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한글날을 뜻있게 보내자.

한글빛 2013. 10. 16. 10:22

[시론] 다시 공휴일이 된 첫 한글날

[중앙일보] 입력 2013.10.09 00:40 / 수정 2013.10.09 00:40
이대로
전 한글날공휴일추진
범국민연합 상임대표
한글은 세계 문자 가운데 가장 훌륭한 글자다. 그런데 한글은 태어나고 500년이 지나도록 그 빛을 보지 못했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 때와 그 뒤 수십 년 동안은 한글을 알리고 쓰게 하려고 애썼으나 연산군 뒤부터 조선이 망할 때까지 수백 년 동안 한글은 찬밥 대접을 받았다. 그러다가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된 대한제국 고종 때 주시경 선생과 여러분이 잠깐 한글을 살려 쓰려고 하다가 일제에 나라를 빼앗겨서 우리 말글이 사라질 뻔했다. 다행히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조선어학회가 한글날(처음 이름 가갸날)을 만들고 한글을 지켜서 광복 뒤부터 한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군정 때인 46년부터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하고 ‘한글 사랑’을 외치며 한글로 공문서와 교과서도 쓰고 한글 나라가 되려는 즈음 90년에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면서 우리 말글살이가 흔들리고 나라까지 어렵게 됐다. 그래서 한글단체가 중심이 되어 한글날 국경일 추진운동을 해서 2005년에 한글날이 국경일이 됐으나 공휴일이 안 되니 그 빛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공휴일 되찾기 운동을 해서 22년 만에 다시 공휴일이 됐다. 이젠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는 잘못을 또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이날을 잘 지켜 나가야 한다.

 한글은 우리 자긍심이고 자존심이며 우리가 잘살 길을 열어줄 고마운 글자다. 우리 문화 창조의 도구요 문화 경쟁의 최신 무기다. 한글날은 일제강점기부터 이 한글을 지키고 빛내준 밑거름이고 원동력이었다. 일제 탄압 속에서도 한글날마다 한글을 살려서 우리 겨레의 힘을 키우고 독립을 하겠다는 다짐을 한 날이고 독립 의지를 북돋은 날이다. 한글날이 있었기에 한글맞춤법과 표준말과 외래어 표기법을 정하고 우리말 사전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광복 뒤에 우리 말글로 교과서도 만들고 공문서도 쓸 수 있었다.

 우리는 광복 이후 한글을 알리고 한글 사랑 나라 사랑을 외치며 한글로 국민 수준을 높여서 민주주의와 경제를 세계가 놀랄 정도로 빨리 이뤘다. 그리고 그 바탕에서 우리 자주문화를 창조해 ‘한류’라는 이름으로 나라 밖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한글과 세종대왕과 한글날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우리 말글을 알아주는데 우리는 남의 말글을 섬기고 배우는 데 힘과 돈을 더 바치고 있으니 안타깝다.

 우리가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고 공휴일로 되돌린 것은 하루 쉬고 놀자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이자 우리 겨레의 으뜸 보물인데 제대로 쓰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고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과 한글을 지키고 살린 분들께 고마워하면서 한글을 잘 이용할 길을 찾아 우리 자주문화를 꽃피우고 인류 문화 발전에도 이바지하자는 뜻으로 한 일이다.

 오늘날 우리 글자인 한글로 우리말을 적는 것은 뿌리를 내렸다. 이제 우리 말글살이를 우리말답게 하고 한글을 잘 이용할 길과 방법을 찾아 한글로 돈도 벌고 잘살아야 한다. 한글은 그 쓸모가 무궁무진하다. 과학 글자인 한글은 누리통신(인터넷)과 셈틀(컴퓨터)에 가장 잘 맞는 글자이기에 음성인식 셈틀과 자동 기계 통·번역기를 만드는 데도 좋다. 세종 때 한글 28자를 모두 살려 쓰고 그때 표기 방식을 활용하면 외국어 공부에도 참 좋을 것이다.

 다시 한글날이 공휴일이 됐고 한글 발전 중심지인 한글박물관도 완공됐다. 여기저기서 한글을 빛내고 한글로 더 잘살 길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 거리엔 영어 간판이 늘어나고 우리 말글 속에 외국 말글을 섞어 쓰는 일이 많아 걱정스럽다. 우리가 마음먹고 하기에 따라서 한글이 빛나고 나라가 일어난다. 다 함께 한글날을 경축하고 기뻐하면서 즐기자.

이대로 전 한글날공휴일추진 범국민연합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