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 이대로 공동대표
"겨레말이 살아야 겨레얼이 삽니다"
내일은 557 돌 한글날.
우리의 말을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이 만들어진 지 600 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거대한 암석이 바람에 쓸리고 비에 깎이듯 한글 또한 한자ㆍ일제 용어ㆍ영어 그리고 인터넷에서 쓰는 외계어 등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었다.
이러한 한글을 40 년 가까이 지켜 내며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알리는 데 힘써 온 '한글 지킴이'가 있다. 주인공은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의 이대로(56) 공동 대표. 한글날을 앞두고 이대로 공동 대표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한글학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의 이대로 공동 대표는
"겨레의 말이 살아야 겨레의 얼이 산다." 며
'국어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을 다짐했다.
"한글날이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지 10 년이 넘었어요.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부터 한글날과 관련한 각종 문화 행사도 그 수가 급격히 줄어, 이제는 국민들도 한글날을 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557 돌 한글날을 맞는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이하 겨레모임) 이대로 공동 대표의 마음은 그저 착잡하기만 하다. 한글날이 1991년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뒤 그저 평범한 기념일로 명맥만 이어 오는 데다, 최근 몇 년 동안 영어 공용화론, 한자 병용론, 한자 교육 진흥 법안 등이 잇달아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40 년 가까이 한글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힘써 온 '숨은 한글 지킴이'이다. 현재 겨레 모임의 공동 대표뿐만 아니라 '한글 문화 세계화 운동 본부'의 사무 총장,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 추진 위원회'의 부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어 몸이 10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란다.
그가 한글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어른들이 '한글은 위대한 글자'라고 칭송하면서도 정작 한글을 업신여기는 것에 모순을 느끼면서부터다.
"고등학교 때 전문 서적 대부분은 일본 책이거나 그것을 그대로 베껴 쓴 한문투성이의 책이었어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들도 '거름 준다'를 '시비한다', '가지치기'를 '전지'로 가르치시는 등 한자를 섞곤 하셨지요."
1967년 국어운동대학생회를 만들면서 본격적인 한글 운동에 나선 이 대표는, 이후 1988년 '한말글 사랑 겨레 모임'의 대표를 맡아 우리 말과 글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1998년 이오덕 선생과 함께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공동 대표 김경희, 김정섭, 김수업, 이대로)의 싹을 틔웠다. 7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이 단체는 창립 이듬해부터 사회 지도층 인사 및 기관 등을 상대로 해마다 '우리말 지킴이 10'과 '우리말 훼방꾼 10'을 선정해 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올 9월에는 청와대 비서실의 일부 직제 이름을 우리말로 바꾸게 하는 성과도 이뤄 냈다. '우리말 훼방꾼' 후보로 오른 것을 알게 된 청와대 비서실이 '정책 프로세스 개선 비서관'을 '업무 과정 개선 비서관', '국정 과제 태스크포스 비서관'을 '국정 과제 담당 비서관'으로 각각 바꾸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글 사랑의 모범이 되어야 할 영향력 있는 단체나 지도층 인사들이 오히려 우리 말과 글을 깔보는 경향이 있어요. 정부 기관의 공문서를 한글로 쓰기로 한 '한글 전용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이 대표는 "한글 전용법이 제정된 지 벌써 50 년이 넘게 흘렀다."고 탄식하며, "일반 국민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꼭 지켜야 할 이 법을 공무원들부터 외면하는 것은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탓."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근 여야 의원 85 명이 국회에 한자 교육 진흥 법안을 제출함에 따라 겨레모임뿐만 아니라 한글학회ㆍ외솔회ㆍ세종대왕기념사업회 등 한글 운동 단체는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이다.
"전 국민을 상대로 대대적인 한자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생각은 시대를 거슬러 가자는 것이고, 국어 발전을 가로막는 일입니다. 요즘 어린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穗?것이 바로 창의력을 높이자는 것인데, 암기 위주의 한자 교육은 이와는 정반대인 것입니다."
이 대표는 한자 교육 확대보다는 현재 중ㆍ고등학교의 기본 한자 1900 자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겨레의 말이 살아야 겨레의 얼이 삽니다. 나라는 독립을 했지만, 정작 국어는 한자와 일제 용어, 그리고 영어 등에 휩쓸려 아직까지 독립을 못했어요. 우리의 말과 글은 '물과 공기'처럼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그 소중함은 정작 잊고 사는 것이 안타까워요."
'이대로'라는 이름처럼 '이제까지 해 오던 대로' 국어 독립에 앞장 서겠다는 그의 말 속에는 나라의 홀로서기를 위해 싸우던 독립 투사와도 같은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정석만 기자 smjung@hk.co.kr
입력시간 : 2003-10-07 18:31
"겨레말이 살아야 겨레얼이 삽니다"
내일은 557 돌 한글날.
우리의 말을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이 만들어진 지 600 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거대한 암석이 바람에 쓸리고 비에 깎이듯 한글 또한 한자ㆍ일제 용어ㆍ영어 그리고 인터넷에서 쓰는 외계어 등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었다.
이러한 한글을 40 년 가까이 지켜 내며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알리는 데 힘써 온 '한글 지킴이'가 있다. 주인공은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의 이대로(56) 공동 대표. 한글날을 앞두고 이대로 공동 대표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한글학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의 이대로 공동 대표는
"겨레의 말이 살아야 겨레의 얼이 산다." 며
'국어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을 다짐했다.
"한글날이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지 10 년이 넘었어요.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부터 한글날과 관련한 각종 문화 행사도 그 수가 급격히 줄어, 이제는 국민들도 한글날을 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557 돌 한글날을 맞는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이하 겨레모임) 이대로 공동 대표의 마음은 그저 착잡하기만 하다. 한글날이 1991년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뒤 그저 평범한 기념일로 명맥만 이어 오는 데다, 최근 몇 년 동안 영어 공용화론, 한자 병용론, 한자 교육 진흥 법안 등이 잇달아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40 년 가까이 한글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힘써 온 '숨은 한글 지킴이'이다. 현재 겨레 모임의 공동 대표뿐만 아니라 '한글 문화 세계화 운동 본부'의 사무 총장,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 추진 위원회'의 부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어 몸이 10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란다.
그가 한글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어른들이 '한글은 위대한 글자'라고 칭송하면서도 정작 한글을 업신여기는 것에 모순을 느끼면서부터다.
"고등학교 때 전문 서적 대부분은 일본 책이거나 그것을 그대로 베껴 쓴 한문투성이의 책이었어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들도 '거름 준다'를 '시비한다', '가지치기'를 '전지'로 가르치시는 등 한자를 섞곤 하셨지요."
1967년 국어운동대학생회를 만들면서 본격적인 한글 운동에 나선 이 대표는, 이후 1988년 '한말글 사랑 겨레 모임'의 대표를 맡아 우리 말과 글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1998년 이오덕 선생과 함께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공동 대표 김경희, 김정섭, 김수업, 이대로)의 싹을 틔웠다. 7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이 단체는 창립 이듬해부터 사회 지도층 인사 및 기관 등을 상대로 해마다 '우리말 지킴이 10'과 '우리말 훼방꾼 10'을 선정해 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올 9월에는 청와대 비서실의 일부 직제 이름을 우리말로 바꾸게 하는 성과도 이뤄 냈다. '우리말 훼방꾼' 후보로 오른 것을 알게 된 청와대 비서실이 '정책 프로세스 개선 비서관'을 '업무 과정 개선 비서관', '국정 과제 태스크포스 비서관'을 '국정 과제 담당 비서관'으로 각각 바꾸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글 사랑의 모범이 되어야 할 영향력 있는 단체나 지도층 인사들이 오히려 우리 말과 글을 깔보는 경향이 있어요. 정부 기관의 공문서를 한글로 쓰기로 한 '한글 전용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이 대표는 "한글 전용법이 제정된 지 벌써 50 년이 넘게 흘렀다."고 탄식하며, "일반 국민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꼭 지켜야 할 이 법을 공무원들부터 외면하는 것은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탓."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근 여야 의원 85 명이 국회에 한자 교육 진흥 법안을 제출함에 따라 겨레모임뿐만 아니라 한글학회ㆍ외솔회ㆍ세종대왕기념사업회 등 한글 운동 단체는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이다.
"전 국민을 상대로 대대적인 한자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생각은 시대를 거슬러 가자는 것이고, 국어 발전을 가로막는 일입니다. 요즘 어린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穗?것이 바로 창의력을 높이자는 것인데, 암기 위주의 한자 교육은 이와는 정반대인 것입니다."
이 대표는 한자 교육 확대보다는 현재 중ㆍ고등학교의 기본 한자 1900 자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겨레의 말이 살아야 겨레의 얼이 삽니다. 나라는 독립을 했지만, 정작 국어는 한자와 일제 용어, 그리고 영어 등에 휩쓸려 아직까지 독립을 못했어요. 우리의 말과 글은 '물과 공기'처럼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그 소중함은 정작 잊고 사는 것이 안타까워요."
'이대로'라는 이름처럼 '이제까지 해 오던 대로' 국어 독립에 앞장 서겠다는 그의 말 속에는 나라의 홀로서기를 위해 싸우던 독립 투사와도 같은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정석만 기자 smjung@hk.co.kr
입력시간 : 2003-10-07 18:31
출처 :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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