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2001년 한글날 1인 시위를 한 국민일보 기사

한글빛 2006. 3. 12. 12:39
2000년 11월 30일 00시 00분에 남긴 글입니다.
한글날 국민일보에 난 [나라임자] 1인 시위 기사

   
2001.10.09, 12:54
“한글천대 이제 그만”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 이대로씨 





“갈수록 우리 말 글이 미국 말 글에 밀려 죽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못본체만 하고 있습니다”

9일 오전 제555회 한글날 기념식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몸의 앞뒤로 ‘한글날을 국경일로’와 ‘영어공용화 반대’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친 반백의 신사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1인 시위의 주인공은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의 공동대표인 이대로씨(55·안경점 운영).이씨는 지난 30여년간 정부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한글경시 풍조를 비판하고 시정시켜온 숨은 한글 지킴이다.

그는 한글 칭찬을 입이 마르게 하면서도 돌아서면 한자나 영어 옹호론자가 되는 지도층 인사들의 ‘겉치레 기념식’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이날 한글날 기념식장 앞에서 시위에 나섰다고 했다.

“한글전용법을 만들고 시행한지 53년이 지났는데도 우리 공문서는 아직도 한자 투성이입니다.정부 관리 등 지도층 인사들이 한글을 가장 많이 천대하고 있는 셈이죠.더구나 신문과 방송은 이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1967년 국어운동대학생회를 만들면서 본격적인 한글 운동에 나선 이씨는 1991년 한글전용법이 사문화되자 당시 총리와 노동부 장관을 검찰에 고발,2년만에 정부의 광고를 한글 가로쓰기로 쟁취해내는 성과를 거뒀다.

1998년 5월엔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을 창립한 후 이듬해부터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상대로 ‘우리말 지킴이10’과 ‘훼방꾼 10’을 선정해오고 있다.

“매년 한글날이면 훼방꾼으로 선정된 정부부처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곤욕을 치르죠.그러나 그들이 한글 사랑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지난 2년동안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유명 교육자 등 20여명이 줄줄이 훼방꾼으로 이씨의 판정을 받았다.올해에도 한글날 국경일 지정을 반대하는 경제 5단체와 영어 조기교육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교육인적자원부 등 10개의 단체와 개인을 훼방꾼으로 선정했다.

“우리 말과 글을 쓰고 빛내고 지키는 일을 한국사람이 해야지 외국인이 하겠습니까.지도층 인사들이 앞장서야 합니다.그 첫 걸음은 한글날을 다시 국경일로 하는 일일 것입니다”

반평생을 한글 지키기에 나선 동기에 대해 이씨는 “한글 사랑이 곧 나라 사랑”이라며 간단히 대답했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