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단체들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익표 의원이 한글날을 요일제 공휴일로 바꾸겠다는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안’에 반발,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7월 5일 오후 2시 30분에 한글학회 권재일 회장, 세종대왕나신곳성역화국민위원회 최기호 대표,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이대로 회장, 외솔회 성낙수 회장,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차재경 회장,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 등이 한글날, 어린이날, 현충일을 특정일로 지정해 쉬게 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안을 대표 발의한 홍익표 의원실을 방문해 그 법안이 매우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는 항의문을 전달하고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6월 30일 홍익표 의원은 “휴일과 휴식의 보장은 우리 헌법 제10조가 천명하고 있는 행복추구권과 휴식권의 구체적 실현이며 경제적으로도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는 등 현재의 휴일보장법령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어린이날, 현충일, 한글날을 월요일에 놀도록 하겠다.”는 법안을 더민주당 이원욱, 추미애 의원들과 함께 대표 발의 했다.
이에 대해 한글단체들은 즉각 반발하며 항의문을 통해 “한글이 그렇게 하찮게 보이고 한글날이 만만한가?”라며, “지난 6월 28일에 기획재정부가 나라와 온 겨레에게 중요한 공휴일 셋을 제멋대로 바꾸는 지정공휴일제를 정하려는 용역을 주겠다고 하더니 홍익표 의원이 그런 법안을 냈다는 언론 보도를 보니 어처구니없다. 이들은 그 기념일과 국경일을 지정한 목적과 뜻을 가볍게 보고 공직자들이 쉬고 여행이나 가라는 날로 착각한 나머지 그런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거 같아 서글프다”라고 밝혔다.
이날 한글단체 대표들은 홍 의원 보좌관에게 “그렇게 놀고 싶으면 일부 종교인을 위한 종교 기념일이나 과거 일을 기념하는 다른 공휴일은 놔두고 왜 온 국민과 나라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한글날과 기념일을 손 내느냐”며 한글날이 10월 9일로 정해진 이유와 의미를 설명했다. 또 “한글과 한글날은 자주 문화를 창조할 도구요 밑거름으로서 더 잘 기리고 빛낼 생각은 안 하고 짓밟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의원 측은 “미리 한글단체와 의논을 안 한 것은 자신들 잘못”이라며 “오늘 알게 된 사실과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한글단체는 당장 철회하지 않으면 강력한 규탄 대회와 반대 운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글단체는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더 민주당 간사인 도종환 의원과 기획재정위원인 박준영 의원실도 방문해 “그렇지 않아도 국가부채와 가계부채나 늘어나 나라가 위기이며 영어에 한글이 죽을 판인데 이런 정책을 추진하면 절대로 안 된다.”면서 이 문제 심각성을 설명하고 막아줄 것을 부탁했다.
한글단체가 발표한 항의문은 아래와 같다.
[홍익표 의원에게 보내는 항의문]
한글이 그렇게 하찮고 한글날이 만만한가?
지난 6월 28일에 기획재정부가 나라와 온 겨레에게 중요한 공휴일 셋을 제멋대로 바꾸는 지정공휴일제를 정하려는 용역을 주겠다고 하더니 그 이틀 뒤엔 더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그런 법안을 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이들은 그 기념일과 국경일을 지정한 목적과 뜻을 가볍게 보고 공직자들이 쉬고 여행이나 가라는 날로 착각한 나머지 그런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거 같아 서글프다. 또 국경일인 한글날을 만만하게 여기고 있어 분노가 치밀고, 나라 살림을 제대로 못해 빛 더미에 허덕이는 데 나라 살림을 하는 이들이 쉬고 놀 생각만 하니 한숨이 나온다.
지금 공휴일은 국경일인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과 기념일인 어린이날, 현충일과 명절인 설날과 추석, 석가와 예수 탄신일과 선거일, 일요일이 있다. 이 기념일과 국경일은 온 국민이 등산이나 가라는 날이 아니고 온 국민이 함께 경축하고 기리는 날이라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보면 안 되기에 공휴일로 정한 것이다. 이 마당에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더 앞장서서 경축식을 하고 뜻 있게 보낼 행사를 해야 하는데 여행이나 가고 낮잠 자는 날로 여기고 있다. 진짜 쉬고 노는 공휴일은 일요일과 명절이 있고 거기다가 더해 토요일도 쉬고 더 놀자는 대체공휴일제가 있다. 또 종교 공휴일엔 그 종교를 안 믿는 국민은 쉬고 놀 수 있다. 그런데 다른 공휴일은 손대지 않고 나라의 미래 생존에 큰 영향을 줄 국경일까지 건드리니 한심스럽다.
이들은 헌법에 나온 행복 추구권과 휴식권을 내세우고, 국내 소비를 늘리자고 지정 공휴일제를 만들려 하지만 자신들 눈 앞 이익을 챙기자는 핑계로서 국가 큰 이익을 못 보는 매우 잘못된 일이다. 사실 공휴일은 공직자들 관련 날이지 서민과 중, 소기업관 상관이 없다. 지금 서민들이나 중소기업은 공휴일에도 놀지 않고 일해도 살기 힘들다. 지난해 나라 빚이 1천285조원, 올 가계 빚이 430조원인데 자꾸 늘어나 다시 1997년 같은 국가부도가 염려되고 일자리가 없는 젊은이들이 자살할 판이다. 한 나라의 말은 그 나라의 정신이고 얼인데 지금 우리말은 외국말에 짓밟히고 밀려 죽을 판이고 말글살이가 어지럽게 되니 얼빠진 나라가 되고 있다.
이 난관과 위기를 극복하도록 정부와 온 국민이 열심히 일하고 힘쓸 때이지 한가하게 놀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이들은 어린이날과 현충일을 정한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며 “한글날의 효시는 1926년 지정된 가갸날이다. 가갸날은 음력 9월 29일이었다. 한글날 역시 광복 이후 10월 9일로 지정됐다.”며 한글날을 하찮게 보고 한글날에 손 대고 있다. 처음에 한글날이 왔다 갔다 한 것은 세종실록을 근거로 음력으로 세다가 양력으로 바꾸다보니 그랬으나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거기 나온 더 뚜렷한 근거로 광복 뒤 양력 10월 9일로 정한 것이다. 그걸 무시하고 한글날을 제멋대로 바꾸면 그 의미가 훼손되고 가치가 떨어진다.
한글날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는가? 한글은 우리 겨레의 목숨처럼 귀중한 것이고 힘센 나라를 만들어줄 훌륭한 문화 창조 무기인데 이 한글을 500여 년 동안 천대하다가 일본 식민지가 된 것을 반성하면서 일제 때 민족 지도자들이 한글을 살리고 빛내어 민족혼을 되찾고 독립한 힘을 키우자고 한글날을 만들고 목숨까지 바쳐서 한글을 갈고 닦고 살렸다. 그래서 광복 뒤 중국 한자나 일본글이 아닌 알기 쉬운 우리 말글로 교육을 하고 공문서를 쓸 수 있었다. 그래서 누구나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니 국민 수준이 높아졌고 그 바탕에서 세계가 놀랄 정도로 빨리 경제와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한류’라는 자주문화도 꽃폈다. 한글과 한글날 덕분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남의 말글을 섬기던 언어사대주의에서 사로잡힌 이들이 영어를 지나치게 숭배하고 있어 우리 말글이 바람 앞의 등불 꼴이다. 그래서 한글날을 더 뜻있게 보내야 하는데 거꾸로 가니 답답하다. 한글은 겨레의 가장 귀중한 보물로서 우리 자주문화를 창조할 빼어난 연모이며 우리의 자긍심이고 자존심이다. 한글이 빛날 때 우리 겨레도 나라도 빛난다. 이번에 추진하는 지정 공휴일제는 한글날의 뜻과 가치를 떨어지게 만들어 겨레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나라를 망치는 일이다. 한글날은 만만한 날이 아니다. 성스럽고 은혜로운 날이다.
우리 한글문화 시민단체들은 홍익표 의원은 한글날이 포함된 지정공휴일제 법안을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2016년 7월 5일
한글날이 포함된 지정공휴일제 법안 철회 요구단체들
국어문화운동본부,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국어순화추진회,세종대왕기념사업회,세종대왕나신곳성역화국민위원회,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정음문화원,외솔회,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한국어문기자협회, 한글학회, 한글문화연대,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 한글빛내기모임, 한글문화연구회, 헐버트기념사업회, 훈민정음연구회.
[금빛나무 기자 space@it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