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신문 2호에서 정부가 발표한 조칙을 소개하면서 난리를 일으키지 말고 법을 잘 지키자고 밝히더니, 3호 논설도 법을 잘 지키고 정부와 인민이 한 마음이 되어 서로 돕자고 호소하고 있다. 처음 나온 독립신문 2호와 3호 논설 모두 인민들에게 난리를 일으키지 말고 법과 규정을 잘 지키자고 호소한 것을 보면 그 때 나라가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인민에게는 법을 잘 지키자고 했지만 정부는 인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바른 정치를 하라고 말한다. 남북이 분단되고 남남끼리 좌우로 갈리어 싸우며 정부를 무너트리려고 밤낮 시위하는 오늘날 우리도 귀담아 들을 말이다. 이렇게 나라가 혼란스럽다가 마침내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듯이 오늘날도 이처럼 갈리어 싸우고 혼란스러우면 나라가 약해지고 나라가 약해지면 미국,일본, 중국 들 강대국이 우리를 넘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독립신문에 한글 사민필지를 한문으로 번역한 책을 여덟 냥에 판다는 광고(가운데 붉은 표시) © 리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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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독립신문은 영문과 한글로 광고를 냈는데 한글 광고 가운데 미국인 헐버트가 1890년에 한글로 쓴 ‘사민필지’란 사회지리책을 1895년에 정부가 한문으로 번역해서 판다는 광고가 있다. 한글이 태어나고 400년이 지났는데도 한글보다 한문을 좋아하고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제 글자가 있는 데도 안 쓰고, 남의 글자만 더 좋아하고 섬겼으니 그 나라가 튼튼할 리가 없었을 것이다. ▲ 왼쪽은 1890년 헐버트가 한글로 낸 사민필지, 오른 쪽은 1895년 정부가 한문으로 번역한 책. © 리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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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조선인민들이 충신과 역적이라 하는 것을 분명히 물어오는 고로 우리가 오늘 간단히 무엇이 역적이며 무엇이 충신인줄을 말하노라. 사람이 충신이 되려면 그 나라 법률을 지키는 것이 충신이요 법률을 지키지 않는 것이 역적이라 정부에서 법률을 만들어 대 군주 폐하께 재가를 물은 후에는 무론 상하귀천하고 그 법률을 순종하는 것이 곧 자기 몸을 보호하는 것이오. 또 임군과 정부를 사랑하는 것이라. 만일 정부에서 만든 법률이 인민의 생각에 마땅치 아니하면 자기 소견을 신문지에 기록하든지 다른 인민에게 연설하는 것은 가커니와 난을 일으켜서 정부를 해하든지 정부에서 보낸 관장을 욕하고 죽이는 것은 역적의 하는 일이니 한번 이런 죄를 짓게 되면 죄의 앙갚음으로 받는 온갖 재앙과 벌이 자기 몸에만 미칠 뿐만 아니라 부모형제 처자식이 다 화를 입을 터이니 이것을 생각하면 범법한 후에 이익 없는 것을 깨달을 것이라. 첫째는 나라를 어지럽게 하여 농민과 상인이 직업에 힘쓸 수 없고 둘째는 정부에서 군사를 보내는데 써버리는 돈이 대단하니 정부에 손해요 셋째는 조선사람 끼리 싸움하야 서로 죽이는 것이니 관민 간에 누가 죽든지 조선사람 죽기는 마찬가지라 오른손이 왼손 베는 것과 갈음이니 오른손이 왼손을 베든지 왼손이 오른손을 베든지 마침내 그 해는 전신이 모두 받는 것이니 이것을 생각하면 좌우 손발이 서로 도와주는 것이 다만 수족에만 유익할 뿐 아니라 온몸이 충실하여 강할 터이니 만일 몸이 강하면 남이 그 사람을 감히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나라 형세도 사람의 몸과 같은 즉 정부와 인민이 서로 도우면 그 나라가 강하여 질 터이니 나라가 강한 즉 외국이 침범치 못할 터이라. 그런 즉 나라 법률과 명령을 순종하여 난이 없이 하는 것이 자기가 자기 몸을 보호하는 것이니라. 그러나 만일 정부에서 무리한 법률을 만들던지 인민을 사랑하지 않는 관인이 있으면 그것을 세계 이치를 쫓아 설명하면 정부에서도 순한 인민의 말을 더욱 두렵게 여길 터이니 편하고 순한 길을 버리고 난을 일으킨다든지 정부를 협박하라하는 것은 일도 아니 되고 자기 몸도 망하고 나라도 망하는 행실이라. 충신이 되려면 나라 법률과 명령부터 순종함이 상책이요 정부에서 옳지 않게 하는 일은 리치를 쫓아 인민이 정부에 건의하면 일이 잘 될 것이요 몸도 보존할 것이요 나라도 흥할 것이다. 그런데 충신이 된다고 임금께 아첨하여 임금의 성의를 어둡게 하고 법에 범한 일을 몰래 행하는 자는 다만 자기의 몸에 앙화(지은 죄의 앙갚음으로 받는 온갖 재앙)를 장만할 뿐 아니라 동포형제에게 해를 미치게 하는 것이니 그런 사람은 반드시 역적이라 할 만한 사람이니라. [독립신문 3호 논설과 광고. 1896.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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