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우리 풍습에 우리 한아비들의 슬기가 담겨 있다.

한글빛 2020. 2. 28. 07:47
할머니의 따뜻한 손으로 배 쓰다듬어 주실 때 나온 기적
우리 풍습에 담긴 우리 한아비들의 슬기를 살리자.
  • 리대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 승인 2020.02.27 21:05


[특별기고] 리대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옛 풍속에는 우리 한아비들의 슬기가 담겨있다"

한 겨레의 풍속과 속담은 글자가 없을 때부터 그 겨레붙이가 살아오면서 느끼고 깨닫고 겪은 일 가운데 얻은 슬기로움이 담겨있다. 우리 말광에 담긴 풍속 뜻은 “옛날부터 그 사회에 전해 오는 생활 전반의 습관이나 버릇 따위를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요즘 ‘코로나19’라는 돌림병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온 누리 사람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옛날에도 이런 돌림병이 많았을 것이다. 우리 한아비들이 돌림병을 겪으면서 깨닫고 실천한 예방법이 담긴 풍습과 속담 몇 가지를 살펴본다.


1. 우리가 물로 얼굴을 닦을 때에 입으로 바람을 일으켜서 물거품을 내는 풍습이 있다. 비누도 없는 때부터 우리 한아비들이 하던 버릇이다. 그런데 우리의 이런 버릇을 서양인들이 보고 시끄럽다고도 하고 미개한 겨레여서 그렇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버릇이 오늘날 초음파로 물거품을 내서 얼굴을 세척하는 세안기니 안경을 닦는 초음파 세척기 같은 기계 원리와 같다고 한다. 우리 한아비들은 어떻게 이런 과학 원리를 깨닫고 실천했을까 놀랍다.


나는 이걸 몰랐는데 40여 년 전 초음파 경보장치를 만드는 한 기술자로부터 그 말을 듣고 알았다. 그래서 이 말을 들은 뒤부터는 세수를 할 때에 되도록 더 시끄러울 정도로 푸~ 푸~ 입으로 바람을 세게 불어서 물거품을 낸다. 전에는 다른 이들이 시끄럽다고 말하고 촌스럽다고 해서 조심했었다. 물론 사람들이 많을 때나 조용히 해야 할 곳에서는 좀 조심을 하지만 이 풍습이 잘못되었거나 부끄러운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


왼쪽은 장독대에 친 금줄을 친 모습이고,  오른쪽은 절월대보름에 하는 쥐불놀이 모습.
왼쪽은 장독대에 친 금줄을 친 모습이고, 오른쪽은 절월대보름에 하는 쥐불놀이 모습.

2. 집에서 술을 담거나 김장을 담글 때에 마른 쑥대를 태운 연기로 독 속을 소독하는 일도 예부터 내려오는 풍습이다. 그런데 이 쑥을 태우는 연기가 못된 병균을 죽인다고 한다. 쑥과 마늘은 단군신화에도 나오는 것으로 우리 겨레와 가까운 것이다. 한의원에서 쑥뜸으로 병을 고치기도 한다. 그래서 예부터 외부에서 그 마을에 처음 사람이 오면 쑥대나 풀을 태우고 그 연기를 통과하게 하는 풍습이 있었던 거 같다. 아마 멀리 외부인이 돌림병균을 가지고 들어와 아픔을 겪고 생긴 풍습일 것이다.


내가 20여 년 전에 러시아 바이칼 호수 근처에 사는 브리아트족이 우리 겨레와 닮았다고 해서 학술조사 겸 탐방을 한 일이 있다. 그런데 그 민속촌 들머리 길 양쪽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방문객들이 그 연기 속을 통과하게 했다. 그 입구에 황토 흙을 소복하게 쌓아놓고 그 사이를 지나가게 했다. 외부인으로부터 병균 침투를 막으려는 풍습으로 보였다. 정월보름에 쥐불놀이를 하고 논두렁을 태우는 것도 벌레를 죽이는 뜻도 있지만 연기를 피워서 철새들로부터 들어온 병균을 죽이려는 뜻이 있는 풍습인 거 같다.


3. 우리 풍습에 아기가 태어나면 그 집 대문에 금줄을 걸고 그 금줄에 고추와 숯, 솔가지를 끼운다. 그리고 한동안 외부 사람들이 그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내가 태어날 때도 그랬고 60년대까지도 그런 걸 본 일이 있는데 나는 이것이 무슨 미신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은 갓 태어난 아기는 병균에 약하기 밖에서 돌림병이나 또 다른 병균이 외부로부터 전염되지 않게 하려는 풍습이었다. 꼭 행해야 할 일들을 속담이나 풍습으로 실천하게 한 것이다. 이 때에 짚으로 꼰 새끼줄에 붉은 고추나 검은 숯, 솔가지를 끼워서 거는데 금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금줄은 서낭당에도 된장을 담글 때에도 넣는 데 병균을 죽이거나 못 들어오게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과학에 바탕을 둔 슬기로운 풍습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4. 우리는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고개를 숙이거나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한다. 그러나 서양이나 외국 사람들은 악수를 하거나 서로 껴안고 얼굴 볼을 댄다. 그런데 요즘처럼 돌림병이 많을 때에 악수를 하거나 몸을 접촉하는 인사법은 좋지 않다. 반가운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는 우리 인사법이 돌림병을 막는 데 더 좋은 인사법이다. 또 할아버지나 조상에게 절을 하는 인사법이 있다. 이 모두 돌림병을 예방하고 건강에 좋은 우리 인사법이다.


나는 며칠 전에 70년대에 도이칠란트에 간호원으로 갔다가 더 공부해 의사가 된 분으로부터 “요즘 모국 사람들이 돌림병 때문에 고생이 많다고 하는데 악수를 하는 서양식 인사법은 돌림병에 좋지 않아서 주먹을 대기만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인사법도 좋지 않습니다. 나는 예부터 고개를 숙이는 우리 인사법이 좋아 병원에서 환자들을 대할 때에도 우리 식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합니다” 하면서 여러 사람에게 우리 인사법이 좋다는 것을 알려주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5. 우리에겐 겨울밤에 잠을 잘 때에 머리맡에 물을 한 그릇 담은 자리끼를 두고 자는 풍습이 있다. 이 또한 건강과 안전을 도모하는 풍습이다. 특히 건조한 긴 겨울밤에 물기를 머리맡에 두는 것도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을 것이고, 자고 일어나 물을 한잔 마시면 건강에 좋기 때문에 생긴 풍습이라고 본다. 추울 때에 일어나 바로 편리하게 물을 마실 수 있는 좋은 점도 있을 것이다. 이 또한 건강과 관련된 풍습이다.


이런 건강과 관련된 풍습 가운데 정월 대보름에 오곡밥과 부럼먹기가 있다. 겨울에 싱싱한 남새나 열매를 먹기 힘드니 몸에 부족한 비타민이나 영양분을 그런 풍습이라도 챙기게 했다. 설날에 이웃 어른들까지 찾아다니며 세배를 하던 풍습도 절을 하면 건강에도 좋고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며 살게 하여 사회건강에도 좋은 풍습이다.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했다. 내가 아플 때에 할머니가 따뜻한 손바닥으로 내 배를 쓰다듬어주면 아픈 것이 덜했다. 이 또한 의학, 과학에 근거가 있는 풍습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그 밖에도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속담과 풍습이 많다. 들에서 새참을 먹을 때나 들놀이 때에 먹거리를 좀 떼어 내어 ‘고수레’라고 하면서 던지는 풍습이 있다. 이는 나누어 먹는다는 뜻과 또 다른 벌레나 생명에게도 먹거리를 주는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우리 조상들의 슬기가 담긴 풍습이라고 본다. 내가 어려서도 많이 듣는 말인데 문지방에 올라서지 말라는 풍습이 있었다. 다칠 수 있으니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 또 수챗구멍에 뜨거운 물을 버리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그건 뜨거운 물이 벌레를 죽일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리 속담이나 풍습엔 모두 같이 건강하게 사는 가르침이 있다. 그런데 이 속담과 풍습은 몽골, 일본에도 있는데 같은 한아비 자손이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요즘 돌림병을 미리 막으려면 세수를 할 때에 비누로 손을 잘 닦아야겠지만 입으로 요란스러운 물거품을 내어 비누물이 들어가면 안 되는 눈과 코 속에 있는 때와 병균을 씻어내고, 소독약으로 소독을 하는 것도 좋지만 쑥 연기로 집안과 마을도 소독하고 쥐불놀이 할 때에 쑥대를 함께 태우는 것도 좋겠다. 우리말 속에는 우리 겨레의 슬기와 얼이 담겨있다. 남의 것만 좋아하지 말고 우리 것을 사랑하고 빛내어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


글 퍼온 곳 : 글쓰기신문 http://www.swritingwork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97&fbclid=IwAR27oAzCk1HIvRECcgfPn5Ml-BhuIh6TgdbTVI8leEYhYiY7T5wNf-6Xb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