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이제 우리 땅이름은 우리 말글로 지을 때이다.

한글빛 2012. 2. 15. 06:06

[한글칼럼]이제 우리 땅이름도 우리 말글로 지을 때이다
2012년 02월 10일 (금) 14:24:46 이대로 대표 idaero@hanmail.net
   

(한글칼럼=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우리나라 도시 이름에 우리말로 된 이름은 ‘서울’이라는 이름 하나뿐이다. 본래 서울도 ‘漢陽(한양), 漢城(한성)이라고 하다가 일본강점기 때에는 京城(경성)이라고 했으나 대한민국을 세우면서 ‘서울’이라고 우리 말글로 바꿨다. 참으로 잘한 일이다. ‘서울’이란 이름은 본래 신라 때부터 한 나라의 수도를 일컬었던 ‘서라벌’이 ‘서벌’이라 하다가 ‘서울’이 되었다. 한글나라인 대한민국 수도 이름을 ‘서울’이라고 우리 말글로 붙인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처음엔 낯설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주 낯익은 이름으로서 겨레의 앞날을 내다보고 지은 참 좋은 이름이다. 참으로 고맙다. 

 

 

본래 우리 고을엔 우리말 이름이 있었다. ‘대구’는 ‘달구벌’, ‘대전’은 ‘한밭’, ‘광주’는 ‘빛고을’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도시들도 광복 뒤에 서울처럼 달구벌, 한밭, 빛고을이란 토박이말 이름을 되찾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깝다. 이제라도 우리말 이름을 되찾으면 좋겠지만 행정 서류 정리나, 저마다 사람살이에 어려움이 있어 힘들다. 사람들 마음먹기 따라서 못할 것이 없지만 말들이 많아 힘을 많이 빼앗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 만드는 마을이나 길 이름은 우리 말글로 짓기가 쉬울 것이다. 우리 모습이 우리다울 때 모든 일이 잘 풀린다.

 

본래 우리나라 땅이름과 사람이름, 관직 이름까지도 지금처럼 한자로 적게 된 것은 멀리는 통일 신라 때 중국 당나라의 지배를 받으면서 그렇게 한문으로 바뀌었다. 신라 제35대 경덕왕(재위 742~765) 때 중국식으로 가장 많이 바꿨다. 중국에 가면 신라가 있던 경상도 지방 이름과 똑 같은 이름이 많다. 내가 중국 절강월수외대에 근무하고 있을 때 장개석이 태어난 곳을 가봤는데 그곳 이름이 경남 봉화와 똑같은 것을 보고 놀랐다. 신라 때 큰 고을 이름이 그렇게 중식 한문으로 바뀌었고 110년 전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조그만 마을 이름까지도 모두 한문으로 바뀌었다. 한문 이름들엔 가슴 아프고 부끄러운 역사가 담겨 있다.

 

일제 때 ‘새말(새마을)은 新村(신촌)으로 ’돌섬‘은 石島(석도)로, ’밤고개‘는 塛峴(율현)으로 대나무가 많다는 ’대섬‘이라고 하는 섬은 竹島(죽도)로 ’얼음골‘은 氷洞(빙동)으로 바뀌었다. 일본이 호적을 만들면서 사람 이름도 많이 한자로 바꾸었다. 본래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양반이 아닌 사람은 성씨와 이름이 없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일제가 호적을 만들면서 성씨나 이름이 없는 사람들까지 모두 이름을 한자로 올렸다. 성씨도 모르는 ’돌쇠‘라는 머슴은 주인집이 성씨가 金씨라면 면서기가 ’金石鐵(김석철)‘이라고 호적을 올리기도 했단다. 일제 강점기 때는 제 겨레 말글이 있는데도 제 겨레 말글도 이름을 짓지도 쓰지도 못했다.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런데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난 광복 뒤에 사람 이름도 우리말로 짓기 시작했다. 깨어있는 선각자, 애국자들이 그랬다. 음악가 금수현님은 아들 이름을 금난새로, 사회운동가 김철님은 아들 이름을 김한길로, 불교철학자 정종님은 아들 이름을 정어지로로 지었다. 이름난 음악 지휘자인 ‘금난새’,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김한길’, 대학 교수 ‘정어리루’ 같은 사람의 이름은 우리말 이름이다. 정철 교수님은 광복 뒤 당신의 아들딸 이름을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지어 호적에 올리려니 면서기가 받아주지 않아서 도청까지 가서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따지고 없다는 답변을 받아내어 우리 말글로 호적에 올리게 했다고 한다. 뜨거운 나라사랑, 한글사랑 정신을 실천한 선구자 개척자였다.

 

‘이대로’란 내 이름도 1968년 대학생 때 국어운동대학생회에서 우리말 이름 짓기 운동을 하면서 내 스스로 우리말 이름으로 바꾸어 호적에 올렸다. 1967년 서울대 국어운동대학생회에서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자는 운동을 하면서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는 사람이 늘어나고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5000년 긴 역사를 가진 겨레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지 못했다.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제 선각자, 선구자들이 우리 말글을 쓰는 세상을 만들어 5000만에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고 있다.

 

대한민국 시대에 들어와서 기관이나 단체이름도 우리 말글로 많이 짓고 있다. 일찍이 국립극장 이름이 ‘해오름극장’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고양시가 문화센터를 만들면서 그곳 극장이름을 ‘어울림누리극장’이라고 지었다. 이름난 방송 연출가 이상만 선생이 개척한 이름들인데 처음엔 낯설어 했지만 지금 모두 좋아하고 칭찬한다. 지금 우리나라엔 새로 도시를 만들고 있고 그 도시 마을이름과 거리 이름을 우리말로 새로 짓고 있다. 충남 공주에 짓고 있는 세종시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 초에 한글학회는 그 일을 한 실천한 행복도시건설청 최민호 청장에게 ‘한글을 빛낸 큰별’이라 불림(칭호)을 주어 칭찬했다. 이 일은 우리 겨레 역사에 길이 빛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시흥시(시장 김윤식)가 새로 만드는 신도시 이름을 ‘배곧신도시’로 지었는데 시의회에서 반대해서 쓰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주시경 선생은 대한제국 때부터 국어연구학회를 만들고 ‘조선어강습원’을 만들어 한글을 가르쳤는데 1910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면서  우리말을 국어라고 못하게 되니 ‘한글배곧’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우리 말글 교육을 했다. ‘교육’이나 ‘학교’라는 말 대신 그 숭고한 정신이 담긴 이름, ‘배움터’란 뜻이 담긴 ‘배곧’을 살려서 ‘교육신도시’라고 안하고 ‘배곧신도시’라고 하기로 했는데 ‘시흥 군자 High City’란 이름이 좋다는 주민이 많다고 시의원들이 못쓰게 한단다.

 

이 일은 그 도시가 ‘서울’ 다음으로 이름난 도시가 될 수 있는 일이고,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일, 주시경 선생이 한글을 살려서 쓰게 한 일처럼 역사에 남을 잘한 일인데 그 훌륭함과 중대함을 깨닫지 못해서 반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눈앞의 조그만 이익만 보지 말자.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는 일은 우리 겨레와 후손까지 내다보는 좋은 일기고 나라에 큰 이익임을 깨닫자. 오늘날은 중국 지배를 받아 한문을 쓸 수밖에 없던 조선시대도 아니고 일본제국 식민지시대도 아니다. 우리 말글을 쓰는 한글시대다. 그렇다고 미국 식민지도 아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 ‘언문’이니 ‘암클’이라고 부르던 우리 글자에 ‘한글’이란 이름을 지은 붙여준 주시경 선생의 자주독립정신과 새 문화 창조정신,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세우면서 ‘경성’이란 이름을 버리고 ‘서울’이란 우리 말글 땅 이름을 쓴 정신과 그 뜻을 되살려 더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 이런 모습이 보일 때 사대주의 중화사상과 일본 식민주의 교육 찌꺼기가 사라지고 튼튼한 자주 독립국가가 될 것이다.

/글=한글학회 부설 한말글 문화협회 이대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