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1968년에 경복궁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달게 된 이야기 

한글빛 2011. 3. 16. 16:44

한글문화 꽃피워 세계 문화문명 중심 국가 되자
1968년에 경복궁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달게 된 이야기
 
이대로
요즘 광화문 현판 글씨를 한자로 쓸 것인가, 한글로 쓸 것인가, 한자로 쓴다면 누가 쓸 것인가, 어떤 글꼴로 쓸 것인가, 한글로 쓴다면 어떻게 쓸 것인가, 아니면 지난 1968년에 한글로 써 달았던 현판을 다시 달아야 한다는 들들 말이 많다. 앞으로 이 문제를 푸는 데 전문가와 국민이 판단을 똑바로 하도록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1968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글 현판을 단 까닭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밝히면서 광화문 현판을 빨리 한글로 바꿔달 것을 외친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국민과 정치세력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예민하게 대립된 상태이기에 이 이야기를 안 하고 있었으나 이쯤해서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 학자, 전문가. 언론인은 말할 거 없고 일반 국민과 한글단체에서도 그 한글 현판이 걸리게 된 까닭과 이야기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개인 정치 감정과 따로 보아야 할 일이다.

그 때 광화문을 다시 짓고, 그 현판을 한글로 써서 단 것은 우리 겨레 5000년 역사에 보기 드문 매우 뜻 깊은 일로서 그 의미와 가치가 대단히 크다. 그 현판에는 한글로 겨레를 일으키자는 이 시대 국민의 간절한 소망과 시대정신이 담긴 문화재이고 국민이 정치인을 설득해 이룬 민주주의 실현 표상이고 자주 문화재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8년에 강력한 한글전용정책을 발표하고, 광화문과 여주 영릉, 온양 현충사와 탑골공원, 그리고 나라 곳곳의 중요한 유적지를 정비하고 단장하면서 그 현판을 한글로 써 달았다. 집권 초기 그렇게 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본래 한글을 잘 알고 사랑해서가 아니다. 독재정치나 정권연장과도 거리가 멀다.

어쩔 수 없는 우리 역사의 흐름이고 필연이다. 정권을 잡은 뒤에 국민의 소리를 듣고 정치를 잘하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그 뜻을 실천한 것이다. 그 실천 뒤에는 박대통령 문화정책 자문위원인 이은상 선생과 한갑수 선생이 있고 그 뒤에는 국어운동대학생회와 한글학회와 국민이 있다.

박정희, 김종필 들 군사쿠데타 세력은 권력을 잡자마자 한일회담을 강행하면서 한글로만 만들던 교과서에 일본처럼 한자를 드러내 쓰겠다고 발표했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1962년에서 1964년 일이다. 나는 친일 반민족, 반자주 쪽으로 가는 그 꼴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대학에 가서 1966년에는 한일회담 무효시위에도 참여하고 1967년부터 동국대 국어운동대학생회를 만들고 한글 빛내기 운동을 했다.

그 때 서울대 국어운동대학생회를 시작으로 조직된 연대, 고대 국어운동학생회와 함께 연합회(회장 서울대 이봉원)를 만들어 활동을 했는데, 그 활동 소식이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었다. 1968년 봄에 동숭동 서울문리대에서 대학생들이 모여 한글문화창조 선언을 하고 한국방송에 인터뷰한 내 말이 하루 종일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그 젊은이들의 활동 보도를 박 전 대통령이 듣고 한글 살리기 정책을 편 것이고 그 표시가 광화문 한글 현판이다.

그 당시 이은상 선생의 증언이다. “국어운동학생회가 한글을 지키고 빛내자는 시위를 했다는 신문보도와 한글문화 선언을 했다는 방송을 보고 박 전 대통령이 그 내용에 대해서 비서에게 알아보라고 했고, 내가 바로 대통령에게 설명을 했다. 나는 일제 때 우리말 사전을 만들다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본경찰에 끌려가기도 한 사람으로서 대학생들의 주장이 옳다고 설명하니 알아듣고 당장 시행하도록 지시해서 한갑수 선생이 그 시행 계획표를 만들어 가지고 가서 대통령에 설명했다.”고 말한 일이 있다.

박정희, 김종필 들 군서정권이 그동안 시행하던 한글전용 정책이 한자혼용으로 가는 것을 한글학회와 문화계 인사들이 강력하게 반대해도 듣지 않다가 대학생(민중)이 일어나니 관심을 갖게 되었고 국민의 소리를 따른 것이다. 나라가 어려운 때 민중이 일어나 나라를 지키듯이 젊은 대학생들이 일어나 잘못을 바로잡은 것이다.

김영삼 정권이 한자 조기교육과 영어 조기교육을 강행하려고 해서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회장 안호상)이 한글학회에서 그 대책회의를 할 때 내가 들은 한갑수 선생 증언이다.

“청와대는 국어운동대학생회라면 꼼짝 못한다. 그들을 내세우자. 대학생들 건의를 듣고 박 대통령은 한글전용 정책을 강력하게 폈다. 그 당시 청와대에서 한 밤중에 내게 전화가 왔다. 박 대통령이 내일 아침까지 청와대 안에 있는 한자 안내판을 한글로 바꾸라는 지시를 갑자기 했다며 나보고 한글로 써달라고 해서 밤새 써준 일도 있다. 그날 미국 정치인이 오는데 우리가 세계 으뜸 글자를 가진 자주문화국가라는 것을 미국인에게 보여주려는 뜻이었다.”라고 말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머리와 가슴이 박 전 대통령만 못한 것임을 모르고 한 말씀이지만 귀중한 증언이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세종임금처럼 산업과 국방, 과학, 문화를 발전시키려고 청량리에 세종대왕기념관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원, 임업시험장, 국방연구원 들을 세우고, 세종임금과 이순신 장군 동상도 세우고 폐허가 된 두 분 유적지뿐만 아니라 신라, 백제 유적지와 여러 선열의 역사 유적지를 정비하고 단장했다. 그 때 흔적도 없는 광화문을 옛 일본 총독부 앞에 세우고 한글 현판을 단 것도 이런 정신과 통치 철학 실천이었다.

광화문과 한글현판은 자주자립, 민주문화 국가를 이루겠다는 푯대였고 깃발이었다. 단군의 홍익인간 정신으로 만든 민주 자주 글자인 한글을 널리 알리고 빛내어 온 인류를 이롭게 하자는 실천에서 나온 중요한 문화유물이다. 집권 초기 이런 마음과 실천이 나라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고 국운 상승기를 만들었다. 그래서 독재정치를 한 그가 세종임금과 이순신 장군 다음으로 국민의 기억 속에 남게 되었다고 본다. 그 배경에 이은상님의 나라사랑 한글사랑 정신이 있었고, 한글단체와 국민의 소리를 정부가 들어준 민주주의 기본 태도가 서려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때 정치 논리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그 광화문 한글현판을 떼버린 것이다. 나라를 일으키겠다는 세종정신과 국민의 소리와 나라가 일어나는 기운까지 때려 부수고 떼버린 것이다. 참으로 유치하고 한심스럽고 바보스러운 일이다.

광화문은 600년 흥망 우리 역사와 함께 한 표상이다.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의 중심이고 얼굴이다. 광화문과 중국 천안문, 경복궁과 자금성은 그 상징과 위치가 닮았다. 둘 다 그 나라의 중심에 있는 그 나라의 얼굴이다.

그런데 자금성 안의 현판은 모두 만주글자와 한자가 함께 쓴 것이지만 천안문엔 만주글자와 한자가 함께 쓴 그 현판 글씨가 아니다. 오늘날 중화인민공화국 휘장과 모택동 사진을 걸고 국가 이념을 담은 구호를 써 붙였다. 그 구호 글자도 처음엔 옛 한자로 썼다가 간체자를 쓰게 되니 간체자로 바꿔 써달았다. 그리고 나라를 일으켜서 세계 최강국으로 내닫고 있다. 나라 얼굴에 오늘날 시대정신과 소망을 담아 그 나라와 겨레 발전에 잘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문화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그러겠는가.

우리 경복궁 안의 현판은 모두 한자지만 광화문 현판도 오늘날 시대정신과 소망을 담아 한글로 써 걸고 나라를 다시 일으키자. 이제 1968년에 달았던 한글현판을 다시 달거나 새로 지은 광화문에 세종임금 때 훈민정음 해례본 글꼴을 따다가 유명 서예가가 혼을 넣어 만들어 달자. 한자로 쓰면 우리가 중국 문화의 한 곁가지란 지난 역사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지만 한글로 쓰면 한글이 태어난 곳이 그곳임과 세종임금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리고 우리 겨레가 얼마나 우수한 겨레인지 보여주고 자랑하자. 그러면 외국인과 후손이 감동할 것이다.

100년 전 나라를 일제에 빼앗길 때 걸렸던 한자 현판 사진을 디지털 복사해서 ‘쌍구모본’ 방식으로 만들어 달았다. 쌍구모본은 본떠 색칠해 만든다는 말로 모조품을 만드는 것인데 어려운 한자말로 원형 복원인거처럼 국민을 속였다. 그 한자현판을 걸고 나라가 망했기에 운이 없고 재수 없는 현판이다. 괜히 옛 사람의 한자 붓글씨를 따서 만든다는 논쟁으로 시간과 힘을 낭비하지도 말자. 서로 좋아하는 인물의 글씨로 하자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글 현판은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어 다시 나라 기운을 일으키는 푯대가 된다. 서울시는 광화문 일대를 한글문화 관광 중심지로 만드는 ‘한글 마루지’ 사업을 발표했고, 정부는 광화문부터 한강까지를 국가 상징거리로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의 중심이고 한국의 얼굴인 광화문의 현판을 한글로 달아야 외국인이 우리 겨레의 역사와 우수함에 감동할 관광자원이 되고 자주문화를 꽃피워 인류 문화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한글은 우리나라와 겨레의 자랑스러운 보물로서 자긍심이고 자존심이며 상징이다.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달 때 세종정신과 한글, 나라와 겨레가 빛난다. 세종정신과 한글이 빛날 때 이 나라와 겨레도 빛난다. 이것은 상식이고 이 시대 우리 의무요 책무다. 이제 세계 문화와 문명의 중심이 동양으로 오고 있다. 한글로 자주문화 문명을 창조해 우리가 그 세계 중심국가가 될 때다. 이제 수천 년 우리를 짓누르던 한자와 중화사상에서 벗어나 우리 말꽃을 피워 우리 얼을 살릴 때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 스스로 못난 체하고 속 좁게 굴지 말고 복 떨지 말자.
 

<이대로 논설위원>

기사입력: 2011/03/16 [11:45]  최종편집: ⓒ 사람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