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새 주민등록증 만들 때가 아니다

한글빛 2006. 2. 12. 20:41
주민등록증 교체 방침 재고해야
나랏돈 허비, 인권침해 우려 커...불필요한 영자 표기도 문제
 
이대로 논설위원
 
▲행정자치부가 새로 만들려는 주민등록증 견본.     ©이대로 논설위원

행정자치부는 주민등록증을 바꾸기로 하고 10일 서울 언론회관에서 새로운 주민등록증 모습을 가지고 국민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했다. 현재 주민등록증은 위·변조에 취약하고 개인 비밀 보호 측면에서 미약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새로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민들은 주민등록증을 새로 만들려는 방침과 새 견본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로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한 내 의견을 적는다.

1. 지금 쓰고 있는 주민등록증을 만든 책임자를 처벌하라.

행자부가 새로 주민등록증을 만들려는 것은 "지금 쓰고 있는 주민등록증이 엉터리이기 때문"이란다. 지금 주민등록증은 김대중 정권 때 만든 것으로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글씨가 지워지고 가짜가 많이 돌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국제통화기금의 경제 식민지가 되어 살기 힘든 때인 2000년에 수백 억 원을 들여서 주민등록증을 새로 만들었는데 그게 엉터리였다. 그 때 바로 사진이 지워지고 글씨가 지저분하게 되고 변조하기 쉽다고 말썽이 된 일이 있다. 이는 정권이 나랏돈을 날린 것이고 나랏일을 잘못한 것이다. 그 때 장관과 담당 공무원을 문책해야 한다.

지금 쓰고 있는 주민등록증은 김영삼 정부 때 새로 만들기로 하고서 수년 동안 많은 돈을 들여서 준비한 것을 김대중 정부 때 김종필 국무총리와 행자부장관이 갑자기 이름을 한자로 쓰게 해야 한다고 지금 식으로 바꾸는 바람에 수십 억 나랏돈을 날리게 했다. 그리고 너무 서두르다보니 엉터리 주민등록증이 되었다. 나라 일을 하는 꼴이 깊게 생각하고 꼼꼼하게 따지지 않고 높은 사람이 제 기분대로 하다보니 그런 꼴이 되었다. 잘못된 것엔 책임지는 자가 있어야 한다.

2. 한국에서 한국인을 보기 위한 주민등록증에 왜 영문인가?

새 주민등록증 견본에 영문 'KR'이란 글자가 커다랗게 써 있는데 그런 영문을 크게 쓴 까닭을 모르겠다. 우리나라 길거리에서 경찰들이 주민등록증을 보자고 많이 하는데 앞으로는 그런 검문을 미군 헌병이 하려고 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 경찰을 미국인으로 뽑으려는 걸까? 어쩌면 미국 유학을 다녀온 정부 관리나 부잣집 애들이 우리 한글을 읽지 못해서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지난번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는 한자로 이름을 써야 한다고 한글만 쓰는 내 이름을 '李대로'라고 볼썽사납게 써놓더니 이제 로마자 표기법은 제대로 지켜서 쓸 건지 궁금하다.

지금 한국 정치인과 정부와 공무원이 한국말과 한국 글자보다 미국말과 글자를 더 떠받드는  태도에서 나왔거나 그런 영문이라도 써야 세계화시대에 큰일을 하는 거로 보이려는 짧은 생각에서 나온 작품으로 보인다.

영문을 쓴 까닭을 묻는 질문에 행자부 관리는 "외국에 나가서 주민등록증을 잊어먹었을 때 찾기 좋게 하려고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하더란다. 우리 주민등록증이 외국에서도 통하는 것인가? 여권이란 것은 필요 없단 말인가?

한글문화연대 김영명 대표는 "영어 섬기기에서 나온 작품으로 얼빠진 짓이다."며 우리말을 짓밟는 정부와 사회풍토를 걱정했다.

3. 개인 비밀보호보다 인권 침해 우려가 더 크다.

새 주민등록증에 주민등록번호를 보이지 않게 써서 개인 비밀을 더 보호하겠다고 하는데 더 많은 개인 신상정보가 전자장치로 들어가면서 국가가 개인 통제나 관리를 하기가 쉬워지고 인권이 침해당할 수 있는 여지가 더 크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이 전자 주민카드를 만들겠다는 말이 나왔을 때 많은 국민이 반대하고 걱정해서 시행하지 않은 일이 있다.

행정자치부 누리집 게시판에 새 주민등록증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여럿 올라와 있다. 인권 침해 우려, 영문 표기는 불필요한 일로서 잘못된 일, 나랏돈 날리는 일, 주민증 만드는 업자와 짜고 하는 일이 아니냐는 등 국민의 소리가 크다. 지금 국민들은 당장 먹고살기가 힘들고 소득 격차가 자꾸 커진다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그 문제를 풀기보다 세금을 헛되게 쓰는 데 열심이라는 비판도 많다. 사람 사진이 겹치게 한 게 유령사진 느낌을 준다고 따지는 이도 있다.
 
도대체 ‘KR 행정자치부 장관’이란 소리가 무슨 말인가? ‘대한민국 행정자치부 장관’이라고 하면 부끄러운가? 행자부 장관은 정부 조직 부서를 운동선수 모임처럼 '무슨 팀'이라고 하고,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자신들 돈벌이 손님으로 생각하는 가게 주인처럼 '고객'이라고 하더니 이제 더 웃기는 꼴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기관 꼴이 담배 장사하는 'KT&G'나 돈놀이 하는 'KB' 꼴로 보여 안타깝다. 행자부장관은 똑바로 알라. "당신은 'KR 행정자치부 장관'이 아니라 '대한민국 행정자치부 장관' 이다.  얼마 전 이명박 서울시장이 서울시내 버스에 ‘R,Y,B,G’ 들 영문을 대문짝만하게 써 달고 달리게 해서 말이 많았는데 행자부 장관도 그 꼴이다.

요즘 정부 하는 꼴이 엉망이다. 재벌과 있는 자 중심으로 정치를 해서 빈부격차를 벌어지게 만들고 그걸 해결한다고 세금 수조 원을 쓴다고 한다. 그러나 서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는 지 의문이다.

영어 조기교육과 한자 조기교육 등 사교육 시장을 키워놓고 교육격차를 줄인다고 세금 8조원을 쓰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대책이 서울대 학생에게 가난한 집 애들을 과외공부 시키는 일이란다. 학교 교육은 제쳐놓고 세금으로 과외를 시키겠다는 데 그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 명칭이 '대학생 맨토링'이라는데 그 명칭부터 머리가 아프다. 정보격차를 해소한다고 세금 수조 원을 써서 많은 일을 하는데 노인과 일반 시민은 누리그물통신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그 용어가 미국말로 된 게 많고 정부기관이나 기업들의 누리집 접근과 이용이 쉽지 않아서다. 나랏돈을 제대로 효과 있게 쓰지 않는 거 같다.  


이대로
이대로 참말로 논설위원은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1967년 동국대 국어운동학생회 창립 초대 회장
1990년 한말글사랑겨레모임 공동대표
1994년 민족문제연구소 후원회 조직위윈장
1997년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2000년 한글세계화추진본부 상임이사(현)
2004년 한글날국경일 제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사무총장
2005년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사무총장




 
2006/02/12 [12:00] ⓒ참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