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한국어과 교수를 외국인이 뽑는 한국, 얼빠진 나라.

한글빛 2009. 12. 7. 14:33

한국어과 교수도 미국인이 뽑는 한국, 얼빠진 나라
[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한국은 얼마나 더 영어 열병을 앓고 있을 건가?
 
이대로
나는 15년 전인 1994년 김영삼 정권이 얼빠진 세계화를 외치면서 영어 조기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할 때부터 이 정책이 우리말과 겨레 얼을 병들게 만들어 나라까지 망칠 것이라고 외치면서 강력하게 반대했다. 정부에 건의문도 내고 방송토론도 나가 그 잘못을 알려주었으나 그 바람을 막지 못했다. 결국 김영삼 정부가 영어 조기교육을 하겠다고 발표했고 조기유학 바람이 불고 기러기 아빠가 생겼으며 온 나라가 영어 열병을 앓기 시작했다. 그 나라의 말은 그 국민의 얼인데 말이 흔들리고 병드니 얼빠진 나라가 되어서, 진짜로 1997년 김영삼 정권이 끝나기도 전에 이 나라는 국제통화기금의 경제 식민지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은행과 기간산업이 외국인 손에 넘어가고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고 노숙자가 되기도 했다. 정신 나간 정부와 국민이 비싼 값을 치룬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금반지를 모아 쓰러져가는 나라를 일으켜 세우자고 나섰다. 지난날 5.60년 대 가난하고 살기 어렵다고 할 때 거지는 보았지만 서울역 맞이방이나 그 앞 지하도에서 잠자는 사람들을 본 일이 없다. 거리엔 제 나라 글로 쓴 간판은 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나라를 그 꼴로 만든 대통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터인데 영어 조기교육을 시행한 건 잘한 정책이라고 떠들고 있는 걸 보았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 차리면 산다고 했는데 그런 처참한 꼴이 되고도 교육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 영어 바람을 부채질 했다. 영어 몰입교육을 하겠다고 하더니 영어를 공용어로 하겠다고 떠들었다.

한국인들은 거의 뜻도 모르는 외국말이 정부기관과 기구 이름으로 버젓이 지어지고, 그 정부기관의 광고문에도 영어가 뒤범벅이다. 태어나지도 않은 유치원 애들이 영어 공부에 시달린다는 말이 들리더니 뱃속의 애까지 영어 공부한다는 말도 들리고, 영어 발음을 잘 하자고 혀를 수술하는 애들까지 나왔다. 학원비와 사교육비는 늘어나고 교육 또한 망가질 때로 망가지고 있었다. 이 모두 ‘영어 조기교육 정책’이란 잘못 낀 첫 단추 때문인데 정부는 더 영어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떠들고 있다. 참으로 웃기는 나라요 한심한 정부다.
 
▲ 영어를 커다랗게 써넣은 은행 간판들, 과연 누구를 위한 은행일까?     ©김영조

일제가 우리 이름을 일본식으로 강제로 바꾸게 했다고 비난하면서 오늘날 한국 공기업과 재벌들이 우리말 이름을 버리고 영어 이름으로 바꾸는 데 정부는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다. 나는 며칠 전 내게 보낸이의 이름이 KECPO란 자로 된 편지를 받고 열어보니 전기 요금 고지서였다. ‘한국전력공사’란 이름이 버젓이 있는데도 그런 이름을 써서 받는이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영어에 미친놈들’이란 말이 저절로 나왔다.

영어에 얼빠진 꼴은 그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대학의 국문과 교수를 뽑을 때 미국인이 면접을 하고 뽑는 꼴이 되었다. 지난 11월 한말글문화협회 정책토론회에서 영어 문제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한 부경대 김영환 교수는 “영문과가 아닌 과목까지 영어로 진행하는 대학 강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대학 교육의 질과 내용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는 나라의 재앙이다.”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온 동국대 한국어교육과 김슬옹 겸임교수는 “국문과 교수 응모를 했는데 국문학 박사가 미국 유학을 한 영문학 석사에게 밀려 떨어지고 있다.”며 한탄했다.

부경대 김영환 교수는 “이런 외국말 숭배 풍조는 우리 민족에게 뿌리가 깊다. 신라 때 당나라를 숭배하면서 중국어를 숭배하고 우리말은 방언이라 한 게 그 시초요,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깊게 박힌 중화사상 승배 풍조가 일제 식민지 때 일본말 숭배가 되고, 오늘날 영어 숭배로 이어지고 있다. 신라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중국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자가 있었고, 일제 때는 일본어를 공용어로 했고, 오늘날엔 영어를 공용어로 하려는 자들이 판친다.”고 주장했다. 나도 공감이다.

도대체 영어가 무엇인가?  우리에겐 중국어나 일본어와 같이 외국말 가운데 하나다. 옛날 우리가 중국의 지배를 받을 때 중국어를 떠받들고, 일본의 식민지였을 때 일본말을 잘해서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저만 잘살고 출세한 버릇이 국민 뼈 속 깊게 박혀서 이제 영어를 숭배하는 것일까? 참말로 우리는 식민지 근성이 있는 들쥐 같은 국민일까? 제 나라의 말글 교육은 거들떠보지 않고 지나치게 영어 교육만 힘쓰는 정부와 국민의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오늘날 이 현상은 불나비가 죽는 줄도 모르고 불에 뛰어드는 꼴로 보인다.

누가 이 나라를 이 꼴로 만들었나? 나는 영어 조기교육 정책을 세운 김영삼 정권과 그 바람을 부채질한 일부 대기업과 얼빠진 학자와 영어 학원업자들이라고 본다. 이 정책 시행자인 교육부장관과 교육부 공무원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학교에서 과학이나 의학뿐만 아니라 우리 국문학과 역사학까지 영어로 강의하는 게 세계화요 선진 교육이라고 떠드는 언론인과 학자들 때문이라고 본다. 

영어 조기교육으로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인가? 거리 영어 간판과 회사 이름이 영어로 바꾸고 외국인들에겐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우리 국민의 일자리는 줄게 한 거뿐이다. 사교육비가 늘어나고 영어 교육에 시달린 애들이 우울증에 걸리고 있어 정신병원이 잘 되고 있단다. 그리고 교육을 망쳐놓았다. 영어 조기교육으로 얻은 거보다 잃은 게 엄청나게 더 많다. 지나친 건 모자람만 못하다. 나도 영어뿐 아니라 다른 외국어까지 배우고 잘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영어 교육에만 매달리기 때문에 큰 문제다.

영어에 미친병을 그대로 두다간 이 나라가 어디까지 망가지고 무너질 지 몹시 걱정스럽다. 그리서 우리 한글단체는 앞으로 영어 조기교육 정책을 세운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영어 열병을 부채질한 교육정책 당국자와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주장을 한 이들을 차례로 불러 공개토론을 하려고 한다. 가만히 있고 이 상태로 계속 가다간 이 나라와 우리말이 얼마나 더 망가질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의 공개토론 제안을 받은 이들은 떳떳하게 나와서 터놓고 이야기하길 바란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중국 절강성 월수외대 한국어과 교수







 
기사입력: 2009/12/07 [09:49]  최종편집: ⓒ 대자보