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영어에 환장한 내 고국이 걱정된다.

한글빛 2008. 11. 19. 22:46

도대체 영어가 무엇인데? 영어에 환장한 걸까?
[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영어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국 정부가 불쌍하다
 
이대로
교육과학기술부는 ‘초등학교 영어 수업 시수 확대를 위한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전자공청회를 국민신문고 정책토론 누리방에서 하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일주일에 3시간씩 하고 있는 영어 교육을 6시간이나 5시간으로 늘리겠다는 두 안을 내놓고 11월 10일부터 23일까지 하고 있는데, 11월 18일 까지의 결과를 보면 287명의 전체 응답자 중 ‘영어 조기교육 확대’를 반대하는 의견이 237명으로 찬성의견 49명에 견줘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렇게 교과부가 지금보다 영어 수업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정책을 확정하려는 것에 대해서  한글문화연대,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참교육학부모연대, 전교조, 전국국어교사모임, 흥사단 초등교육모임 등 59개 한글, 교육시민단체는  지난 11월 10일에 교과부가 주최한 공청회장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초등 영어교육 시간을 두 배로 늘리는 건 한국 교육의 균형을 송두리 채 깨트리는 일이다. 이런 정책을 내놓는 영어교육강화팀을 즉시 해체하고 그 정책을 전면 백지화 하라!”고 교과부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런데 이들 한글, 교육 시민단체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이 정책을 시행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서 그 전부터 반대 건의를 하고 성명서를 발표한 일이 있으나 정부는 듣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교과부는 교육단체가 반대하고 국민의 반대 여론이 많아도 무시할 거다. 이번에 공청회를 열었지만 여론을 조작해서 그대로 시행하려는 형식에 지나지 않는 거로 보이고 아마 그대로 시행할 거로 보인다. 영어에 미친 정부요, 환장한 사람들로 보이기 때문이다.
 
▲ 11월 1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정문 앞에서 59개 한글,교육 시민단체 기자회견.     © 한글문화연대

김영삼 정부가 영어 조기교육 정책을 세우면서 영어 사교육 바람이 더 세게 불었고, 영어 조기육학으로 기러기 아빠가 생기고 가정이 흔들렸다. 김대중 정부가 영어 조기교육을 시행하면서 엄청난 국가 예산을 들였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서 영어 마을을 만들고 난리법석을 떨게까지 만들었으나 그래도 안 되니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자들까지 나왔다. 얻는 거보다 잃는 게 더 많은 매우 잘못된 정책이고 실패한 정책으로서 당장 중단하고 그 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한 자들을 문책할 정책인데 노무현 정부는 영어교육강화팀까지 만들어 더 큰 잘못을 저지르려고 하고 있다. 현 정권이 지난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으면 괜찮겠는데 그것도 기대하기 힘들다. 

도대체 왜 한국 교육과학기술부는 초등학교 영어 교육시간을 늘리려는 것일까? 왜 이렇게 한국 정부와 학자들은 영어에 환장한 것인가?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다.

내가 볼 때 교육과학기술부가 보이지 않는 큰 힘을 가진 손에 놀아나고 있는 거 같다. 그러나 어떤 세력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떤 이는 국제금융세력이나 영어 나라인 미국이나 영국 같은 강대국의 조종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우리 공무원과 정치인이 영어 사교육업자 손에 놀아나고 있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우리 국민이 사대주의 세력에 끌려 영어 수렁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지금 중국에서 중국 대학생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다. 지금 외국에선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우리말을 배우려고 열심인 데, 우리 정부와 국민은 영어에 눈이 멀어서 그걸 모르고 있는 거 같아서 답답하다. 나도 영어와 다른 외국어를 알면 좋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너무 영어 편식증에 걸려있고 지나치게 영어에만 힘쓰고 다른 외국어엔 덜 신경을 쓰고 있어 한심하게 생각이 들 정도다.

모든 일은 때가 있고 때를 맞추어야 그 효과를 최대한 볼 수 있는 데 그렇지 않아서 나도 올 여름 방학 때 서울에 갔을 때 시민단체 대표들과 정부 종합청사 뒤에서 영어 조기교육 반대 기자회견에 참여한 일도 있다. 그런데 국민 기초교육과 인간 교육에 더 힘써야 할 초등학교 때에 영어 교육에만 열심인 잘못된 정책을 더 강화하겠다고 자꾸 나서니 답답하다.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 알아보려고 이번 공청회 때 정부의 주장을 대변한 제1주제발표자인 서울대 이완기교수의 글을 살펴보았다.

초등 외국어 교육의 본래 목적을 벗어난 초등 영어 교육 강화

이완기 교수는 영어 교육 시간을 늘려야 할 필요성과 배경을 설명하는 글에서 “‘외국어 교육의 본래적 목표는 ‘나의 것과 다른 것에 대한 이해와 관용성의 함양’이다. 다른 것에 대한 진정한 관용성은 현대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질로서, 편협한 민족주의적 사고방식이 굳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방책이 된다. 외국어 교육의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은 학습자의 사고의 지평(地平)을 넓히는 것이다. 사춘기가 넘을 때까지 모국어로만 교육을 받고 생활한다면, 사고방식과 문화가 자국어 방식으로 굳어져 버린다. 자신의 것과 다른 사고방식과 표현 방식을 접하지 못하면 자신의 사고가 편협해지기 쉽고 집단적으로 비슷한 획일적 사고를 하게 되고, 유연한 사고력을 기르기 어렵게 된다. 그리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각 국가의 상황에 맞게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고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나의 것과 다른 것에 대한 이해와 관용성의 함양’해서 세계를 보는 안목을 넓히고 넓게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하는 게 외국어교육을 하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교수는 영어(외국어)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개인의 ‘삶의 질’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영어가 지식과 정보의 생산, 저장, 유통의 핵심적인 수단이 되어 있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어느 분야에서 일을 하든지 영어가 전혀 필요 없는 분야는 거의 없다. 지식과 정보의 생산, 저장, 유통 수단의 핵심적인 시스템이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외국어 교육 목적과 전혀 다른 말을 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가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상황 소개와 함께 누구나 영어를 잘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 조기교육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외국어가 세계를 보는 안목을 넓히는 게 본래 목적이라면서 영어가 모든 사람을 잘 살게 해주고,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만병통치약인 거처럼 말하고 있다. 정부와 이 교수는 이번 주제 공청회 발표에서 자신들이 시행하려는 영어 교육 확대는 외국어 교육의 본래 목적을 이루려는 데 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잘해야 선진국이 되고 국민이 잘 살 수 있다고 속여서 국민을 영어 수렁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걸 스스로 분명하게 밝힌 셈이다.

거기다가 영어를 배워도 자꾸 잊어먹고, 학부모들이 초등학교 때에 영어를 만족스럽게 잘하길 바라기 때문에 영어 수업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서, 서울대 이완기 교수는 “1995년부터 학교장 재량으로 초등 영어 교육을 하다가 1997년부터 정규 과목으로 가르치는 데 영어 시간이 너무 모자란다. 영어를 배울 수 있는 2가지 최소 필요조건은 ‘노출’과 ‘사용’인데, 초등영어는 영어에의 노출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많은 연구자들이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학부모들이 사교육 기관, 해외조기교육에 의존해서 부담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초등학교 외국어 교육의 목적은 국제 감각을 넓혀주는 게 목적인데 그 목적을 벗어나서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만 우리 국어처럼 잘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는 무엇을 가르쳐도 잘 하지만 또 빨리 잊어버리길 잘 한다. 초등학교 때엔 외국어 교육 본래의 목적인 ‘나의 것과 다른 것에 대한 이해와 관용성의 함양’을 길러주고 외국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려주는 데 그치고 중, 고등학교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외국어를 열심히 스스로 공부하게 해야 잘 기억하고 써먹을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정부는 지나치게 초등 영어 교육을 강조해서 얻는 거보다 잃는 게 더 많게 만들고 있다. 초등 외국어 교육의 근본을 벗어났기 때문이고 잘못 낀 첫 단추여서 일이 자꾸 꼬이고 실패만 하고 있다. 초등 영어교육에 드는 비용을 중, 고등 영어 교육환경 개선에 쓰고, 어른이라도 외국어의 필요성을 느껴서 공부하려할 때 지원하는 데 쓰면 더 효과가 있다. 나이가 들어도 자기가 필요해서 스스로 공부하면 외국어를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영어 조기교육을 시행하고 영어를 공용어로 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때 나는 서울방송이 진행하는 100분 토론에 반대 토론자로 나간 일이 있다. 그런데 그 때 찬성 토론자로 한국 최고 영어학원 대표요 토익 한국대리점 대표인 분이 나온 것을 봤다. 그리고 한국의 소설가 협회장이 나와서 “한국어로 소설을 쓰면 소설책을 많이 팔지 못하지만 영어로 소설을 쓰면 영어 인구가 많으니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걸 들었다. 나는 개인 이익만 생각하는 그들의 주장을 보면서 영어 조기교육은 잘못된 정책이고 실패할 것이며 우리 교육과 겨레에게 큰 재앙을 불러올 정책이라고 생각했고 중, 고교 영어 교육 환경개선부터 먼저 하라고 주장했다. 

내가 올 한글날에 서울에 갔을 때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는 데 한국방송 기자라는 이가 “이번에 일본인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우리도 언제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은가?”고 지나가는 이들을 붙들고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이번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일본의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가 외국에 한 번도 나간 적이 없고, 영어도 잘 못하는 사람인데도 노벨상까지 받았다는 보도를 봤기에 ” 영어에 미친 정부와 국민 속에서 무슨 노벨상을 받을 사람이 나오겠는가? 이런 나라는 선진국도 될 수 없고 그런 인물도 나오지 못한다.“고 말한 일이 있었는데 방송에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중국에서 나와 함께 한국어를 가르치는 중국 동포 선생님이 “한국에 유학을 가서 박사를 따고 싶은데 한국어도 영어로 수업을 한다면서요? 왜 그러죠?”라면서 이해를 못하겠다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서 나는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속으로 “영어 죽어라하고 공부해서 박사가 된 사람도 한국에선 별 대우를 못 받고 있답니다. 외국인 교수 모시기 바쁘고 나라는 부도가 날 지경인데 영어엔 돈을 물 붇듯이 펑펑 쓴답니다. 그냥 중국에서 박사를 따시는 게 낫습니다.”라고 생각하며 가슴 아파 한 일이 있다.

전에는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경제를 살리려고 영어 조기교육을 해야 한다고 하다가 요즘은 그게 먹히지 않으니 외국어 학원과 해외 유학을 가지 못하는 불우한 학생들을 위해서 영어 초등 교육시간을 늘리고, 영어 사교육을 받지 않고 학교에서 영어 교육을 끝내게 하려고 초등 영어시간을 늘리겠다는 말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 조기 교육을 확대하면 사교육이 줄고 외국 유학을 덜 갈 거처럼 말이다. 이제 우리말을 제대로 가르쳐서 우리말로 많은 지식과 정보를 빨리 얻고 똑똑한 한국인이 되게 해야지 이런 식으로 영어만 배우는 데 힘을 다 쏟으면 얼빠진 무능력자가 많이 나올까 걱정이다.

끝으로, 교과부의 ‘영어교육강화팀’을 당장 해체하고 국어교육과 과학 기술교육이나 더 잘 할 것을 주장하면서 외국인으로서 외국에 살고 있는 한 동포가 조국의 영어 조기교육 강화 소식을 듣고 내게 보내온 편지를 하나 소개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외국인으로서 한국 내정에 간섭할 의도는 없습니다. 그러나 고국에서 지나치게 영어에 빠져있는 게 안타까워 한마디 합니다. 

먼저, 어린이들의 심신건강과 성장에 맞고 영어 없이도 자기 나라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조기교육이 미래지향적이고 바람직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초등생들이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사회 환경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아이들은 세상은 커녕 아직 자기 주변 생활에마저 익숙지가 않습니다. 아이들 머리는 백지나 다름없습니다. 백지에 무슨 글을 쓰냐에 따라 빛깔이 달라집니다. 

영어만 잘한다고 한국이 강대해지진 않습니다. 영어를 못한다고 한국이 망하지도 않습니다. 우리 민족은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한글이 있어서 자랑스럽고 우리 문화로 하여 자존심과 긍지감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국외 동포들에게 그나마 민족의 자존심으로 살아있던 한국이 언제부터 영국과 미국 아니면 가난해지는 나라로 된 겁니까? 정녕 한국이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과학적이고 우수한 글자라고 인정받음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다른 나라의 말글에 의지해야 합니까? 외국인이 한국과 거래하려면 한글과 한국말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상, 그런 한국은 이제 점점 멀어지는 겁니까? 이 모든 게 쓸데없는 걱정거리였으면 좋겠네요.

외국에 살지만 고국을 걱정하는 배달겨레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사무총장
중국 절강성 월수외대 한국어과 교수







 
2008/11/19 [12:25]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