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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는 한자능력검정시험 허가를 당장 취소하라

한글빛 2010. 3. 22. 09:08

제 나라 글인 한글을 우습게 여기는 교과부

[논단] 교과부는 한자능력시험 승인과 초등 한자교육 결정을 취소하라
 
이대로
지난 1월 29일 조선일보가 사설과 보도기사로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한자가 사라진 지 40년 만에 한자교육을 가르칠 수 있는 제도가 확정되었다.”고 보도하면서 해묵은 한자교육 논쟁이 다시 일어났다. 한글이 태어난 지 500년 동안 한글을 제대로 쓰지 않다가 대한민국을 세우면서 한글만으로 교과서도 만들고 공문서에 쓰기 시작해서 이제 나라 글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래서 한자를 고집하던 조선일보까지도 한자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글만으로 신문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한자를 점점 덜 쓰고 있는데 갑자기 초등학교에서부터 한자를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떠들고 있으니 한심하다. 더욱이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가 제 나라의 글자는 우습게 여기고 중국 한자와 영어 섬기기에만 열심이니 한심하고 답답하다. 

한글단체는 이제 한자 논쟁에 낭비한 힘과 시간을 일본 강점기 때에 우리말 속에 끼어든 일본 한자말을 속아내는 일과 오늘날 물밀듯이 밀려와서 우리말을 죽이는 영어로부터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는 데 온 힘을 바치고 있다. 그런데 교과부와 한자 숭배자들은 한글단체는 모르게 한자세상으로 만들려는 음모를 치밀하게 꾸미고 있는 것을 뒤늦게 알고 당황스러웠다. 더욱이 한자교육과 검정시험으로 재미 보는 세력이, 대학 수능시험에서 한문이 빠진다고 하니 한문학회와 합세하여 세차게 한글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가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하기로 결정한 중요한 근거가 거짓과 눈속임에 지나지 않기에 그 몇 가지를 밝힌다.

첫째, 우리말의 70-75%가 한자말이라는 것은 거짓이고 눈속임이다. 이번에 저들이 본보기로 들은 27개의 ‘사기’란 낱말을 살펴보자. “1.士氣, 2.詐欺, 3.沙器/砂器, 4.仕記, 5.史記, 6.辭氣, 7.史期, 8.四氣, 9.四機, 10.寺基, 11.死期, 12.些技, 13.私妓, 14.私記, 15.邪氣, 16.事記, 17.事機, 18.使氣, 19.社基, 20.社旗, 21.射技, 22.射器, 23.射騎, 24.斜攲, 25.詞氣, 26.肆氣, 27.史記” 

이 가운데 ‘군인의 사기가 높다.’는 뜻의 1번, ‘거짓말을 한다.’는 뜻의 2번, ‘역사 기록 책’이란 뜻의 5번이나 ‘회사 깃발’이란 뜻의 19번이 자주 쓰는 낱말이고 나머지 85%는 별로 쓰지 않거나, 전혀 안 쓰는 일본이나 중국의 한자말로서 버리거나 새말로 바꿀 말이다. 이렇듯 실제로 쓰는 한자말은 15%밖에 안 되는데도 저들은 사전에 올라 있다는 것만으로 모든 사람이 쓰고 있는 양 주장하니 이는 사기(詐欺)일 뿐이다. 

▲ 2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등학교 한자교육의 필요성에 관한 심포지엄’ 자료집 겉장인데 온통 한자로 쓰였다.      ©이대로
둘째, 저들은 국회의원 90%가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찬성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도 거짓이다. 2009년 9월 조선일보와 여러 신문이 ‘국회의원 90%가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찬성’이라는 큰 제목으로 기사를 쓰고, 한자파는 말할 것 없고 정부와 국회의원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진짜 내용은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과 성균관대 이명학 사범대학장이 지난 달 18대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한자교육 시행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설문에 응한 161명 가운데 90.1%인 145명이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쓰고 있었다. 그러니 실제로 299명 국회의원 가운데 145명이 찬성한다고 대답했으니 49%도 안 되는 것이다. 이 또한 국민을 상대로 언론과 학자가 짜고 사기(詐欺)치는 것밖에 안 된다.

 셋째, 이번에 교과부가 한자과목을 초등학교 ‘창의적 체험학습’으로 넣은 것은 큰 잘못이다. 왜냐하면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편성·운영하되, 진로 활동, 봉사 활동, 동아리 활동 등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한자교육은 암기교육으로서 봉사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처럼 창의적 체험학습으로 볼 수 없다. 더욱이 이 결정의 근거가 된 교육과정평가원 연구와 조사 보고서도 초등 한자교육을 할 목적을 가지고 비밀로 시행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고 공정하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는 당장 이 결정을 취소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아무튼 중·고등학교에서 하는 한자교육은 제대로 하지 않고 초등학생들에게 한자교육을 시키려는 것은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이며, 우리말을 한글로 적는 게 가장 편리하고 바람직한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짓이다. 오늘날은 말과 글이 하나인 언문일치시대로서 글자 읽기 교육이 아닌 말하기 교육 시대다. 한자로만 써야 말이 통하는 말은 순화하거나 버려야 할 말이다. 한자를 배우는 품과 돈과 시간을 중국말과 일본말을 배우는 데 쓰는 게 더 이익이다. 한자검정시험을 보려고 사교육을 많이 하니 그것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도 한자혼용주장들이 하는 한자능력검정시험을 돕는 꼴밖에 안 된다. 나라에서 정책으로 개인들의 이권을 돕는 게 바른 일인가!

잘못된 근거와 거짓과 속임수로 결정한 초등학교 한자교육 결정은 겨레의 보물인 한글의 발전을 가로 막는 짓이다. 한자능력검정시험도 사교육을 조장하고 우리말 발전을 가로막는 근원이다. 교과부는 한자단체가 돈벌이로 열심히 하는 한자능력검정시험 허가와 이를 돕는 초등학교 한자교육 결정을 당장 취소하고 한자시험 성적을 입시에 반영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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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중국 절강성 월수외대 한국어과 교수







 
기사입력: 2010/03/22 [04:09]  최종편집: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