪽 현판(대한민국시대)만은 한글 현판을 달아서 한자를 쓰던 옛 것과 한글을 쓰는 새 것이 공존하는 것입니다. 중국 자금성의 현판에는 한자와 몽골글자가 함께 쓰여 있어서 그 시대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글날이 있는 2010년 10월에 한글 현판을 달고 광화문 준공식을 하면 세종대왕 동상과 함께 어울려 온 세계에 한글과 세종대왕을 알리고 자랑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옛 문화재를 지키고 복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 문화재를 건립하고 창조하는 일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더욱이 한글을 지키고 빛내는 일은 우리 겨레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드높이는 일이며 세계 문화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는 일입니다. 문화재청 청장님과 문화재위원님들께서 역사에 남을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바라며, 청장님과 관계 직원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
2010년 2월 10일
국어단체연합회 회장 최기호 / 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 남영신 / 국어순화추진회 회장 주영하 /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박종국 /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김경희 / 외솔회 회장 성낙수 / 우리말연구소 소장 김수업 / 우리말바로쓰기 회장 김정섭 /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회장 이봉원 / 전국국어교사모임 이사장 정경우 / 짚신문학회 회장 오동춘 /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 한국마주이야기교육연구소 소장 박문희 / 한국어린이문학연구회 회장 박상규 / 한국어정보학회 회장 진용옥 / 한글학회 회장 김승곤 / 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 박용수 / 한류전략연구소 소장 신승일 /한글재단 이사장 이상보 / 한글철학연구소 소장 김영환 / 한글문화연대 대표 고경희 /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이대로 / 한글이름펴기모임 대표 밝한샘 / 한국땅이름학회 회장 배우리 / 한글문화원 원장 송현 / 한글사랑운동본부 회장 차재경 / 한말글이름을사랑하는사람들 이끔빛 이얄라 / 훈민정음연구소 소장 반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