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한심스런 대학 교수와 국회의원들

한글빛 2011. 6. 10. 16:03

안중근 의사를 병 고치는 의사로 착각한다고?
[현장] 한자교육기본법을 위한 국회 공청회, 특정단체 대변 자리 전락
 
김영조
초등학교부터 한자를 가르쳐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에는 찬반이 분명히 나뉜다. 한글학회를 비롯한 한글단체는 한자교육은 중학교부터 하면 된다는 주장이고, 한자단체는 조기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 주제를 바탕으로 6월 7일 오후 2시부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漢子敎育基本法을 위한 公聽會”가 金星坤·金世淵·趙舜衡 의원이 주최하고 (社)全國漢字敎育推進總聯合會와 (社)韓半島平和統一連帶가 주관하여 열렸다.
  
▲ “漢子敎育基本法을 위한 公聽會” 모습     © 김영조
   
공청회는 먼저 金世淵 의원(한나라당)의 사회로 개회식이 있었는데 金星坤 의원은 “나는 여수가 지역구인데 여수를 한자로 쓰지 않아 사람들 대부분 ‘여수’가 아름다운 바다라는 뜻임을 모르며, ‘여수시사’가 나와도 그것이 여수시의 역사임을 모른다. 한자가 중국 글자이기 때문에 쓰지 말자고 하는 것은 태극기가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한글과 함께 한자를 같이 써야 하고 초등학교에서부터 한자를 가르쳐야 함은 당연한 이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社)全國漢字敎育推進總聯合會 白樂晥 회장은 “우리는 한자를 2천 년 넘게 써왔는데 버리려 한다. 일본 교육은 국한문 혼용으로 가르치고 쓰기 때문에 이해가 좋아 세계 최강대국이 되었다. 그런 일본을 보면서도 우리가 한자를 버려야 하는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이윤옥 소장은 “태극기가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말은 처음 듣는 말이라고 반박하면서 태극무늬와 태극기를 혼동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백 회장의 ‘일본이 한자 혼용을 쓰니까 우리도 써야 한다.’라는 말에 대해 ‘일본 가나 문자보다 뛰어난 한글을 가진 겨레가 견줄 문자가 없어 일본어를 견주느냐면서 동음이의어가 많아 부득이 국한문 혼용을 하고 있는 일본 가나문자와 한글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치욕스런 일제 강점의 역사를 겪은 겨레가 아직도 독자적인 국어관을 지니지 못한 채 일본의 국한문 혼용을 본보기로 삼으려 하는 것은 국어 문제 이전에 역사관의 문제’라며 일침을 가했다.

개회식 인사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은 “한글전용을 하더라도 교육은 한자로 된 역사와 문화를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한자를 배워야만 한다. 또 중국, 일본 등 한자문화권과 소통하기 위한 바탕이기 때문에 한자교육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이의 입법화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했다.

▲ 개회사를 하는 김성곤 국회의원, 축사를 하는 박희태 국회의장,인사말을 하는 (社)全國漢字敎育推進總聯合會 白樂晥 회장(왼쪽부터)     © 김영조

개회식이 끝나자 陣泰夏 (社)全國漢字敎育推進總聯合會 이사장을 좌장으로 하는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토론에 앞서 陣泰夏 회장은 “한글학회에 토론회 참여를 부탁했지만 그들은 참여하지 않았다.”라고 하면서 “한자를 암적인 존재처럼 생각하여 한자 공부를 기피한 나머지 부모 성함은 물론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대학생이 20% 이상이라는 기막힌 통계가 나왔다. 역대 국무총리 21명이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정부에 건의했고, 국민 89%가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찬성한다는 보고서가 나와도 정부는 꿈쩍을 안 한다.”라며 천만인 서명운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을 한사모(한글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라고 밝힌 최영자(38살) 씨는 “이들은 대학생 20%가 애비 애미 이름을 한자로 못 쓴다는 통계를 내어 혀를 내두를 줄만 알았지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을 보급하려는 노력을 몇 퍼센트나 했는지에 묻고 싶다. 또한, 국민의 89%가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찬성한다는 보고서는 ‘어느 단체에서 국민 누굴 대상으로 한 보고서’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 마치 한자교육이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것처럼 두루뭉술 넘어가는 것은 공청회 좌장이 할 말이 아니라면서 마치 이날 공청회는 과거 명나라 사신들이 부활하여 한자 보급에 소홀한 조선을 나무라는 것 같다.”라며 혀를 찼다.

진 회장이 말한 한글학회의 불참에 대해 기자가 확인한 결과 한글단체 쪽은 “이날 공청회 주관이 한자단체인데다가 사전에 충분히 홍보하여 국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도록 하지 않았다. 또 발제자나 토론자들이 공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불참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주제발표는 서울대 국어교육과 閔賢植 교수가 맡았다. “國語政策과 漢字問題의 解決 方案”이란 제목의 발표에서 민 교수는 먼저 들어가는 말로 “현재 한국은 1.1명의 출산율로 세계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2100년에는 한국인이 2,468만으로 줄고, 2500년에는 소멸한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남한 5천만 북한 2,300만, 해외 700만 동포로 된 총 8천만의 한국어는 세계 13위권의 대민족 언어로서 그에 걸맞은 한국어 보전과 진흥을 위한 정책이 요구된다.”라고 했다.

한자교육기본법에 대한 공청회를 한다면서 서기 2500년에는 한민족이 소멸한다는 말은 무슨 해괴한 말인지 참석자들은 의아해했다. 그런 가운데 민 교수는 “조상 전래 문화를 계승하려면 한자를 배워야만 한다. 지식은 온고여야 하는데 냉고여서 자멸하고 있다. 한자 교육이 안 되기 때문에 안중근 義士를 ‘醫師’로 착각하는 일이 벌어진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서울 모 초등학교 교사 심혜진 씨(43살)는 ‘초등학생도 헷갈리지 않는 말을 대학교수가 헷갈린다니 이해가 안 간다.”라고 했다.

또한, 민 교수의 “전통문화 계승을 하려면 한자교육이 절실”하다는 대목에서 심혜진 교사는 “한자교육을 한다 해서 조선왕조실록이나 조선시대 문집을 술술 해석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전 국민이 한자를 배워 왕조실록을 명쾌히 읽어 내려가는 일에 시간을 쏟기보다는 전문학자들이 알기 쉬운 한글로 제대로 번역해주는 일이 전통문화의 계승 정신을 잇는 지름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이후 韓日親善協會中央會 朴源弘 副會長, 靈山禪學大學敎 李浚碩 敎授, 전 KBS韓國語硏究會 李圭恒 會長, 교육과학기술부 이기호 연구사가 토론자로 나섰다.

특히 이규항 전 회장은 “타인에 대한 배려에 인색한 우리 민족성은 오랜 세월 수많은 외침에서 비롯된 배타성의 DNA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세계에서 차이나타운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바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말로 주제에 벗어난 발언을 하여 이 말을 듣던 한 청중이 “얼마 전 가장 싫어하는 나라 일본이 큰 지진 피해로 고통받을 때 많은 성금을 걷어주고 자원봉사자를 보낸 것이 한국인인데 어째서 배려가 부족한 민족으로 치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한자교육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청중은 “제물포에 엄연히 차이나타운이 있는데, 일본 요코하마같이 규모가 크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거냐?”라면서 “이번 공청회가 한자교육기본법 공청회인지 자기민족 비하와 중국 띄우기, 일본 흠모하기 인지 알 수 없는 공청회”라고 꼬집었다.
  
▲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 / 이준석, 박원홍, 진태하, 민현식, 이규항, 이기호(왼쪽부터) 펼침막과 발표자들 이름을 모두 한자로 써놓아 공청회 성격을 잘 말해준다.     © 김영조

이기호 연구사는 교육과학부 관계자로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특정 영역이 새롭게 학교교육의 교육내용으로 선정ㆍ운영되기 위해서는 기존 교육내용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일정하게 주어진 교과(군)별 국가수준의 편제 내에 특정영역이 새롭게 추가되거나 혹은 정규과목화는 다른 영역의 삭제 및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는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한 20여 명의 국회의원과 공청회장인 국회 의원회관 대의회실을 꽉 메운 청중들로 열기가 뜨거워 보였는데 문제는 “한자교육 절대 지지파”들로 보이는 사람들만이 주로 모인 공청회로 기자가 객관적으로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들이 계속 쏟아졌고 심지어는 박수부대를 동원한 듯한 분위기로 자못 어수선했다.

국어에 관한 학술회의나 공청회가 자주 열리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이러한 모임이 일부 사람들의 무리한 주장만을 포장한 채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에 문제가 있다. 그런 뜻에서 이번 “한자교육기본법을 위한 공청회”는 공청회라기보다는 “한 단체의 주장”을 대변하는 자리로 비쳐 아쉬웠다.

더욱이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우리말의 70%가 한자이기 때문에 더 부지런히 한자를 배워야 한다.”라고 한 82쪽짜리 자료집 축사말은 “우리말의 70%가 한자라 부끄럽다.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말을 0%로 끌어내리는데 학자들은 그간 무엇을 했는가? 우리말에서 한자말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 앞으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 없이 한자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다 못해 그들의 주장을 대변하는 말로 축사를 하는 모습에 대해 일부 뜻있는 참석자들의 우려를 자아낸 점 또한 이번 공청회가 지닌 한계였다.

이번 “한자교육기본법”처럼 국민의 교육과 관련된 중차대한 사안은 좀 더 시간을 두고 한글단체 등을 참석시켜 골고루 의견을 수렴했어야 한다. 공청회란 말 그대로 공개적인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지 주장만을 성토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공청회 자료집 행사일정표는 한글을 구경하기 어려웠다.     © 全國漢字敎育推進總聯合會


기사입력: 2011/06/09 [08:57]  최종편집: ⓒ 대자보
[현장] 한자교육기본법을 위한 국회 공청회, 특정단체 대변 자리 전락
 
김영조
초등학교부터 한자를 가르쳐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에는 찬반이 분명히 나뉜다. 한글학회를 비롯한 한글단체는 한자교육은 중학교부터 하면 된다는 주장이고, 한자단체는 조기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 주제를 바탕으로 6월 7일 오후 2시부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漢子敎育基本法을 위한 公聽會”가 金星坤·金世淵·趙舜衡 의원이 주최하고 (社)全國漢字敎育推進總聯合會와 (社)韓半島平和統一連帶가 주관하여 열렸다.
  
▲ “漢子敎育基本法을 위한 公聽會” 모습     © 김영조
   
공청회는 먼저 金世淵 의원(한나라당)의 사회로 개회식이 있었는데 金星坤 의원은 “나는 여수가 지역구인데 여수를 한자로 쓰지 않아 사람들 대부분 ‘여수’가 아름다운 바다라는 뜻임을 모르며, ‘여수시사’가 나와도 그것이 여수시의 역사임을 모른다. 한자가 중국 글자이기 때문에 쓰지 말자고 하는 것은 태극기가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한글과 함께 한자를 같이 써야 하고 초등학교에서부터 한자를 가르쳐야 함은 당연한 이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社)全國漢字敎育推進總聯合會 白樂晥 회장은 “우리는 한자를 2천 년 넘게 써왔는데 버리려 한다. 일본 교육은 국한문 혼용으로 가르치고 쓰기 때문에 이해가 좋아 세계 최강대국이 되었다. 그런 일본을 보면서도 우리가 한자를 버려야 하는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이윤옥 소장은 “태극기가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말은 처음 듣는 말이라고 반박하면서 태극무늬와 태극기를 혼동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백 회장의 ‘일본이 한자 혼용을 쓰니까 우리도 써야 한다.’라는 말에 대해 ‘일본 가나 문자보다 뛰어난 한글을 가진 겨레가 견줄 문자가 없어 일본어를 견주느냐면서 동음이의어가 많아 부득이 국한문 혼용을 하고 있는 일본 가나문자와 한글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치욕스런 일제 강점의 역사를 겪은 겨레가 아직도 독자적인 국어관을 지니지 못한 채 일본의 국한문 혼용을 본보기로 삼으려 하는 것은 국어 문제 이전에 역사관의 문제’라며 일침을 가했다.

개회식 인사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은 “한글전용을 하더라도 교육은 한자로 된 역사와 문화를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한자를 배워야만 한다. 또 중국, 일본 등 한자문화권과 소통하기 위한 바탕이기 때문에 한자교육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이의 입법화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했다.

▲ 개회사를 하는 김성곤 국회의원, 축사를 하는 박희태 국회의장,인사말을 하는 (社)全國漢字敎育推進總聯合會 白樂晥 회장(왼쪽부터)     © 김영조

개회식이 끝나자 陣泰夏 (社)全國漢字敎育推進總聯合會 이사장을 좌장으로 하는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토론에 앞서 陣泰夏 회장은 “한글학회에 토론회 참여를 부탁했지만 그들은 참여하지 않았다.”라고 하면서 “한자를 암적인 존재처럼 생각하여 한자 공부를 기피한 나머지 부모 성함은 물론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대학생이 20% 이상이라는 기막힌 통계가 나왔다. 역대 국무총리 21명이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정부에 건의했고, 국민 89%가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찬성한다는 보고서가 나와도 정부는 꿈쩍을 안 한다.”라며 천만인 서명운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을 한사모(한글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라고 밝힌 최영자(38살) 씨는 “이들은 대학생 20%가 애비 애미 이름을 한자로 못 쓴다는 통계를 내어 혀를 내두를 줄만 알았지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을 보급하려는 노력을 몇 퍼센트나 했는지에 묻고 싶다. 또한, 국민의 89%가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찬성한다는 보고서는 ‘어느 단체에서 국민 누굴 대상으로 한 보고서’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 마치 한자교육이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것처럼 두루뭉술 넘어가는 것은 공청회 좌장이 할 말이 아니라면서 마치 이날 공청회는 과거 명나라 사신들이 부활하여 한자 보급에 소홀한 조선을 나무라는 것 같다.”라며 혀를 찼다.

진 회장이 말한 한글학회의 불참에 대해 기자가 확인한 결과 한글단체 쪽은 “이날 공청회 주관이 한자단체인데다가 사전에 충분히 홍보하여 국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도록 하지 않았다. 또 발제자나 토론자들이 공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불참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주제발표는 서울대 국어교육과 閔賢植 교수가 맡았다. “國語政策과 漢字問題의 解決 方案”이란 제목의 발표에서 민 교수는 먼저 들어가는 말로 “현재 한국은 1.1명의 출산율로 세계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2100년에는 한국인이 2,468만으로 줄고, 2500년에는 소멸한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남한 5천만 북한 2,300만, 해외 700만 동포로 된 총 8천만의 한국어는 세계 13위권의 대민족 언어로서 그에 걸맞은 한국어 보전과 진흥을 위한 정책이 요구된다.”라고 했다.

한자교육기본법에 대한 공청회를 한다면서 서기 2500년에는 한민족이 소멸한다는 말은 무슨 해괴한 말인지 참석자들은 의아해했다. 그런 가운데 민 교수는 “조상 전래 문화를 계승하려면 한자를 배워야만 한다. 지식은 온고여야 하는데 냉고여서 자멸하고 있다. 한자 교육이 안 되기 때문에 안중근 義士를 ‘醫師’로 착각하는 일이 벌어진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서울 모 초등학교 교사 심혜진 씨(43살)는 ‘초등학생도 헷갈리지 않는 말을 대학교수가 헷갈린다니 이해가 안 간다.”라고 했다.

또한, 민 교수의 “전통문화 계승을 하려면 한자교육이 절실”하다는 대목에서 심혜진 교사는 “한자교육을 한다 해서 조선왕조실록이나 조선시대 문집을 술술 해석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전 국민이 한자를 배워 왕조실록을 명쾌히 읽어 내려가는 일에 시간을 쏟기보다는 전문학자들이 알기 쉬운 한글로 제대로 번역해주는 일이 전통문화의 계승 정신을 잇는 지름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이후 韓日親善協會中央會 朴源弘 副會長, 靈山禪學大學敎 李浚碩 敎授, 전 KBS韓國語硏究會 李圭恒 會長, 교육과학기술부 이기호 연구사가 토론자로 나섰다.

특히 이규항 전 회장은 “타인에 대한 배려에 인색한 우리 민족성은 오랜 세월 수많은 외침에서 비롯된 배타성의 DNA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세계에서 차이나타운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바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말로 주제에 벗어난 발언을 하여 이 말을 듣던 한 청중이 “얼마 전 가장 싫어하는 나라 일본이 큰 지진 피해로 고통받을 때 많은 성금을 걷어주고 자원봉사자를 보낸 것이 한국인인데 어째서 배려가 부족한 민족으로 치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한자교육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청중은 “제물포에 엄연히 차이나타운이 있는데, 일본 요코하마같이 규모가 크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거냐?”라면서 “이번 공청회가 한자교육기본법 공청회인지 자기민족 비하와 중국 띄우기, 일본 흠모하기 인지 알 수 없는 공청회”라고 꼬집었다.
  
▲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 / 이준석, 박원홍, 진태하, 민현식, 이규항, 이기호(왼쪽부터) 펼침막과 발표자들 이름을 모두 한자로 써놓아 공청회 성격을 잘 말해준다.     © 김영조

이기호 연구사는 교육과학부 관계자로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특정 영역이 새롭게 학교교육의 교육내용으로 선정ㆍ운영되기 위해서는 기존 교육내용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일정하게 주어진 교과(군)별 국가수준의 편제 내에 특정영역이 새롭게 추가되거나 혹은 정규과목화는 다른 영역의 삭제 및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는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한 20여 명의 국회의원과 공청회장인 국회 의원회관 대의회실을 꽉 메운 청중들로 열기가 뜨거워 보였는데 문제는 “한자교육 절대 지지파”들로 보이는 사람들만이 주로 모인 공청회로 기자가 객관적으로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들이 계속 쏟아졌고 심지어는 박수부대를 동원한 듯한 분위기로 자못 어수선했다.

국어에 관한 학술회의나 공청회가 자주 열리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이러한 모임이 일부 사람들의 무리한 주장만을 포장한 채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에 문제가 있다. 그런 뜻에서 이번 “한자교육기본법을 위한 공청회”는 공청회라기보다는 “한 단체의 주장”을 대변하는 자리로 비쳐 아쉬웠다.

더욱이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우리말의 70%가 한자이기 때문에 더 부지런히 한자를 배워야 한다.”라고 한 82쪽짜리 자료집 축사말은 “우리말의 70%가 한자라 부끄럽다.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말을 0%로 끌어내리는데 학자들은 그간 무엇을 했는가? 우리말에서 한자말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 앞으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 없이 한자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다 못해 그들의 주장을 대변하는 말로 축사를 하는 모습에 대해 일부 뜻있는 참석자들의 우려를 자아낸 점 또한 이번 공청회가 지닌 한계였다.

이번 “한자교육기본법”처럼 국민의 교육과 관련된 중차대한 사안은 좀 더 시간을 두고 한글단체 등을 참석시켜 골고루 의견을 수렴했어야 한다. 공청회란 말 그대로 공개적인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지 주장만을 성토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공청회 자료집 행사일정표는 한글을 구경하기 어려웠다.     © 全國漢字敎育推進總聯合會


기사입력: 2011/06/09 [08:57]  최종편집: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