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한국이 중국 조선족 동포에게 준 게 무엇인가?

한글빛 2008. 12. 1. 18:41

한국이 중국 조선족에게 준 것이 무엇인가?
[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이제 한국과 조선족이 함께 새 역사를 쓰자
 
이대로
나는 한 달 전 중국 흑룡강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조선족 동포 한 분을 만나서 술을 한 잔 한 일이 있다. 그는 나와 같이 중국 절강월수외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조선족 동료 교수의 후배인데 지금은 중국 절강성 영파시에서 전자부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사업가다. 그를 처음 만났지만 친구의 친구요 동포이기에 바로 친해져서 술을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이야기 중에 그가 “이 교수님, 한국이 중국 동포에게 준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따지듯이 물었다. 나는 갑작스런 물음에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글쎄요?” 라고 망설였다.
 
사실 그는 내 생각을 듣기보다 자기 생각과 고민을 말하려고 한 듯했다. 그리고 내 대답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큰소리로 열변을 토했다.  “한국이 중국 조선족을 잘 살 게 해주었다. 그건 사실이고 고맙다. 그런데 한국 문화가 조선족 동포 전통사회를 파괴했고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켰다.”라면서 “내 형이 한국에 가서 10년 동안 돈을 많이 모았다. 그런데 귀국해서 흑룡강성 고향에 가 살려고 하니 그 마을에 모여서 살 던 20여 호 동포들 가운데 세 집만 남아서 고향에서 살맛이 나지 않는다고 고민하신다. 원래 그 마을엔 한족이나 다른 민족이 못 들어오게 하던 우리 조선족만의 마을인데 이제 모두 마사(부서)졌다. 조선족 학교도 문을 닫게 되었다.”며 나보고 어찌하면 좋으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길림성엔 이북 출신이 많이 살았고, 흑룡강성엔 본래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들 남한 출신이 모여 고향 풍속과 사투리까지 그대로 지키며 오순도순 조선족들만의 문화를 형성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돈을 벌겠다고 한국으로 벌려고 나가면서 동포 사회가 무너졌다고 한다. 조선족 터전이 없어진 문제뿐 아니라, 형제와 동포들의 사이도 한국 문화에 물들어서 멀어지고 조선족만의 고유 민족정서까지 망가졌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더 중요한 이야기는 한국에 가서 돈은 얼마간 벌었지만 한국에서 받은 멸시와 고통 때문에 한국에 대한 나쁜 감정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연길 시에서 간부로 있다가 정년퇴임 휴가를 즐기는 한족 중국인과 중국 영파 시 섬에 있는 부타산으로 함께 관광을 가게 되었다. 그는 한족이지만 나와 함께 근무하는 조선족 교수의 후배여서 중국 남방 여행길에 나도 그분들과 함께 며칠 간 여행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 한족 친구가 “내가 연길 시청에 근무하면서 한국인과 조선족 간에 발생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했다. 그 때 만난 한국인들은 내게 좋지 않은 인상을 주었는데 이 교수님은 그 분들과 다르다.”면서 중국 조선족들이 한국인들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 한국의 아산만 대교가 비교가 안 되게 긴 중국 절강성 항주만 바다에 놓은 80리 다리.     © 이대로

그리고 중국 절강성 항주만 바다에 최근에 놓은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80리나 된다는 다리를 구경하고 영파 시에서 한 달 전에 만난 조선족 기업인과 그 친구인 한 한족 기업인이 한국에서 출장 온 한국 기업인 한 분을 대접하는 자리에 함께 참석하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한국에서 출장 온 그 기업인의 도움으로 성공했다며 “한국의 다른 사업가들은 중국에 오면 거드름 떨고 온갖 추한 짓을 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데 이 사장님은 10년 동안 거래하면서 술을 좋아해도 술주정 한번 안하고 말 한 마디 실수도 없이 모든 일을 틀림없이 하신다. 우리가 많이 배우고 도움을 받았다. 존경한다.”고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나는 그동안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중국 조선족들은 한국인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한국인에 대한 불만이 많고, 한국 기업인들도 조선족 동포의 도움을 받았는데 불만이 많은 것을 보았다. 어떤 한국 기업인은 내가 중국 대학에서 한국말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니 “제자들 가운데 한국말을 잘 하는 한족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며 조선족보다 한족을 채용하고 싶다고 했다. 중국과 수교를 하고 15년이 지난 지금 중국 조선족 동포와 한국은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고 거래를 했는데 감정이 쌓였음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과 조선족 사이에 쌓인 불만과 감정의 앙금을 씻어내고 밝고 새로운 역사를 쓸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 중국 이우에서 일본인과 무역을 하는 젊은 조선인 기업가로부터 “나와 거래를 하는 일본 기업인은 수 년 동안 출장을 와도 술집에도 가지 않고 일을 마치면 자기가 사 논 집에서 우리 자식들만 귀여워하고 쉬기만 한다. 믿을 수 있는 편한 사람이다. 한국인과도 거래를 했는데 힘들었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나는 여기서 사업과 무역은 물건을 사고팔기 전에 인격과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이제 한국과 조선족이 돈과 물질만 거래할 게 아니라 인격과 마음을 거래하고 신용을 쌓아서 중국에서 새 역사를 쓸 때임을 깨달았다.
 
나는 중국 조선족 동포들이 우리말과 문화를 잘 지켰고, 지금 중국에 한국말을 알리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어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인과 조선족 동포들은 서로 이용할 생각과 행동이 컸던 거 같다. 아니 물질과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정신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겨를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속으로 쉬쉬하고 서로 미워할 게 아니라 서로 반성하면서 그동안 중국 조선족 동포 사회에 발생한 여러 문제를 한국과 함께 풀 연구와 노력을 많이 하자. 그리고 한국과 중국이 서로 가까워지도록 중국 항주만 다리보다 더 탄탄하고 시원하게 뻗은 다리가 되자. 그래서 한국의 경제 위기도 잘 넘기게 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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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사무총장
중국 절강성 월수외대 한국어과 교수







 
2008/12/01 [10:29]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