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한글은 돈이다.

한글빛 2011. 10. 11. 05:32

“무분별한 영어 남용, 얼 빠진 망국의 길”
[565돌 한글날] 이대로 대표, 말글살이 강조 “한글로 돈방석 앉을 수 있다”
 
하잠

565돌 한글날을 맞아 정부와 기업, 단체 등에서 다양한 기념행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통신(케이티)은 한글 알리기 리트윗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부산과 대구, 광주 등 지역에서도 다채로운 행사를 한다.

특히, 정부는 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국가 주요인사와 주한 외교단, 한글 관련단체, 교사, 학생 등 3000여 명을 초청해 565돌 한글날 경축행사를 연다. 또한, 정부는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한류와 함께 한글의 세계화 추진을 위해 세계 30여 곳에 한글교실을 개설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한글날 경축행사와는 달리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글날만 되면 보여주기식 관례적 행사를 치를 것이 아니라, 영어 망국병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고, 전 국민적 각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말글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는 “회사이름, 가게 이름을 넘어 국가기관 직제 명칭까지 영어로 짓고 있다”며 “스스로 얼빠진 나라가 되고, 망하려고 용쓰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8일 <사람일보>와 서면 회견을 통해 “세계 으뜸 글자인 한글을 가진 국민이 제 말글을 버리고 영어에 정신이 빠져있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한글날 의미에 대해 이 대표는 “일제 식민지 때인 1926년 조선어학회 한글학자와 독립운동가들이 우리 말글을 살리고 지켜서 겨레 얼을 살리고 독립된 나라를 만들겠다는 뜻을 가지고 만들었다”며 “겨레와 나라 부흥을 다짐하는 날이자, 겨레의 자긍심과 자존심을 키우고, 세계 으뜸 문화강국을 꿈꾸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이 대표는 “로마자가 잘난 글자이지만, 그 보다도 한글이 더 훌륭하다는 것을 세계 유명한 언어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다”며 “우리 한글이 소리를 적는 데 가장 정확하고, 영어는 발음기호가 따로 있지만, 우리말은 발음기호가 없어도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음성인식 컴퓨터를 만들게 되면 한글이 가장 적합하기에 그 연구가 우리와 북이 가장 앞서가고 있다”며 “한글로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말글살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한자나 영어를 섞어 쓰고, 외국 말투로 말하면 상대방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함으로써 사회 통합이 안 되고, 많이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사이가 벌어져서 계층이 생기고 나라가 약해진다”며 “말은 통해야 하고, 잘 통하려면 우리 국민끼리는 우리 말글로 바른 말글살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지난 2005년 ‘우리말 살리기 국어기본법’을 만들었으나, 그 법을 안 지켜도 처벌을 받게 하는 조항이 없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국어기본법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는 조항을 넣고,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빨리 지정하고, 광화문 현판도 한글로 바꿔 달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글 5대 역적은 정치인, 대기업, 학자, 언론, 대학이라는 말이 있다”며 “공무원들은 국어기본법을 잘 지키고, 정부와 대기업은 영어만 섬기지 말고 한글을 더 많이 사용하고 빛내는 데 앞장 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대로 대표는 끝으로 “우리 말글 독립운동은 평화 시에 하는 가장 큰 민족독립, 나라 독립운동이라 생각한다”며 “세종대왕과 한글학회, 한글 지킴이들에게 고마워하며, 모두 함께 한글로 더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이대로 대표는 1967년 동국대학 재학 시 국어운동대학생회를 처음 만들어 우리말 독립운동을 시작했으며, 1972년 전국대학국어운동학생연합회 초대 동문회장 지냈다. 현재는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정보학회 감사, 문광부 한글박물관건립자문위원회 홍보위원장 서울시 ‘한글마루지’ 사업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다음은 이대로 대표 서면 회견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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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글날 의미에 대해

한글날은 일제 식민지 때 1926년 조선어학회 한글학자와 민족 독립운동가들이 우리 말글을 살리고 지켜서 겨레 얼을 살리고 독립된 나라를 만들겠다는 뜻을 가지고 만들었고, 해마다 한글날에 그 다짐을 하고 한글맞춤법과 외래어표기법, 우리말 사전을 만들고, 표준말 정했습니다. 이 분들은 이런 일을 하다가 일제에 끌려가 모진 고문 끝에 목숨을 잃은 분도 있었습니다. 그 덕에 일제가 물러간 뒤에 우리 말글로 교육도 하고 공문서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글날은 민족독립을 꿈꾼 날이며, 대한민국 건국 준비일이며, 겨레와 나라 부흥을 다짐하는 날입니다. 겨레의 자긍심과 자존심을 키우고, 세계 으뜸 문화강국은 꿈꾸는 날입니다.

2.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글자 발전 과정을 보면 그림글자에서 뜻글자로, 소리글자로 이어집니다. 소리글자가 가장 발전된 최신 글자인데 영어를 적는 로마자와 우리 한글, 일본 가나와 여러 글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로마자가 잘난 글자이지만 그 보다도 한글이 더 훌륭하다는 것을 세계 유명한 언어학자들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영어 ‘a’는 ‘day’에서는 ‘에이’로 소리가 나고, ‘apple’에서는 ‘애’로 소리가 나듯이 8가지로 소리가 나는데 우리 ‘ㅏ’는 ‘아’로만 소리가 납니다. 우리 한글이 소리를 적는 데 가장 정확하다는 것이고, 영어는 발음기호가 따로 있지만 우리말은 발음기호가 없어도 됩니다. 그래서 음성인식 컴퓨터를 만들게 되면 우리 한글이 가장 적합하기에 그 연구가 우리와 북한이 가장 앞서가고 있습니다. 한글로 우리는 돈방석에 앉을 수 있습니다.  한글기계화연구 선구자 공병우 박사는 일찍이 “한글은 금이고, 로마자는 은이고, 일본 가나는 구리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글은 돈인데 얼빠진 경제단체는 한글 때문에 돈을 못 버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3. 현재 우리나라의 말글살이에 대한 평가

한 나라의 말은 그 나라의 정신입니다. 그 나라 말이 혼란스러우면 그 국민정신이 혼란스럽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 나라가 혼란스럽고 약하게 됩니다. 끝내 나라가 망하게 됩니다. 우리는 지난 김영삼 정권 때 그걸 경험했습니다.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고 세계화를 외치며 한자조기교육, 영어조기교육을 강행했습니다. 그 결과 국민정신이 약해지고 외국 투기자본의 밥이 되어 국제통화기금의 경제 식민지가 된 일이 있습니다. 세계 으뜸 글자인 한글을 가진 국민이 제 말글을 버리고 영어에 정신이 빠져 있습니다. 회사이름, 가게 이름을 넘어 국가기관 직제 명칭까지 영어로 짓고 있습니다. 스스로 얼빠진 나라가 되고 망하려고 용쓰고 있는 꼴입니다. 일찍이 110년 전 대한제국 때 나라가 일제에 빼앗길 위기에 있을 때 주시경 선생은 “나라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나니, 나라말을 지키고 빛내어 나라를 지키자.”고 외치며 우리말을 지키고 빛내려고 한글운동을 했습니다. 그 때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일제 때 그 제자들이 조선어학회를 만들고 우리 말글을 지키고 빛내어 오늘날 우리가 선진국 문턱까지 올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한자나 영어를 섞어 쓰고, 외국 말투로 말하면 상대방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러면 사회 통합이 안 되고, 많이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사이가 벌어져서 계층이 생기고 나라가 약해집니다. 말은 통해야 하고 잘 통하려면 우리 국민끼리는 우리말글로 바른 말글살이를 해야 합니다.

4. 우리 말글 살리기의 기본 과제(국어기본법 지키기 등)와 전망에 대해

말이 잘 통하려면 그 말글 규정이 있어야 하고 모든 사람이 그 규정을 잘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한글이 태어나고 500년 동안엔 그 말글 규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마다 멋대로 쓰니 말글 밭이 잡초 밭이었습니다. 그것을 조선어학회(한글학회)가 한글맞춤법을 만들고, 우리말 사전을 만들었습니다. 잡초가 무성한 우리 말글 밭을 잘 가꾸었습니다. 그리고 일제로부터 광복된 뒤에 한글을 살리려고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하고, 한글전용법(대한민국 공문서는 한글로 쓴다.)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한 줄짜리 법으로는 외국말의(영어) 침략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광복 뒤 60년이 지난 2005년 제법 법과 같은 우리말 살리기 국어기본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법을 안 지켜도 처벌을 받게 하는 조항이 없어 그 법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학자와 정치인들이 더욱 그 법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중국 한자 숭배자들은 그 법을 죽이려고 한자교육진흥법까지 만들겠다고 합니다. 얼빠진 학자와 국회의원들이 날뛰니 우리말이 걱정됩니다. 우리 겨레 앞날이 불안합니다. 오히려 법이 없어도 우리말을 사랑하면 좋겠지만 법을 안 지키니 국어기본법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는 조항을 넣고,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5. 정부가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 세계 30여 곳에 한글교실을 개설하기로 한 것과, 진정한 한글 세계화에 대하여

외국에서 우리 말글 인기가 대단합니다. 저는 중국 대학에 가서 2년 동안 우리말을 가르치면서 실감하고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중국 말글만 숭배했는데 이제 중국인들이 우리말을 배우려고 애쓰는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하늘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라 안에서 한글이 푸대접 받아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제 말글은 우습게 여기고 우리 말글은 짓밟는 내 나라꼴을 보면서 외국에 있을 수 없어 바로 돌아와 세종대왕생가터를 찾고 한글박물관을 짓고,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의 문인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달자로 나섰습니다. 그래서 문광부에서 한글박물관을 짓게 했고, 서울시에서 광화문 일대를 한글문화관광중심지인 ‘한글 마루지 사업’을 시작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얼빠진 문화재위원과 문화재청장은 광화문 현판을 한자로 달았습니다. 외국에 세종학당을 세우는 것을 저도 주장했습니다. 그보다 앞서 나라 안에서 한글이 제 대접을 받고 빛나고 그 바탕에서 우리나라가 빛나야 합니다. 그게 바로 진정한 한글 세계화의 첫걸음이고 세계로 뻗어가는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일입니다.

6. 한국통신(케이티)이 한글날을 맞아 '한글 알리기 리트윗(RT)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하는데

글쎄요. 저는 아직 그 운동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한글을 알리는 일을 하려면 먼저 회사 이름부터 한글로 되돌리고, 영문 구호부터 쓰지 말아야 합니다. ‘리트윗’ 말부터 쓰지 말아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낸 세금 지원을 받는 공기업으로서, 대한민국 말글로 돈을 버는 공기업으로서 제 말글을 더럽히고 있는 못된 짓부터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회사는 우리말과 한글의 역적이라고 봅니다. 최근에 한글로 과학기술원 학자와 통신발전을 위한 길을 찾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다행입니다. 한글은 우리나라를 정보통신 강국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한글은 세계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개발하는 밑거름입니다. 한글은 우리 국민이 모두 가만히 앉아서 먹고 살 수 있는 기술과 기계를 만들게 해줄 것입니다. 회사 이름부터 바꾸고 그 길을 열어주기 바랍니다. 한글을 통한 정보통신 발전이 우리 살길임을 저는 알고 있고 한국어정보학회에서 그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7. 용산에 건축 중인 한글박물관과 관련해

앞에서도 말했는데 제가 중국 대학에서 우리말을 가르치는 것을 그만두고 온 것 가운데 하나가 이 일을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외국에서는 한글을 대단하게 보는데 한국인들은 한글을 누가 언제 어디서 만들었는지 모르고 있고, 외국인이 그것을 알려고 해도 보여줄 곳이 없었습니다. 그해서 한글 역사문화관을 만들어 외국인뿐 아니라, 우리 후손들에게도 한글의 훌륭함과 그 발전사를 보여주고, 어떻게 빛낼 것인지 연구하는 중심지로 만들자고 시작한 것입니다. 중국 대학에 있을 때 이 정부가 출범하고 바로 유인촌 장관에게 내가 일생동안 이 일을 왜 했는지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 좋을지 긴 편지를 보냈고, 방학 때 귀국해서 독대하고 설명했습니다. 유 장관이 한글을 빛내는 일에 앞장을 서겠다고 했고, 나서는데 잘 되지 않고 있어 아주 귀국해서 한글문화관건립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시작하게 했습니다. 그 건의를 들어준 것은 좋은데 신재민 차관이 한글박물관으로 이름 바꾸자고 하더니 한글단체 중심의 추진위원회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짓고 있습니다. 장소를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 가까운 곳에 해야 된다고 하니 들어주지 않고 용산 국립박물관 쪽에 조그맣게 짓는데, 그 건물도 무슨 서양식 찻집 같습니다. 앞으로 어찌 할지 걱정입니다. 이제라도 한글단체 말을 듣고 제대로 완성하고 운영할 것을 요구합니다.

8. 국민과 정부, 기업에 당부한다면

앞에서 말을 다한 셈이지만 한마디 더합니다. 한글날을 공휴일로 빨리 지정하고, 광화문 현판도 한글로 바꿔 달기 바랍니다. 그리고 공무원들은 국어기본법을 잘 지키고, 정부와 대기업은 영어만 섬기지 말고 한글이 빛나도록 지원을 조금이라도 하면 좋겠습니다. 한글 5대 역적은 정치인, 대기업, 학자, 언론, 대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나라 지도층, 지배층이 제 나라 말글을 더 짓밟고 있다는 말입니다. 제발 이런 말이 더 나오지 않기 바라고 호소합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깨달은 것이 있어 대학생 때부터 한 삶을 우리 말글 독립운동에 바쳤고, 그동안 한글을 우습게 여기는 정치인과 학자와 언론과 경제단체에 심한 말과 행동을 보여준 일이 있습니다. 제 이익을 생각해서 한 일이 아니고 모두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뜻이었으니 널리 이해해주면 고맙겠습니다. 우리 말글 독립운동은 평화 시에 하는 가장 큰 민족독립, 나라 독립운동이라 생각하고 한 일입니다. 세종대왕과 한글과 한글을 지키고 빛낸 한글학회와 한글 지킴이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 겨레의 큰 복입니다. 그들에게 고마워하면서 모두 함께 한글로 더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고 호소합니다.
 
 
<하잠 기자>

기사입력: 2011/10/09 [09:39]  최종편집: ⓒ 사람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