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늙은 아버지

한글빛 2010. 4. 18. 02:23

늙은 아버지 걸음마 하기


아버지 늙은 아버지

87살 우리 아버지


말도 잘 하시고

걷기도 잘 하시더니


이제 말도 못 하시고

걷지도 못하십니다.


아버지! 우리 아버지!

어린 애가 된 우리 아버지!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64살 아들은 아버지 손잡고

걸음마를 시켜보지만


열 박짝도 못가서

발이 멎어 주저앉으렵니다.

 

그리고 빨리 죽어야 하는데

마음대로 안된다시며 한숨을 쉽니다.


아! 어린 애가 되신

늙은 우리 아버지!


오줌똥도 못 가리시고

말도 제대로 못하시니 어찌하옵니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64살 아들은

젊은 우리 아버지가 그리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목이 메어 가슴으로 웁니다.

 

아!  우리 아버지!

 힘없는 불효자를 용서하소서!

 

아버지! 늙은 아버지!

조금만 더 힘 내시고 !젊어지소서!

 

2010년 봄 부천중앙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