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요? 나는 통일꾼이요!” 민주투사 백기완 |
[기념] 백기완 성생과 함께 민주, 통일운동을 하는 분들이 고맙다 |
리대로 |
통일운동가요 민주 자주 문화운동가인 백기완 선생이 100일이 넘게 병상에 누워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11월 6일 심산김창숙연구회가 주는 22회 ‘심산상’ 시상식에도 나오지 못했다. 나라에 잘못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에는 스스로 몸을 생각지 않고 뛰쳐나가 못된 이들에게 호랑이처럼 외치던 백기완 선생도 나이가 들고 늙어 몸이 아프니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번 심산상 시상식에서 움직그림(영상)을 통해서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그런 모습은 상상도 못했기에 시상식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계속 그 모습이 떠올라서 빨리 일어나시길 바라고 빌면서 이 글을 쓴다.
그리고 지난날 백기완 선생과 함께 민주, 통일운동과 자주 민족문화운동을 한 분들을 고마워하고 칭찬한다. 그 분들 가운데 나와 같이 한글날 국경일 제정운동과 한글 빛내는 일을 함께 한 이수호 선생이 요즘 백 선생과 같이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어 더욱 고맙고, 오랫동안 백 선생을 모시고 있는 채원희 통일문제연구소 간사가 더욱 고맙다. 우리 터박이말을 살리고 찾아 쓰려고 애쓰는 백 선생을 고마워하면서도 찾아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을 그분의 삶과 정신을 이어갈 것을 다짐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백기완 선생도 좋아하신 내 스승 공병우 박사는 예의 인사치례에 드는 시간에 한글사랑 운동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좋다고 하셨기 말이다.
지난날 대학생들과 민주주의 나라 만들기 투쟁과 서민을 돕는 투쟁 현장에 언제나 한복을 입고 나와 외치던 백 선생의 목소리는 민중들 가슴을 뛰게 했다. 백범 김구 선생을 존경하여 백범사상연구소를 만들고 통일운동을 하다가 통일문제연구소로 이름을 바꾸고 수십 년 째 남북 통일운동을 하면서 스스로 “나요? 나는 통일 꾼이요!”라고 외쳤다. 아는 것과 생각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이루려고 실천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에 망설이지 않고 나선 삶, 젊은 날에 뜻을 세운 것을 늙어 쓰러질 때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 뜻을 이루려고 애쓴 백 선생은 이 시대 참된 선비다. 너도 나도 열심히 일하여 잘사는 세상을 만들고 서로 도와주고 노나 먹자는 노나메기 운동도 그 실천이다.
백 선생이 왜놈들이 우리 터박이말을 못쓰게 하고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들인 일본 한자말을 버리자고 외치면서 우리말을 살려서 쓴 일은 민족 자주문화운동으로서 남다른 겨레사랑, 나라사랑 실천이었다. 50년대 부산 피란시절 산에 있는 판자촌을 ‘달동네’, 60년대 터널을 ‘맞뚜레’, 80년대 신입생은 ‘새내기’, 써클은 ‘동아리’라고 바꾸어 썼다. 또 고향은 ‘옛살라비’, 파도는 ‘몰개’,세월은 ‘달구름’, 지구는 ‘땅별’, 세상은 ‘벗나래’, 책은 ’글묶‘,’뉴스‘는 ’새뜸‘, 혁명가는 ’불쌈꾼‘이라고 새 말을 만들어 썼다. 일본 식민지 때 뿌리내린 일본 한자말을 따라서 쓰지 않고 우리말을 짓밟는 미국말을 거부한 것은 국어독립 운동이었으며 참된 배달겨레 삶이었다.
그런데 그 심산상 기념 액자에 쓰인 ‘投袂而起’란 글은 “옳지 못한 것을 보고 가만히 있지 않고 옷자락을 휘날리며 뛰쳐나가 싸운다.”는 뜻을 가진 한자말로서 장산곶매처럼 민주, 민중투쟁 현장으로 뛰쳐나가는 백선생과 딱 맞는 글이지만 앞으로는 우리 말글이었으면 좋을 것이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옳지 못한 것을 보고 가만히 있지 않고 장산곶매처럼 달려 나가 맞서는 백기완 선생, 한결같은 마음으로 통일과 자주문화 독립운동에 애쓴 거룩한 삶을 많은 사람들이 이어나가야 할 일이다. 나는 백 선생이 이루지 못한 일, 우리말과 얼을 지키고 살리는 일을 이어받아 이룰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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