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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국회에 바라는 글]
국회의원 이름패,우리 글자인 한글로 써야 한다!
국회, 언제까지 한글을 천대할 것인가?
리대로
지난 4월 13일은 16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었습니다. 이번 선거는 새 천년,새 세기의 첫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여서 국민들의 관심이 많았으며, 시민단체에서 낡고 썩은 정치인을 새롭고 깨끗한 정치인으로 바꾸자는 소리를 드높여서 더욱 뜻깊은 선거였습니다. 우리 한글운동 단체에서도 한글과 우리말을 천대하는 후보들을 낙선, 낙천시키자는 운동을 했습니다만 적극 나서진 안했습니다. 그러나 한글을 사랑하는 새 정치인들이 많이 뽑혀서 다행스럽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유난히도 "바꿔!"라는 소리가 높았던 것은 지난 날 국회와 정치인들 하는 태도가 국민들 마음에 들지 않아서입니다. 국민들이 국회에 불만이 컸던 것은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국민들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시대 흐름과 사회 변화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제 할 일을 다 안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당선된 분들과 국회는 이런 국민들 마음을 똑바로 알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16대 국회와 국회의원들께 간절히 바라는 것 한 가지만 말하겠습니다. 그것은 “한자로 쓴 국회의원 이름패와 국회 본회의장 정면에 붙은 휘장의 글씨 '國'자를 한글로 바꿔써주십시오”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난 수십 년간 많은 국민들이 수없이 건의했고 바라는 것이었습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들도 국회의장에게 편지를 한 일이 있고 지난 14대 국회 땐 한글문화단체에서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만들어 갖다 주면서까지 바꾸라고 청원한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회는 무슨 고집인지 들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가 대한민국 글자인 한글쓰기를 싫어하고 한국말을 바르게 쓰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며 가슴 아픈 일입니다.
지난 선거 때 모든 입부보자들과 정당들은 각자 자신들만이 나라를 위할 사람들이니 자기를 뽑아달라고 목이 터지게 외치며 국민들에게 굽실거렸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을 잘 알리려고 모든 선전물은 읽기 쉬운 한글로 쓰고 알아듣기 좋은 한국말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국회에 가면 목에 힘주고 국민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한글을 잘 쓰지 않습니다. 국회의원 이름패도 한자로 쓰고 가슴에 단 보람의 글자도 한자인 '國'으로 써달고 거드름피고 다닙니다. 당선되기 전엔 국민과 한글을 위하는 척하다가 당선되면 아주 딴판입니다. 국회와 국회의원 스스로 위선자요 권위주의자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면 지난 천년은 한자 나라인 중국의 지배와 한자 문명의 그늘 속에 살아왔고 외세의 침략에 시달렸으며, 지난 세기엔 일본의 식민지였습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가슴 아픈 일로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데 지금 세기말 변화 물결인 세계화란 파도를 만난 한국은 자신감을 잃고 흔들리고 있으니 이러다가 또 나라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거기다가 일제 식민지 땐 일본이 우리 겨레를 없애려고 억지로 우리 말글을 못 쓰게 하고 버리게 했는데 지금은 우리 스스로 우리 말글을 버리려 합니다.
아주 옛날 우리 글자가 없고 중국의 지배를 받을 때는 어쩔 수 없이 한자를 썼으며 식민지 때 강압에 못 이겨 일본말을 공용어로 했지만 지금은 그런 때도 아니고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인 우리 한글살이가 자리잡아가고 있는데 우리 스스로 우리 말글을 버리려는 것은 바보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럴 때일수록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가 더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고 살려 쓰기 위해 애써야 할 터인데 가장 한글을 안 쓰고 짓밟고 있다는 것은 큰 잘못입니다. 더욱이 나라에선 건국 때부터 한글전용법을 만들어 한글쓰기를 권장하고 있으며 한글날을 만들어 한글을 사랑하고 빛내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교과서도 한글로 되어있고 또 일반 출판물과 신문까지도 모두 한글을 즐겨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행정부와 사법부는 한글전용법을 잘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행정부 깃발과 휘장은 한글로 [정부]라고 적혀있고 사법부 또한 [법원]이라고 한글로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입법부인 국회만이 한자로 [國]자라 쓴 것이 [或]자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법을 만든 입법부가 법을 지키지 않고 국민들 뜻을 반영하는 국민 대표 기관인 국회가 한글을 가장 천대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을 이끌고 국민보다 앞서가지는 못할망정 국민들보다 시대 흐름을 못 따르고 국민들과 나라가 갈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은 나라망신이고 크게 반성하고 바꿔야 할 태도입니다. 한글은 우리말을 적는 데 가장 좋은 글자이고 온 세계인들이 알아주는 글자로서 조상이 물려준 보물입니다. 또 전자통신 시대에 가장 적합한 글자로서 우리가 가장 아끼고 빛내고 즐겨 써야 할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 도구입니다. 이런 한글을 외면하는 국회와 정치인들이 국민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라도 국회는 지난 잘못을 반성하고 하루빨리 한글전용법을 지키고 우리 겨레의 긍지요 자존심이며 보물인 한글을 빛내기 위해 국회의원 이름패부터 한글로 바꿔야겠습니다. 이 일은 많은 돈이나 큰 힘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또 이 일은 벌써 해야 할 일이었지만 지금 새 세기, 새 천년을 맞이해 시행하면 아주 뜻 깊고 국민들에게 큰 기쁨과 희망을 갖게 할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믿게 만들어 국회 권위를 높여줄 것입니다.
오늘날 세계화 시대라고 우리 것을 우습게 여기고 남의 것만 더 떠받드는 풍조가 있는 데 이럴 때일수록 우리 것을 지키고 더욱 빛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것 가운데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고 빛내는 것이 그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말엔 우리 겨레 얼이 담겨있고 우리 글자인 한글엔 우리 겨레의 슬기와 용기가 담겨있습니다. 우리말은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해주고 우리 글자인 한글은 우리 삶을 넉넉하고 푸짐하게 만들어 주는 도구요 밑거름입니다. 물과 공기를 더럽히면 우리 몸이 병들게 되듯이 우리 말글을 더럽히면 우리 겨레 얼이 병듭니다.
새 천년 새 시대 16대 국회에선 국민들에게 무엇인가 변하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데 이름패와 휘장의 글자를 우리 글자인 한글로 바꾸는 것이 가장 손쉽고 뜻있는 일이라 봅니다. 이제 호적에 이름이 한자로 되어있어 안 된다느니, 한자를 써온 것이 관례라느니, 동명이인이 있어 안 된다느니 변명은 하지 말고 바로 시행하길 바랍니다. 지금 주민등록등본이나 각종 증명에도 이름을 한글로 쓰고 있고 박정희 대통령시절에 국회 이름패를 한글로 바꿨던 일이 있고 동명이인만 한자를 병용해도 됩니다.
오히려 한글을 써야 한다는 한글전용법은 있으나 한자로 이름패를 써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더 이상 국회가 한글쓰기를 거부하면 민족 발전사의 죄인이 될 것입니다. 16대 국회에서는 꼭 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바꿔서 써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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