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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문화운동본부, 한글사랑 "풍자동영상대회" 열어

한글빛 2008. 10. 1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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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만' 청와대유치원에 최만리 선배 납시다
[관심집중] 국어문화운동본부, 한글사랑 “풍자동영상대회” 열어
 
김영조
▲ 제1회 "풍자동영상대회"에서 으뜸상을 받은 남서울대학교 애니메이션과 3년 국종호 학생이 제작한 “최만리의 일기” 중 한 장면, 청와대 유치원에 온 최만리 선배가  영어만 유치원장을 나무라고 있다.     © 김영조
 
한글이 세계최고의 글자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왜 최고의 글자인지, 또 세종임금은 훈민정음을 왜. 어떻게 창제했나를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562돌 한글날을 맞아 지난 10월 14일 저녁 6시부터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 강당에서 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 주최, (사)국어문화운동본부(이사장 남영신) 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제1회 “풍자동영상결선대회”가 열렸다.
 
대회에서 국어문화운동본부 남영신 이사장은 “오늘 우리는 세종시대에 훈민정음을 창제하려는 세종에게 신하들이 어떤 이유로 반대 상소를 올렸고, 그것이 요즘 우리의 눈으로 볼 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새기면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참된 가치를 확립하는 게기를 마련해보려고 이 대회를 열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젊은이들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라고 인사말을 했다.
 
5명의 심사위원을 대표하여 이봉원 심사위원장은 “심사는 한글을 주제로 하되 풍자와 애니메이션 기법 등을 중점적으로 볼 것이다. 결선에 오른 팀은 초등학생 1팀을 비롯하여 고등학생 1팀, 대학생 두 팀이지만 구분을 두지 않고 공정하게 심사하겠다.”라고 말했다.
  
▲ 인사말을 하는 (사)국어문화운동본부 남영신 이사장(왼쪽)과 심사소감을 말하는 이봉원 심사위원장     © 김영조

결선에서 으뜸상을 받은 것은 남서울대학교 애니메이션과 3년 국종호 학생이 제작한 “최만리의 일기”가 차지했다. 훈민정음 창제 때 반대상소를 올렸던 최만리 선배가 청와대 유치원에 와서 영어만 유치원 원장과 나누는 대화를 풍자한 내용이다. 잠시 대본을 읽어보자.
 
최만리: “한글 전문유치원이었던 청와대유치원을 영어전문 유치원으로 만든다고 해서...”
 
대통령: (매우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아니 네가 그런 걱정을 하다니 의외다. 너 세종 선생님 때 중국이 초일류국가라고 중국과 동일한 글자를 쓰지 않고 훈민정음을 가르치는 것은 오랑캐나 하는 짓이라고 했었잖아. 지금의 미국은 당시 중국보다 더 강력한 나라야. 마땅히 영어식 몰입교육을 해야지.”
 
최만리: ‘나도 당시는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선생님께 중국 문자를 써야 한다고 했지만, 커서 보니 그때 생각이 잘못임을 깨닫게 되었지. 미련은 죽어야 고칠 수 있는 병이라더니….”
 
대통령: “말도 안 돼. 넌 중국어를 한글보다 더 우선시해야 한다고 본 것은 탁견이었어.”
 
10분을 상영한 애니메이션은 풍자의 연속이었다. 청와대를 유치원으로 설정하고, 훈민정음을 반대했던 최만리 선배가 와서 친구이며 현 청와대 유치원 원장인 영어만 대통령에게 훈민정음 창제 당시 선생이었던 세종임금의 말씀을 전하며, 영어 몰입교육을 나무라는 이야기였다.
 
▲ 버금상을 받은 서울 남도교회 초등부 박예은 외 4명의 작품 “대왕의 진노” 한 장면     © 김영조
 
 
▲ 장려상을 받은 부천대학교 인터넷과 박찬‧박지훈의 “세종의 사랑”한 장면     © 김영조

  
▲ 장려상을 받은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박진희‧이영후‧이정민의 "한그리의 깨달음”한 장면     © 김영조

이를 지켜보던 관객들은 일주일 만에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보기엔 대단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 버금상은 서울 남도교회 초등부 박예은 외 4명의 작품 “대왕의 진노”가 받았고, 장려상은 부천대학교 인터넷과 박찬‧박지훈의 “세종의 사랑”과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박진희‧이영후‧이정민의 “한그리의 깨달음”이 차지했다.
 
이봉원 심사위원장은 “홍보기간이 짧아 많은 팀이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다. 으뜸상을 받은 <최만리의 일기>는 풍자가 뛰어났고, 애니메이션 기법도 상당 수준이었지만 다름 작품들에선 풍자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작품을 낸 학생들이 참 대단하다.”라고 심사소감을 말한다.
 
으뜸상을 받은 남서울대학교 애니메이션과 3년 국종호 학생은 “처음 받은 대본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장면이 많아 그것을 순화하느라 애를 먹었다. 더구나 일주일이란 짧은 시간에 혼자 소화하기가 어려워 밤을 새우기도 했다. 풍자에 중점을 두었지만 결과를 보니 여러 가지로 모자라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또 기회가 있다면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얘기했다. 
    
▲ 으뜸상을 받은 국종호 학생(왼쪽에서 세번째)과 버금상을 받은 서울 남도교회 초등부 박예은 외 4명이 상장을 보이며 뽐낸다.     © 김영조

  
▲ (사)국어문화운동본부가 주관한 제1회 풍자동영상결선대회 장면     © 김영조

심사하는 동안 주관자들이 학생들 작품을 경북 사투리와 전남 사투리로 패러디한 동영상도 보여주었다. 같은 내용이라도 사투리가 어떻게 느낌을 바꿔 놓는지 깨닫게 했다. 다만, 전남 편은 녹음이 완전하지 못해 전라도 사투리의 참맛을 느낄 수가 없어 아쉬웠다.
 
한글이 세계 최고의 글자라고 외치기만 하면 될 일인가? 최고인 까닭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이번 국어문화운동본부가 주관한 “풍자동영상대회”는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지켜본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2008/10/15 [15:27]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