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우리 국민끼리 서로 싸우다가 나라가 망하리라.

한글빛 2019. 11. 20. 23:50
우리 국민끼리 서로 싸우면 나라 망하리라
[대한제국 독립신문 2호 논설] 정부와 국민이 믿고 합심하면 강한 나라돼
 
리대로

1894년 청일전쟁,  1894년 갑오농민항쟁, 1895년 명성왕후 시해사건, 1894년부터 1896년까지 갑오개혁 들들로 나라는 몹시 흔들리고 기울고 있었다, 그 때 신문을 살펴보고 그 시대를 알아보자. 1896년 독립신문이 나올 때는 1905년 을사보호조약으로 우리 외교권을 일본에 빼앗기기 9년 전으로서 나라가 몹시 흔들리고 시끄러울 때였다. 123년 전 그때 독립신문이 기우는 나라를 어떻게 일으켜 세우고 튼튼하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때 국민이 저마다 저 만의 이익만 챙기려고 정부를 믿지 않고 국민끼리 싸우고, 외국인을 죽이면 나라는 약해지고 나라가 약해지면 외국이 나라를 빼앗으려고 할 것이니 그러지 말자고 조칙을 발표했고, 독립신문은 그 조칙을 소개하고 지키자고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그 때 침략 전쟁은 없더라도 외국은 우리를 먹으려고 우리 정부와 국민, 그리고 국민끼리 서로 싸우게 이간질을 할 것이니 그에 넘어가지 말고 정부와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야 나라가 강해질 것임을 외치고 있다. 또 ‘국민’이란 말은 ‘인민’이라고 했다. ‘국민’이 일본말임을 보여준다.

 

나는 1910년에 침략전쟁도 없이 우리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을까 알고 싶어서 요즘 독립신문을 읽다가 나 혼자만 읽을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논설의 외침소리가 오늘날 남북이 나뉘어 싸우고 있는데다가 남남끼리도 좌우, 보수와 개혁세력이 갈리어 싸우는 우리에게 하는 호소로 들렸다. 나는 20대 대학생 때부터 오늘 70대가 되기까지 지난 50년 동안 광화문 앞 한글회관을 드나들면서 한글운동을 했는데 오늘날 광화문 앞이 밤낮 시위와 갈등 광장이 된 것을 보면서 이러다가 대한제국이 망하듯이 나라가 망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옛 실정을 알고 어떻게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으로 뭉치고 나라를 일으켜야 할지 길을 찾아주길 바라며 이 신문을 옮긴다.

 

▲ 조선 서울 건양 원년 사월 초구일 (1896년 4월 9일) 한글과 영문으로 낸 독립신문 제 2호.     © 리대로

  
  [논설]

 

우리가 오늘 신문에 조칙을 기록하였으니 인민이 이걸 보고 안심하여 각각 저의 직무를 이담부터 잘 하기를 믿노라. 임금이 이렇게 간절히 말씀하시는데 그 임금에 신민 되여 조칙을 듣지 아니하고 종시 난을 짓든지 무법한 일을 경향 간에서 행하면 그 사람은 마침내 죄를 짓고 목숨을 잃어버릴 터이니 임금과 우리 신민과 부모, 처자와 저의 몸을 사랑하는 자는 이때를 타서 속히 집에 들아 가 농사를 하든지 하던 직업을 영구히 하는 것이 신자의 도리요 자식의 행실이라.

 

만일 생각 없이 무법한 일을 행하고 난(난리)을 짓는 것은 즉 제가 제 무덤을 파는 것이요 또 제 부모와 처자에게 화를 전하는 바니 하루바삐 못된 일 하던 것을, 더러운 물건 버리듯 하고 군주 폐하의 조칙을 순종하여 집에 돌아가 옛 직업을 다시 찾아 처자를 보호하며 제 몸을 옳게 가지면 첫째는 저희 집이 편하고, 둘째는 조선 전국이 태평하여 나라가 강하고 부유케 될 터이니 이를 깨닫고 애국 애민하는 사람은 이 조칙을 듣고 곧 하라시는 대로 하기를 우리는 믿노라.

 

사방 천하형세가 이왕과 달라 조선이 세계 각국은 서로 통상하는 터이니 조칙에 하신 말씀같이 세계 지인이 다 형제라. 물론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조선에 와서 사는 이는 즉 조선인의 손님이라 주인 되어서 집에 오신 손님을 박대하든지 해하든지 하는 것은 야만인 일이요. 또 손님이 조선인민을 점잖은 주인으로 대접 아니 하고 무례한 일을 할 터이니 조선 전국이 그 해를 입을 터이라.

 

오늘날 조선이 강하지도 못하고 부유치도 못하며 인민이 도탄 중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니라 조선 사람들이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없고 다만 제 몸만 당장 유익한 것을 취하여 제 나라 인민을 해하려 하며 서로 저희끼리 싸우니 마침내 저까지 해를 입고 또 나라는 어언 간에 약하고 이익을 취할 일과 생존할 방책은 해마다 적어지니 이게 어찌 한심치 안으리오. 시방 이때는 같은 나라 인민끼리 서로 싸움할 때가 아니라. 서로 돕고 서로 보호하고 서로 사랑해야 조선이 외국 인민에게 강하게 보일 터이니 그런고로 조선인민이 남에게 대접도 받을 터이욤.

 

옛 병서를 봐도 두 나라가 서로 싸울 때에 내는 꾀는 어떻게 하든지 하여 적진 속에 이간을 붙여 두 장수끼리 서로 미워하게 하든지 그 적병의 장수와 그 장수의 임금사이에 이간을 붙여 서로 미워하게 하면 그 적군이 저절로 약해지는 것이니 그때를 타서 적을 치면 백전백승하는 법이라.

 

한번 해하며 나라를 잃은 후에 그걸 깨닫고 뉘우쳐야 쓸데가 없으며, 시방 조선은 누구와 싸움은 아니하니 조선 차지하고 시비하는 나라는 세계에 많이 없은 즉 만일 조선인민이 남 이간 붙이기 전에 서로 싸우면 그 때를 타서 누구든지 와서 조선을 차지하여도 어찌할 수 없을 터이니 설령 조선 인민 되어 지혜와 학문이 없은 즉 나라를 크게 돕지는 못하더라도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즉 나라에 역적이요 부모에 불효요 처자식에게 의리 없는 사람이다.

 

조선인민이 이 사정을 모르기에 이렇게 저희들끼리 서로 해하랴 하고 남에게 업수이 여김을 받는 것이니 이를 알고 깨달은 이는 우리 신문을 보고 개과천선하여 오늘부터 시작하여 합심하여 임금을 위하고 정부를 대접하며 우리 국민끼리 서로 사랑하고 외국 인민을 의심 없이 형제같이 대접하면 조선은 스스로 강해질 터이요.

 

외국 인민도 조선 사람을 진실하고 점잖은 주인으로 대접할 터이니 그런 것을 듣고도 행하지 아니 하는 자는 참 제 몸도 위할 줄 모르고 나라도 위할 줄 모르는 인생으로 세계가 알 터이다.

 

 [관보]             조칙

 

슬픈지라 근년 들어서 백성의 마음이 깨끗지 못하여 혹 거짓으로 여러 사람 마음을 미혹케 하는 자도 있으며 혹 의병이라 내세워 난리를 일으키는 자도 있으니 이는 짐이 교육을 잘하지 못하여 스스로 재앙과 난리를 일으키게 함이라 어찌 부끄럽지 아니 하리요.

 

이로써 조칙이 여러 번 내리고  사람을 보내어 화와 복으로 회유하여 선악을 스스로 깨닫게 하여도 모두 어리석음을 돌리지 아니하니 짐이 반드시 죽이는 권으로, 반드시 사는 길을 얻고자 하여 부득이 임군의 군사를 명하여 사방으로 나가게 하되 그 죄를 물으면 비류(못된 사람)라 하나 그 근본을 궁구(깊이 파고들어 연구)하면 다 짐의 아들이요 또한 봄이 되어 농사에 힘쓸 때를 잃으면 병난 끝에 주리고 배고픔이 끝이지 아니하여 개천과 구렁에 굶어 죽음을 면치 못할지니 말과 생각이 이에 이르면 마음이 불탄듯하여 어찌 감히 편하며 밥이 먹히겠나.

 

또한 짐이 들으니 요즘에 외국사람이 포도(도둑)에게 죽음이 간간이 있고 내국인민이 외국사람에게 죽은 자도 있다하니 짐의 마음이 심히 근심하고 민망하고 놀래고 한탄하노라. 이에 만국이 서로 통한하여 사귀고 의가 더욱 도타울 뿐더러 하느님이 위에 계시샤 살리기를 좋아하시는 덕으로 한결같이 보시나니. 어찌 내 지경, 네 지경을 의논하며 여기 약함과 저기 같음을 의논하리요.

 

우리가 모두 동포지인이라 동포 한 형제로 형이 아우를 해하여도 하느님이 재앙을 내리실 것이며, 아우가 형을 해하여도 하느님이 화를 내리실지니 가히 두렵지 아니하랴.  슬픈지라 짐의 조정에 있는 모든 신하들은 짐의 뜻을 본받고 각각 지방 관리에게 알려서 안과 밖이 둘이 없이 보호하기를 한결같이 하여 인민으로 하여금 악습을 고치고 착한 마음을 열어 잔인함을 행치 말며 대저 내 나라 인민과 외국사람의 죽임을 만난 자를 낫낫치 다 아래여 밝혀서 짐의 눈에 있는 것같이 하며 속히 짐의 마음에 스사로 경계하게 할 지어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기사입력: 2019/11/20 [22:21]  최종편집: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