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왜 우리말이 홀로서야 하나?

한글빛 2014. 4. 7. 09:40

[우리말은 겨레의 힘] 왜, 우리말이 홀로서야 하나?
2014년 04월 06일 (일) 20:28:37 뉴스천지 newscj@newscj.com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이대로

   
 

말은 사람이 소리나 글로 저마다 생각하는 것과 아는 것을 표하고, 더 잘 살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연모요 무기다. 또한 사람끼리 뭉치고 함께 어울려 살 수 있게 만드는 끈이다. 그래서 말은 서로 알아듣기 쉬워야 서로 통하고 하나로 뭉칠 수 있으며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

 

사람이 만물의 우두머리로 힘센 짐승을 거느리고 살 수 있는 것도 말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로 하는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면 말이 아니고 개나 소가 내는 소리와 같다.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남의 나라말도 그 뜻을 모르니 짐승의 소리와 다를 바 없다.

 

우리 겨레끼리는 서로 우리말을 해야 알아듣기 쉽다. 1300여 년 전에 신라 설총이 ‘이두’란 우리식 글쓰기 방식을 만들었던 것도 한문이 중국말을 적은 것이어서 우리가 알아보고 쓰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이란 우리 글자를 만들었던 것도 중국 한자로는 우리말을 적고 읽기가 어려워서 우리 글자를 만든 것이다. 주시경이 우리 한말글을 배우고 쓰자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우리 말글로 말글살이를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流通”은 훈민정음 해례본 첫머리 글인데 한문이다. 이 한문은 “국지어음 이호중국 여문자 불상유통”이라고 읽는다. 이 말은 우리말이 아니라 그 뜻을 잘 알 수 없다. 이렇게 한문을 공문서나 교과서에 쓰던 조선시대에 이 한문을 쓰고 읽은 수 있는 백성은 5%도 안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 한문을 우리말로 풀어 쓰면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서 한자와 서로 통하지 못한다”가 된다. 어린아이도 알아들을 수 있다. 그래서 세종은 우리 글자를 만든 것이다.

 

주시경은 우리 한글로 우리말을 적은 ‘독립신문’을 만들고 그 신문사 안에 ‘국문동식회’란 우리 말글 연구모임을 만들어 우리말을 빛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우리말 말본(문법)이 없어 띄어쓰기도 제대로 안하고 저마다 멋대로 글을 쓰니 한글로 쓴다고 누구나 알아보기 쉬운 것이 아니었고 불편한 게 많았다. 그래서 우리 말글을 바르게 쓰는 국문법 책도 쓰고 우리 말 말모이(사전)도 만들어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왜정 때엔 주시경이 가르친 제자들을 중심으로 우리 말글을 지키고 갈고 닦아서 광복 뒤부터 우리 말글로 공문서도 쓰고 교과서도 만들어 온 국민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어 편리한 말글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난날 중국 한문을 우리 공식문서로 썼듯이 이제 미국말(영어)을 우리 공용어로 하자는 이들이 생겼다. 그리고 신라 때에 사람이름, 땅이름, 관직 이름을 중국 당나라 식으로 바꾸거나 짓듯이 미국처럼 영어로 이름을 바꾸거나 짓고 있다. 우리말 홀로서기를 가로막는 어리석은 짓이다.

 

여러 나라 가운데서도 제 말글이 홀로서는 나라가 힘센 나라가 된다. 중국이 일찍부터 한문으로 동양의 우두머리 나라가 되었고, 이탈리아와 영국도 우리 한문과 같은 라틴어로부터 독립해서 자주 문화가 꽃피고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며 프랑스와 독일도 그랬다.

 

우리가 잘 사는 나라, 힘센 나라가 되려면 우리말 홀로서기(독립)를 그 무엇보다 먼저 빨리 할 일이다. 그래야 나라가 튼튼해지고 백범이 꿈꾸던 자주 문화국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