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한글누리네의 어제와 오늘

한글빛 2005. 12. 20. 23:19
한글누리네(인터넷주소) 사업, 어디까지 왔나
[시론] 한글 인터넷주소 사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위한 제언
 
이대로
 

오늘날 21세기는 누리통신(인터넷)시대라고 한다. 누리통신을 이용한 지식과 정보를 누구나 마음대로 잘 이용할 수 있는 나라가 힘센 나라,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누리통신은 처음 영문을 쓰는 미국에서 개발해 쓰기 시작했기에 그 주소가 ‘http:www...’ 처럼 영문으로 되어있어 영어를 쓰는 나라인 미국이나 영국 사람이 아닌 다른 나라사람은 그 이용이 매우 불편하다.
 
그래서 한국은 주소 창에 한글로 쓰고 누리통신을 할 수 있는 기술(한글인터넷주소)을 개발해 쓰고 있다. 그리고 그 기술을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나는 ‘홈페이지’를 ‘누리집’이라고 하고, ‘네티즌’을 ‘누리꾼’이라고 하듯이  ‘인터넷주소’란 낱말을 ‘누리네’로 바꾸었다. ‘네’는 ‘동네방네’란 말에서 ‘곳’이나 ‘주소’란 뜻이 있기에 지은 새말이다. 한글누리네 알리는 일에 앞장선 사람으로서 한글누리네의 어제와 오늘을 더듬어보고 앞날을 걱정해보련다.

▲ 16일 내장산 백양사에서 한글인터넷추진총연합회 해넘이 모임이 끝난 뒤 기념촬영을 했다.     © 이대로

1. 한글누리네 개발과 경쟁시기 (1997~2001)

한글누리네(인터넷주소)는 (주)넷피아가 1997년에 처음 개발해 1998년부터 상용화를 시작하면서 널리 쓰게 만든 한국식 한글인터넷주소다. 한글누리네는 처음에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또 여러 회사가 이 사업을 하고, 한국통신이나 하나로통신 같은 누리통신회사(ISP)에서 도와주지 않아 이용자들이 적었고 또 불편했다. 한글누리네 사업을 하는 회사가 여럿이면 이용자들은 여러 회사에 주소를 등록해야 하고, 또 한글주소로 누리통신에 들어갈 수 있는 설비를 통신회사가 설치해주지 않으면 그 가입자가 한글주소를 이용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초기엔 한글누리네 사업을 하는 회사가 넷피아와 리얼네임즈등 말고도 여러 회사가 경쟁했다. 2001년엔 한국의 넷피아와 미국 다국적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에 딸린 회사인 리얼네임즈와 경쟁상태에 있었다. 또 다국적기업인 베리사인이 www. 한글. kr. 식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2. 넷피아의 한글누리네 통일시기(2002~2004년)

한국기업 넷피아와 미국기업 리얼네임즈가 경쟁하고 있고 또 영문혼용 식 주소를 쓰는 다른 외국기업 베리사인이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2001년 한글단체와 함께 한글날 행사를 한 (주)넷피아는 한글단체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래서 2002년 1월에 한글단체를 중심으로 50여 단체가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를 만들어 ‘한글인터넷주소’를 알리고 쓰자는 운동을 하게 된다. 그래서 한글누리네가 많이 알려지고, 넷피아도 더욱 힘써서 넷피아에 주소를 등록하는 이가 급속하게 늘어난다. 그렇게 되니 리얼네임즈는 넷피아와의 경쟁에서 밀려 파산한다. 넷피아 기술이 특허를 받고 한글단체가 나서서 돕게 된 것이 넷피아식으로 통일되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고 본다. 

3. 한글누리네 혼란시기 (2005년 ~ )

누리네(인터넷주소)는 영문과 한글만 쓰는 것에다가 영문과 한글 혼합주소가 있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가 한글과 영문을 혼합한 주소를 판매하면서 영문과 한글, 영문혼용시대가 열린다.  그러나 나는 영문혼용과 한글주소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고 머지않아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영문주소를 좋아하고 한글주소를 인정하지 않는 정통부와 누리통신 회사가 문제라고 보았다. 누리통신이 영문주소체계이니 어쩔 수 없이 영문주소는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인이 누리통신을 쉽고 편하려면 한글누리네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전자통신 전문가나 영어 선호자들이 한글누리네를 우습게 여기고 있어 문제였다. 거기다가 넷피아가 독점하고 등록료를 한꺼번에 많이 올리게 되니 인심을 잃게 되었고, 넷피아식이 아닌 다른 회사가 고개를 들고 넘보게 된다. 더욱이 2005년에 디지털네임즈와 특허분쟁 재판에서 넷피아가 지게 되고 하나로 통신이 디지털네임즈와 사업을 하면서 다시 경쟁, 혼란시기로 들어가게 된다. 넷피아의 불행이고 한국 정보통신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4. 왜 다시 혼란시기가 왔는가?

누가 뭐라 해도 한글누리네는 한글을 쓰는 한국인에게 편리하고 좋다. 검색으로 누리집을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주소 창에서 바로 한글누리네를 이용하면 더 좋다. 우리는 고속도로(누리통신망)도 잘 내고, 자동차(한글셈틀)도 세계 최고인데 도로표지판(누리네)이 영문이어 불편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또 한글누리네 사업자가 여려 회사로 늘면 이용자 부담도 크고 불편하다. 그래서 한추회는 한 회사를 밀어주고 이용자들을 위해 최대한 서비스를 하기를 바라고 그 운동을 했다.
 
그런데 왜 다시 이런 혼란이 일어나게 되었나? 나는 넷피아란 회사 스스로에게 책임이 크다고 본다. 한글주소를 사랑하는 초기 가입자와 한글주소 쓰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태도가 모자랐다. 처음 어려울 때 가입한 이들과 한글누리네 운동자, 정착에 도움을 주는 권력자나 통신회사는 단순한 이용자 이전에  매우 고마운 도움이였다. 이들을 소홀하게 대하면 안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 불만을 갖게 하니 경쟁상대가 고개를 들게 되었다.
 
다음으로 혼란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본다. 정통부는 한글누리네를 표준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 쓰임을 방관하거나 방해까지 했다. 정부기관인 한국인터넷정보센터는 영문혼용주소 사업을 하게 된 게 원인으로 보인다.

5. 어떻게 해야 한글누리네가 살아날까?

앞에서도 말했지만 한글누리네 사업을 하는 회사가 여러 개로 갈리면 이용자는 매우 불편하고 부담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결국 이용자인 누리꾼이 외면하게 되고 한글누리네가 시들게 될 수 있다. 한글누리네 사업을 하는 회사끼리 타협을 하던지, 다시 경쟁하고 싸워서 하나로 통일되어야 한다.  그게 쉽지 않다면 정부가 이 사업을 맡아해야 한다.
 
그래서 온 국민이 누구나 쉽게 한글누리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 두루넷이나 일부 통신회사가 한글주소 이용 설비를 깔지 않아 일부 국민이 한글주소를 쓸 수 없었다. 거기다 하나로통신이 떨어져 나갔다. 정부는 모든 통신회사(ISP)가 한글누리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글주소 사업을 하는 회사는 이용료를 내리고 한글누리네를 사랑하는 국민에게 진정으로 고마워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와 국민의 사랑을 받고 함께 살길을 찾아야 한다.  아니 이제 한글누리네 필요성과 장점을 알았으니 정부가 나서야 한다.

6. 내가 한추회(한글인터넷추진총연합회) 본부장을 맡았던 까닭

2001년 가을 한글세계화추진본부 서정수 교수께서 한글누리네 쓰기 운동을 하자는 제안을 내게 했다. 나는 평소 누리통신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서 영문누리네가 외우기도 힘들고 불편한데다가 누리통신시대는 영어가 아니면 안 된다며 영어 공용어까지 주장하는 자들이 나와 큰 걱정을 했다. 그래서 한글만 아는 사람도 마음 놓고 누구나 누리통신을 할 수 있는 세상과 환경을 꿈꾸고 있었다. 그런 생각에서 한글주소 방식과 환경이 확산되는 게 좋다고 보아서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넷피아에서 이대로는 강성인 인물이라 안 된다고 한단다. 그래서 서 교수님은 다른 사람을 알아봤으나 마땅한 사람이 없다며 나와 함께 하지 않으면 당신도 못하겠다고 넷피아에 말하고 다시 겨울에 내게 연락이 왔다. 서 교수님은 넷피아가 나를 싫다고 했다는 말까지 했고 또 여러 친구가 “기업을 돕는 게 순수하지 않다. 이용당할 수 있다.”고 말렸지만 나는 하기로 했다. 영어와, 미국 엠에스와 경쟁에서 한글과 한국이 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고 한글주소가 정보통신 격차를 줄이고 한글과 정보통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죽을힘을 다해 한글누리네를 알리고 쓰게 하는 운동을 했다. 
  
7. 넷피아와 한추회가 한글운동에 이바지한 일
 
한추회가 한글누리네를 알리고 쓰기 운동을 하는 데 대한 고마움으로 넷피아는 한글운동을 돕기로 했다. 나는 한추회가 한술단체나 시민단체와 기업이 힘을 모아 사회와 나라발전에 이바지하는 모범  사례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넷피아란 회사를 돕기보다 한글누리네 알리기 운동을 하고, 넷피아는 깨끗한 후원금을 주는 것으로 끝나길 바라고 그렇게 약속했다. 넷피아는 한추회를 돕고 한추회는 한글누리네 쓰기 운동을 하면서 한글단체와 국민의 숙원인 “한글날 국경일  제정운동”을 열심히 했다. 한글단체가 힘차게 활동하고 또 한글이 발전하고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면 한글과 한글누리네도 함께 발전하고 국민과 나라에 좋은 일리라고 보기 때문이었다. 넷피아가 누리통신을 통해 ‘한글날 국경일 제정 서명운동’을 하고, 한추회와 국회의원모임을 도와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뒤에서 도왔음을 인정하고 고마워한다.

8. 넷피아와 한추회가 더 새롭게 빛나길 바란다.

나는 한글을 빛나게 하는 어떤 정부기관이나 시민단체, 언론회사나 기업까지도 도울 수 있고 함께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꼭 넷피아식 한글누리네 운동뿐만이 아니다. 한추회는 한글단체와 한글운동을 돕는 모임이고 그 목적으로 시작했다. 그동안 한추회는 한글누리네를 널리 알린 것만으로도 넷피아가 한글단체를 도운 거 이상으로 할 일을 했다고 본다.
 
한추회는 한글날 국경일 제정에 힘쓴 건 만으로도 그 설립 목적을 이루었다고 본다. 그런데 넷피아도 한추회도 냉정하게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더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제 한글날도 국경일이 되었으니 돌 다 경영과 운영을 잘 해서 좋은 일이 많기 바란다. 
 
서로 잘 되는 게 좋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모두 어떻게 하면 한추회가 잘 되고 한글단체가 클 수 있을 지 고민하고 토론하고 힘을 모으면 좋겠다. 조직 구성과 운영방식이 새로워야 한다. 한추회는 학문단체가 아니고 한글운동단체이고 넷피아는 그 운동단체를 돕는 기업임을 분명하게 깨닫고 그 근본을 실천할 때 모두 잘 될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 위 글은 2005년 12월 16일 내장산 백양사에서 한추회 해넘이 모임에서 발표한 글이다.
 


본지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글세계화추진본부 상임이사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사무총장






2005/12/20 [09:52]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