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칼럼]대한민국은 영어 식민지가 되고 있다! | |||
이 나라 말을 지킬 정당은 없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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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말을 지킬 정당은 없는가?"
(한글칼럼=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서울 거리를 지나다 보면 영어 간판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나는 1967년 대학생 때 우리 말글을 지키고 빛내는 것이 그 어느 것보다도 먼저 할 일이고 꼭 해야 일이라고 보고 국어운동대학생회를 만들고 우리 말글 독립운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 46년 째 그 길을 걷고 있다. 그 때 내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5.16 군부 세력이 정권을 잡고 한일회담을 강행하면서 일본처럼 한자혼용으로 교과서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 반민족 행위를 바로잡으려고 나서서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이 한글전용 정책을 내놓게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우리 말글이 독립하지 못해서 60평생을 이 일에 몸을 바쳤다. 지난 삶이 꿈처럼 잠깐으로 느낄 정도다.
그 때는 우리 말글이 한자와 한문으로부터 독립하는 운동이었다. 그 운동은 우리 정신과 문화를 독립시키는 일이었다. 중국 문화로부터 독립하고 온 겨레가 우리 말글로 쉬운 말글살이를 하는 홍익인간 실천운동이었다. 다행스럽게 1968년 박정희 정부가 우리 뜻을 들어주어서 우리 가 1차 성공을 했다. 그러나 국어운동학생회 1세대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간 사이에 김종필 총리와 민관식 문교부장관, 그리고 일제 때 식민지 앞잡이 양성소인 경성제국대학 출신 이희승과 이숭녕의 제자와 후배들이 중심으로 뭉친 일본식 한자혼용 세력이 그 정책을 가로 막았다. 그래서 나는 1972년 군대를 제대하고 다시 그들에게 맞설 수밖에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세종대왕과 한글창제 정신을 이어서 잘하는 가 했더니 일제 식민통치 교육에 찌든 학자와 언론과 정치인과 기업들이 똘똘 뭉쳐서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고 중국 사대주의 사상에 찌든 한문 숭배자들까지 합세해서 한글을 단숨에 죽일 기세였다. 나는 대학 때 활발하게 활동하던 졸업생들을 모이게 해서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를 조직하고 내가 초대 회장을 맡았다. 우리는 숙명여대, 상명여대들에 모임을 만들고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 때 한갑수, 문제안 선생님들이 우리 학생들을 지도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한글학회와 한글사랑 모임들을 도와주었다. 그 뒤 한말글사랑겨레모임이란 시민운동 모임으로 탈바꿈하고 수십 년 동안 한글을 지키고 빛내는 일을 열심히 했다.
이제 누구나 글을 읽고 쓰는 세상이 되었고 책방에는 한글로 쓴 책들이 산더미처럼 싸이고 한글문화가 꽃피게 되었으며 그 바탕에서 나라가 빨리 발전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한문 식민지에서 벗어나나 했더니 영어 식민지가 되겠다는 세력이 고개를 들었다. 한문 식민지 세력이 스스로 영어 식민지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영어 세력은 무서울 정도로 커졌다. 일제 때도 그랬지만 힘센 나라의 말글은 권력과 돈에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한국인들이 늘어났다. 마치 불나비가 불에 타죽는 줄도 모르고 불로 날아드는 꼴이었다.
신라가 중국 당나라와 손잡고 고구려와 백제를 무너뜨린 뒤에 중국 말글과 문화 식민지가 될 때처럼 말이다. 1300여 년 전 경덕왕이 중국 한문 식민지로 만든 것처럼, 민주화 세력이라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권이 영어 식민지로 만들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오늘도 차를 타고 서울 종로 거리를 지나 한글학회로 오면서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영어 간판이 보기 싫어서 눈을 감아 본다.
1967년 이 국어 독립운동 길에 들어섰을 때는 한자 간판과 한글 맞춤법에 맞지 않는 간판이 많아서 바로잡는 일을 했는데 이제 영어 간판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어 그 일이 나를 잡는다. 옥외광고물관리법에 간판 글씨는 한글로 적게 되었으나 지키지 않고 있다. 법이 없어도 제 나라말을 지키고 사랑해야 할 터인데 법이 있어도 무시한다. 그런데 나라 일을 하고 겨레의 앞날을 걱정한다는 정치인도 공무원도 학자도 언론도 모른 체하니 답답하다. 나는 그 꼴을 바로잡으려고 정부에 건의하고 시민들에게 호소하기를 수백 번 했으나 안 되어 법원에 소송까지 했다. 그래도 안 된다.
요즘 서울 거리를 지나다보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처음 보는 정당까지 여러 정당이 저마다 가장 좋은 정당이라고 쓴 글들이 어지럽게 걸려있다.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사람들도 제 얼굴 사진을 크게 걸고 서로 잘났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 ‘국민생각’이라는 정당은 어제 한자교육추진연합회(이사장 진태하)가 하는 한자 부흥운동을 지지한다고 했단다. 나는 오늘 정당들 선전문을 보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영어식민지가 되고 있는데 그걸 막아줄 정당과 정치인은 없을까? 한 겨레의 말은 그 겨레의 얼이다. 그 겨레말이 죽으면 그 겨레도 죽는다. 우리 말글을 지키고 빛낼 정당과 정치인이 있으면 찍어 주겠다.”라고 속으로 외친다.
/글=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