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언어는 민족 정체성 그 자체, 한글날 국경일 돼야

한글빛 2005. 11. 23. 22:27
“언어는 민족 정체성 그 자체, 한글날 잔칫날 돼야”
국회의원들 국어발전 위한 토론회 주최...“국어기본법 철저히 시행해야”
 
이대로 논설위원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어발전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이대로 논설위원

‘국어 발전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지난 11월 21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민병두 이계진 두 의원실 주최, 문화관광위원회 후원으로 진행됐다.

민병두(열린우리당) 의원은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1989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페인 작가 카밀로 호세렐라는 앞으로 백 년이 지나면 지금 세계에 있는 2-3000개의 언어 가운데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중국어만 남고 모두 사라지거나 지역방언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우리는 지난해 국어기본법이 통과되면서 국가 차원에서 국어 지키기에 나섰으나 앞으로 이 법이 실효를 거두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어는 민족의 정체성 그 자체, 한글날 국경일로 제정해야

민 의원은 또 “언어는 민족의 정체성 그 자체”라며 “지난 한글날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도 냈고 우상호 의원이 제안해서 앞으로 상정되는 법안이 모두 한글로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

축사를 한 신기남(한글문화 세계화를 위한 의원모임 대표)의원은 “16대 국회 때엔 국어 발전을 위해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의원들이 모임을 만들고 힘썼는데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17대 국회엔 더 많은 의원이 모여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고, 더 나아가 우리말과 한글을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연구와 정책 지원에도 힘쓰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해가 저물기 전에 먼저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고 우리말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많은 일을 국어 전문가 여러분과 함께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계진(한나라당) 의원은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살리고 국어발전을 위해서 또한 우리 말과 한글이 홀대받는 현실을 감안할 때 훈민정음(한글)을 국보 1호로 꼭 해야 한다”며 “1호라는 상징성과 영광을 한글에 주자는 공감대가 국민 가운데 형성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 문화재청 국정감사 때도 이 말이 나와서 문화재청장이 긍정적 답변을 했고, 위원들 가운데도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라며 “그래서 ‘한글날 국경일 제정 결의문’을 채택한 일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에게 한글이 있다는 건 하늘이 준 축복인 만큼 한글날은 국가 잔칫날이 되어야 한다”며 “뜨거운 한글사랑 정신으로 국어발전에 힘 쓰겠다”고 말했다.
 
방송언어 문제 많아...방송인 대상 교육 강화해야

제1주제 ‘방송언어의 공공성 향상’의 발표를 맡은  장소원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방송 언어, 특히 텔레비전의 언어가 우리의 일상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며 “방송은 유행어 제조기라고 할 만큼 새말의 보급, 전문용어 대중화, 은어와 속어 퍼트리기 등에 가장 큰 영향을 주어 언어변화는 방송에 의해 활성화되고 완성된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방송이 좋은 정보와 지식도 주고 바람직한 언어사용법을 알려주지만 발음, 표기, 표현, 문장구성, 어법, 언어예절 들 여러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며 “발음에서 ‘제출’을 [재출]로, ‘거래’를 [거레]로 발음하고, ‘다음 달’을 ‘다음달’로 띄어쓰기가 잘못되기도 하며, ‘안 돼요’를 ‘안되요’라고 맞춤법을 틀리게 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속한 표현과 외국 말투 말도 문제”라며 “방송인을 대상으로 언어 평가, 방송언어 교육과 언어능력 검정 의무화, 바른 언어생활을 위한 노력과 교정프로그램 개발, 실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어문규범 준수실태 심각...법 정비와 공무원 교육 필요

홍용호(국어문화운동본부 위원) 변호사는 제2주제 ‘공공기관의 언어사용’ 발표에서 “청와대와 행정 각부 19개 기관 누리집의 어문규범 준수실태를 조사해보니 잘못된 비율이 10.04%였다”며 “방송 4.55%, 잡지 4.52%, 신문 4.15%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홍 변호사는 “이는 우리 공무원 국어 능력이 한참 뒤떨어진 상태임을 보여주는 증거임에도 이런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3,600만 원이란 예산까지 책정되었는데도 한 푼도 쓰지 않았다”며 공무원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산자부 누리집에 ‘년간 5번 전시회 개최’라고 할 것을 ‘연간 5개의 전시회 개최’라고 써서 두음법칙에 어긋난 점, 재경부 누리집에 '정례회의 개최 횟수 확대'라고 할 것을 '정례회의 개최 회수 확대'라고 해서 사이시옷이 어긋난 점, 국방부의 '적극적 정보 제공 노력'이라고 써야 할 것을 '적극적 정보제공노력'이라고 띄어쓰기가 어긋난 점 들을 예로 들며 정부 기관의 언어사용 실태를 지적했다.

그는 공공기관의 법 시행과 관련 “옥외 광고물 관리법에 간판은 한글로 쓰는 걸 원칙으로 정했는데 이를 어기고 영문으로 쓴 위법 간판이 많은데 지도 감독할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못 본체 한다”며 “국어기본법에 공공기관 범위를 확대하고 국어 책임관을 두어 철저하게 국어기본법을 시행하고 공무원에게 국어 교육 실시와 국회나 법제처엔 국어 전문가를 상근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어기본법 시행령 강제력 가질 수 있도록 개정해야

제3주제 ‘국어 기본법 실효성 확보 방안’에서 권재일(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국어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 민족 문화를 창조해 왔기 때문에 우리가 국어에 긍지를 가지고 높이 받들어야 한다”며 “국어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여러 국어문제를 풀려고 국어기본법을 만들었으나 ‘할 수 있다, 둘 수 있다’처럼 선언, 권장 조항으로 되어 있고, ‘해야 한다, 둬야 한다’는 강제 조항이 아니어서 처음부터 그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어 “시행령 제3조에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국어 책임관을 둘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국어 책임관을 반드시 둬야 한다’로 바꾸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은 국어책임관이 시행한 실적과 자체 평가를 매년 2회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매년 1회 보고해야 한다’로 바꾸어야 한다”며 “법이 통과되고 1년이 지났는데 국어 책임관을 임명한 국가기관이 하나도 없고 많은 공무원이 그런 법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어 법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꼭 문제점을 풀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행령의 법 조항을 반드시 ‘시행해야’로 규정을 다듬고, 법을 지키지 않으면 책임을 묻고 규제할 규정이 필요하다”며 “국가가 국어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언론이 도와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온 남영신 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은 “건물을 하나 지어도 환경영향 평가를 받게 하면서 다른 나라의 언어를 공용어로 추가하겠다며 주먹구구식으로 해선 안 된다”며 “요즘 영어를 공용어로 하겠다고 말하는데 국어 심의회를 두어서 ‘영어 공용어 정책’이 우리 국어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를 심의하고 시행하던지 말던 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재환 한글문화연대 부대표는 “지방 자치단체가 ‘하이 서울’ 같은 영문 구호나 만들어 엄청난 선전비를 들이고 있다”며 “이들이 어문규정을 어긴 광고물을 지도 감독할 자격과 능력과 마음이 있을까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는 김덕규 국회 부의장의 격려사와 박찬숙, 김충환, 진영두, 이용호 의원 등 많은 의원들이 참석해 12년 전 14대 국회 때의 국어와 한글에 대한 무관심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대로
이대로 참말로 논설위원은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1967년 동국대 국어운동학생회 창립 초대 회장
1990년 한말글사랑겨레모임 공동대표
1994년 민족문제연구소 후원회 조직위윈장
1997년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2000년 한글세계화추진본부 상임이사(현)
2004년 한글날국경일 제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사무총장
2005년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사무총장




2005/11/23 [06:09] ⓒ참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