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고종 때 독립신문 논설을 읽고 나라가 망할 때 형세 살펴보기

한글빛 2019. 11. 20. 23:54
조선 전국 인민을 위하여 무슨 말이든 전한다
[대한제국 독립신문 1호 논설] 130년 전과 비슷한 오늘날 나라 형세 살펴보기
 
리대로

 나라가 쓰러져가는 1896년에 나온 독립신문 1호 광고와 논설


오늘날 나라 형세가 나라가 기울던 대한제국 때와 너무 비슷하다. 아니 그 때보다 더 어려운지도 모른다. 외세에 시달리는 것은 비슷한 데 남북이 갈라져서 싸우고 있는데다가 남남이 좌우로 나뉘어 다투고 있는 것이 그 때보다 더 좋지 않은 거 같다. 그래서 바람 앞의 촛불 꼴인  이 나라 위기를 어떻게 잘 넘기고 나라를 지키고 남북이 하나가 될 수 있을까 길을 찾고자 대한제국 때 나온 독립신문 논설을 여러분과 함께 읽고 같이 생각해보자고 이어서 오늘날 말로 바꾸어 올리련다. 부디 나라를 걱정하고 머리가 좋은 젊은이들이 많이 읽고 좋은 길을 찾아주길 간절하게 바란다.

 

이 신문이 나올 때는 한글이 태어나고 450년이 지났는데도 정부나 학교가 한문만 쓰던 때에 이렇게 한글만으로 신문을 만들었다는 것과 띄어쓰기를 한 것은 개혁을 넘어 혁명이었다. 또 이 신문이 땅이름에서 ‘한양’이나 ‘경성’이란 한자말을 쓰지 않고 ‘서울’이라고 쓴 것과 또 중국 연호나 서기를 쓰지 않고 우리 대한제국 ‘건양’이란 연호를 쓴 것은 우리말을 한글로만 쓴 것과 함께 자주정신과 세종정신을 실천한 것이고 살린 것으로서 오늘날 우리가 본받고 살린 일이다.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편지를 하라면서 한문으로 쓴 편지는 읽지도 않겠다고 한 것도 그렇고 깊이 되새기고 배울 일이 많다.

 

▲ 처음 논설이 두 부분으로 되어있는데 아마, 서재필과 주시경, 또는 헐버트가 나누어 쓴 거 같다.독립신문 제 1권 제1호     © 리대로

 

 

광고


독립신문이 본국과 외국 사정을 자세히 기록할 터이요, 정부 속과 민간 소문을 다 보고할 터이라. 정치상 일과 농사 장사 의술상 일을 얼마큼씩 이 신문에 매일 기록함. 값은 1년에 1원 30전, 한 달에 12전, 한 장에 동전 한 푼. 분국이 제물포 원산 부산 파주 송도 평양 수원 강화 등지에 있더라.

신문을 달로 정하든지 일 년으로 정하여 사서보고 싶은 이는 정동 독립신문사로 와 돈을 미리 내고 성명과 집이 어디라고 적어놓고 가면 하루걸러 신문을 보내줄 터이니 신문을 보고 싶은 이는 속히 성명을 보내기 바라옴.

 

물론 누구든지 물어볼 말이 있든지 세상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이 신문사로 간단하게 적어서 편지하면 대답할만한 말이든지 신문에 낼만한 말이면 대답할 터이요. 신문에 내기도 할 터이욤. 한문으로 한 편지는 당초에 상관 아니함. 경향 간에 누구든지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이는 이 신문을 가져다가 놓고 팔고져 하거든 여기 와서 신문을 가져다가 팔면, 열장에 여덟 장만 셈하고 100장에 여든 장만 셈함.
 

논설


우리가 독립신문을 오늘 처음 출판하는데 조선 속에 있는 내외국 인민에게 미리 우리 주의를 말씀하여 아시게 하노라.

 

우리는 첫째 편벽되지 아니한고로 무슨 당에도 상관없고 상하 귀천을 달리 대접하지 아니하고 모두 조선사람으로만 알고 조선만 위하여 공평히 인민에게 말할 터인데 우리가 서울 백성만 위한 게 아니라 조선 전국 인민을 위하여 무슨 일이든지 대신 말하여 주려함.

 

정부에서 하시는 일을 백성에게 전할 터이요. 백성의 정세를 정부에 절할 터이니 만일 백성이 정부 일을 자세히 알고, 정부에서 백성의 일을 자세히 아시면 피차에 유익한 일만 있을 터이요. 불편한 마음과 의심하는 생각이 없어질 터이요.

 

우리가 이 신문을 출판하기는 이익을 얻자는 게 아니므로 값은 헐하도록 하였고 모두 언문으로 쓰기는 남녀 항하귀천이 모두 보게 함이요. 또 구절을 떼어 쓰는 것은 알아보기 쉽도록 함이라. 우리는 바른대로만 신문을 낼 터인고로 정부 관원이라도 잘못하는 이 있으면 우리가 말할 터이요. 탐관오리들을 알면 세상에 그 사람 행정을 알릴터이요. 사사백성이라도 무법한 일을 하는 이는 우리가 찾아 신문에 설명할 터이욤.

 

우리는 조선 대군주 폐하와 조선 정부와 조선 인민을 위하는 사람들인고로 편당 있는 의논이든지 한쪽만 생각하고 하는 말은 우리 신문에 없을 터이옴. 또 한쪽에 영문으로 기록하기는 외국 인민이 조선 사정을 자세히 물은 즉 혹 편벽한 말만 듣고 조선을 잘못 알까봐 실상 사정을 알게 하고져 영문으로 조금 기록함.

 

그러한즉 이 신문은 똑 조선만 위함을 알 터이요. 이 신문을 인연하여 내외남녀 상하귀천이 모두 조선 일을 알 터이욤. 우리가 또 외국 사정도 알 터이요. 오늘은 처음인고로 대강 우리 주의만 세상에 고하고 우리 신문을 보면 조선 인민이 소견과 지혜가 진보함을 믿노라, 논설 끝내기 전에 우리가 대군주 폐하께 송덕하고 만세를 부르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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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문이 한문을 아니 쓰고 국문으로만 쓰는 것은 상하귀천이 다 보기 위함이라. 또 국문을 이렇게 구절을 떼어 쓴 즉, 아무라도 이 신문을 보기가 쉽고 신문 속에 있는 말을 자세히 알아보게 함이라.

 

각국에서는 사람들이 남녀물론하고 본국 국문을 먼저 배워 능통한 뒤에야 외국 글을 배우는 법인데 조선에서는 조선 국문은 아니 배우더라도 한문만 공부하는 까닭에 국문을 잘 아는 사람이 드물다. 조선 국문하고 한문하고 비교하여 보면 조선국문이 한문보다 얼마가 나은 것이 무엇인고하니

첫째로 배우기가 쉬운 좋은 글이요,

 

둘째는 이 글이 조선 글이니 조선 인문들이 알아서 백사를 한문이 아닌 국문으로 써야 상하귀천이 모두 보고 알아보기가 쉬울 터이라. 한문만 늘 써 버릇하고 국문은 폐한 까닭에 국문으로 쓴 건 조선 인민이 도리혀 잘 알아보지 못하고 한문을 잘 알아보니 그게 어찌 한심치 아니하리오.

 

또 국문을 알아보기가 어려운 건 다름이 아니라 첫째는 말마디를 떼이지 아니하고 그저 줄줄 내려쓰는 까닭에 글자가 위에 붙었는지 아래에 붙었는지 몰라서 몇 번 읽어본 후에야 글자가 어디 붙었는지 비로소 알고 읽으니 국문으로 쓴 편지 한 장을 보자면 한문으로 쓴 것보다 더디 보고 그나마 국문을 자주 쓰는 것이 아닌고로 서툴러서 잘못 봄이라 그런고로 정부에서 내리는 명령과 국가 문적을 한문으로만 쓴 즉 한문 못하는 인민은 남의 말만 듣고 무슨 명령인줄 알고 이편이 친이 그 글을 못 보니 그 사람은 무단히 병신이 됨이라.

 

한문 모른다고 그 사람이 무식한 사람이 아니라 국문만 잘 알고 다른 물정과 학문이 있으면 그 사람은 한문만 하고 다른 물정과 학문이 없는 사람보다 유식하고 높은 사람이 되는 법이라. 조선 부인네도 국문을 잘하고 각색 물정과 학문을 배워 소견이 높고 행실이 바르면 물론 빈부귀천 간에 그 부인이 한문을 잘하고도 다른 것을 모르는 귀족남자보도 높은 사람이 되는 법이라. 우리 신문은 빈부귀천 다름없이 이 신문을 보고 외국 물정과 내지사정을 알게 하려는 뜻이니 남녀노소 상하귀천 간에 하루걸러 및 달간 보면 새 지각과 새 학문이 생길 걸 미리 아노라.                   

- 끝-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기사입력: 2019/11/16 [13:53]  최종편집: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